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다 티나!

보건실 침대를 사랑한 한 소년의 이야기

by 민들레

보건실 침대를

사랑한 한 소년이 있었다.


5교시가 시작되자마자

작은 키, 까만 광광광 피부


짝 찢어진 고양이 눈

웃는 건지, 흘기는 건지

장난이 반, 꾀가 반


윤기가 줄줄줄줄

귀여움이 줄줄줄줄

노란 노란 염색 머리


축구광광광광 5학년 유호가

나타났다.


"선생님, 머리 아파요."

작은 목소리

힘없는 표정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자리 없는 눈빛만

허공을 헤맨다.


오~~~ 의심스러운데...


열재고

혈압재고

문진하고

"특별한 이상 없다.

공부하러 가."


쭈뼛쭈뼛, 쭈뼛쭈뼛

수업하러 가기 싫구먼.

유호야, 미안한데 다 티나.


작은 목소리,

그러나 당당하다.

"담임선생님이

10분 쉬고

오래요."

오~~~ 오늘은 담임이

면죄부를 줬구나.


"괜찮은데,

그럼 10분이다."

"네."

사랑하는 침대와

한 몸이 된 유호.


5분 후

과학선생님.

"유호 거기 있나요?"

"네~~ 담임선생님이

10분 쉬라고

했데요."

"네. 알겠습니다.

오~~~ 과학시간이었구나.

똑똑한 유호.


10분 후

"유호야,

과학실로 가."

"네."


사랑하는 침대와 이별을

고하는 유호.

쉽게 뒤돌아서지 못하는

약한 남자.

님을 잊지 못하는 사나이.


이보다 슬픈 이별이

어디 있을까?

오~~~ 혼자보기 아쉽다.


다음날 교육지원실 앞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과학선생님께 들었는데

유호가 제가 쉬라고

했다던가요?"

"네"

"저 그런 적 없는데 "


담임선생님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같이 한참을 웃었다.


오~~~ 맹랑한 유호.

오 ~~~ 대범한 유호.

오~~~ 교활한 유호.

오~~~ 귀여운 유호

오~~~ 사랑스러운 유호.


유호의 범죄

발칵!

들통났다.


다음엔 누구의 범죄가

발칵발칵 들통날까?

기대된다.



보건실 침대를 사랑하는 어린이들.

갖은 꾀를 써 본다.

그런데~~~

다 티 난다. ㅋㅋ


자신의 꾀병을 내가 모르는 줄 안다.

하지만 내 눈엔 꾀병이 다 보인다.


다만 담임교사가 쉬라고 말했다고 하여

바로 교실로 보낼 수 없었다.


아마도 보건실 단골이라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침대에 누울 수 있는지

학생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나는 놈 위에 뛰는 놈이 있다더니 그 꼴이다.ㅋㅋ

나는 나는 놈, 학생은 뛰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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