초등학교엔 천리안 양육자가 있다
1교시 수업 다녀와서
쉬는 시간
헐레벌떡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보건 2실 샘은
쉬는 시간
헐레벌떡
2교시 수업 한다고
보건실을 나갔다.
그리고 1분 후,
영창이가 다리에 붕대를 감고
절뚝절뚝 보건실에
들어왔다.
대기 중인 아이들이
일제히 영창이를
바라본다.
"영창아, 영창아, 무슨 일이야?"
치료 중이던 아이는
대기 의자로
리턴
그 자리엔 영창이가 앉았다.
"계단에서 굴렀어요. 아침에."
"누가 붕대 감아줬어?"
"보건 2실 샘이 1교시예요."
"근데 왜 다시 왔어?"
"계속 아파서요."
붕대를 풀고
타박상에 바르는 젤을
듬뿍듬뿍
싹싹싹 발랐다.
"통증은 어느 정도?"
"9요"
"으메 엄청 아프네?
공부할 수 있겠어?"
"아니요."
보호자에게 전화했다.
"어머니, 병원 다녀오셔야 할 것 같아요."
한숨을 푸욱, 푸욱, 푸욱,푸욱
순간 졸았다.
"영창이 좀 바꿔주세요."
아주 칼이 섰다.
아프다는 영창이와
참으라는 엄마의
치열한 전투가 10분 동안
이어졌다.
아이들을 치료하다가 멈추고
평화를 위해 영창이에게
"선생님, 바꿔주세요."
전화기가 왜 이렇게 무겁지?
목소리 두 톤 높이고 높여서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지금 상황이 안 되시면 방과 후에
병원 가세요."
영창이 어머니는 거침없이 말한다.
"제가 보기에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새로운 천리안의 등장.
한 두 번도 아닌데
매번 당황, 당황스럽다.
"네. 어머니.
영창이는 교실로 보내겠습니다."
'바보바보 바보야.
넌 분명 바보야.
천리안이 어디 있어.
그러고도 보건교사야.
바보바보 멍청이, 바보바보 멍청이.'
"영창아, 엄마가 병원 가기 어려운
상황인가 봐요.
참고 방과 후에 가세요."
"엄마 집에 계신단 말이에요."
"집에서도 바쁜 일 있을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병원 안 가도 돼요.
좀 참아요."
눈물을 훔치는 영창이에게
얼음팩과 휴지와 위로를 건넸다.
"선생님, 저 너무 아파요."
틈틈이 신음소리를 내는
영창이.
난감하다. 난감해.
대기 중인 아이들이 영창이를
바라본다.
영창이의
신음소리는 어느덧
노동요가 됐다.
"아얏 아얏, 정말 정말 아파요."
"아얏 아얏, 얼음 필요 없어요."
"아얏 아얏, 병원 가고 싶어요.
"흐흑 흐흑, 흐흑 흐흑, 흐흐흑."
수업을 마친 보건 2실 샘이
영창이를 날카롭게 바라보더니
"영창이, 너 왜 여기 있어?
1교시에 치료하고 계속 아프면
담임선생님한테 말하고 병원 가라고 했잖아?"
단호하다. 단호해.
"담임선생님한테 말 못 했어요."
당당한 영창이.
영창이는 아프다고 다시 인상 찌푸리고
열심히 노동요를 부르며 얼음찜질 중.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던
보건 2실 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로
영창이에게 다시 온다.
"영창아, 엄마 곧 오신데요.
방금 전에 선생님이 다시 전화했어."
영창이 얼굴에 잠시 미소가 포착된다.
'뭐야?
그 미소는?
불길함이 감돈다.
3교시 수업 갔다
헐레벌떡 돌아오니
영창이의 노동요가 들리지 않았다.
보건 2실 샘에게
"엄마가 못 온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오신 거예요?
보건 2실 샘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지금 안 오시면 119 부르겠다고 했어요.
영창이가 너무 힘들어하잖아요."
강심장이다. 강심장.
때때로 보건교사는
강심장일 필요도 있다.
아이들이 민원보다 우선이니까.
언제나, 늘.
아이들을 위한 한마디, 잊지 말자.
"지금 안 오시면 119 부르겠습니다."
크윽 크윽 크으윽
보건실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영창이는 그런 경우였다.
겔, 얼음찜질, 붕대 감압으로는 영창이의 통증을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보건교사가 학생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사정하고 내린 간호진단은 보려 하지 않는다.
평소 아이의 모습만 떠올리며 속단한다.
천리안, 그들은 천리안이다. 부럽다.
천리안을 가졌음에도 보건교사를 보건교사로 보지 못하다니
참 안타깝다.
“제가 봤을 땐 괜찮아요.”
그 말은, 내 말도, 아이의 아픔도 보지 않고 무심히 뱉는 한마디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깨가 툭 하고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