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119가 왔지만......

아이들을 지킬 응급의료 대책이 필요하다

by 민들레

6학년 땡땡이, 힘없는 모습으로

6학년 땡땡이. 보건실 올 때마다 힘없는 모습으로 온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땡땡이를 바라보면 나도 힘이 쭉쭉 빠진다.

-땡땡아, 오늘은 어디 아프니?

-힘이 없고요. 어지러워요.

-언제부터 그러니?

-등교하고 난 후 뒤로부터요.

그럼 2시간 전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다는 거다. 학생을 찬찬히 문진 했다.

아침밥은 먹지 않은 상태였고 어젯밤에 잠은 잘 잤다고 한다. 어제 비가 오는데 비를 맞고 축구를 했고 아침에 눈이 가려워서 안약을 넣었단다. 학생에게 말했다.

- 아침을 안 먹으면 당 수치가 떨어지면서 어지러울 수 있어. 다음부터는 아침을 먹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 또 비 오는 날 축구는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단다. 축구는 재미있지만 비 오는 날에는 앞으로 하지 마.


체온, 혈압, 맥박을 측정했다. 혈압과 체온은 정상인데 맥박이 이상하게 느렸다. 너무 느렸다. 47회에서 50회 정도로 규칙적으로 뛰었다. 내가 잘못 측정했나 싶어서 얼른 산소포화기를 학생의 엄지손에 끼었다. 산소포화기상 맥박도 그대로였다. 옆 보건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이상하게 맥박이 적게 뛰네요. 한 번 재보시겠어요.

옆 보건선생님이 학생의 요골동맥을 손으로 짚으면서 시계의 초심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상하게 적게 뛰네요. 일시적인 현상인가 싶기도 하는데 좀 그러네요.

옆 보건선생님에게 학생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담임선생님께 학생의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느리다고 말한 후 보건실에 내려오게 했다.

보건실에 담임 선생님이 와서 산소포화기의 맥박 수치를 확인했다. 이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 다르게 의학적 지식이 좀 있는 분이다.

-왜 그러죠? 정말 적게 뛰네요. 교실에서는 조용히 잘 있었는데요.

여전히 혈압은 정상이고 학생의 안색도 정상적이다. 의식은 명료했고 맥박만 천천히 뛰었다.



119 도착까지

보호자에게 전화했다.

-어머니, 땡땡초보건교사입니다. 땡땡이가 맥박이 너무 적게 뜁니다. 혈압은 정상인데 혹시 예전에도 그랬나요?

-아니요. 그런 적 없습니다.

-어머니, 일단 학교로 오세요. 얼마나 걸릴까요?

-5분 안에 갈 수 있습니다. 선생님 제가 지금 갈게요. 땡땡이를 후문으로 보내주세요.

-어머니, 맥박이 너무 적게 뜁니다. 후문으로 학생만 보내는 것은 위험합니다. 보건실로 오세요.

-네.


곧바로 119에 전화했다.

-땡땡초등학교입니다. 학생이 서맥이 잡힙니다. 리듬은 정상이고 혈압이나 체온도 정상입니다. 의료자문을 받고 싶습니다.

-네, 의료자문하는 선생님에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의료자문결과 119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119를 학교에 보내주라고 했다. 병원에서 아주 오래전에 서맥환자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가 생각났다. 학교에서는 빈맥이 흔하다. 감기약을 먹거나 해열제를 먹은 학생들에게서 빈맥이 쉽게 관찰된다. 서맥은 보건교사 임용되고 처음 봤다.


그 사이 담임선생님께서 보호자에게 전화하여 119 의료자문결과를 전달했다.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척척 알아서 보호자에게 연락해 주니 고마웠다. 옆 보건선생님은 계속 학생의 상태를 살피면서 보건실에 오는 학생들을 처치했다.

나는 학교 지킴이 선생님께 전화했다.

-선생님, 보건실입니다. 119가 곧 도착예정입니다. 119 오면 보건실까지 안내부탁드립니다.

관리자에게도 학생의 상황을 알렸다.


119가 도착했다. 세분의 구급대원이 와서 산소포화기로 맥박을 확인했다. 혈압을 재고 당 수치도 측정했다. 혈압과 당은 정상이었다. 맥박은 아직도 천천히 뛰고만 있었다. 학생의 심장에게 '빨리 뛰어'라고 맘 속으로 부탁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 사이 어머니께서 학교에 주차하고 보건실에 오셨다. 아이는 119 대원,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학생에게 나타난 증상이 일시적이기를 바랬다.


119 후송 이후

4시 20분 하루일과를 마무리하면서 학생의 상태가 염려되어 담임 선생님께 전화했다.

-선생님 땡땡이는 좀 어떻다고 하던가요?

-아직도 맥박이 천천히 뛴다고 하네요. 우리 지역에 전문의가 오늘 모두 휴진이라고 해서 타 지역으로 이송했다고 합니다.

-네? 아이고 어떻게 해요. 엄마랑 아이가 얼마나 놀랬을까요?

-그러게요. 별일 없기를 바래봅니다.

우리 지역의 전문이라고 해봤자 2-3명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모두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지역에 소아를 봐줄 전문의가 없다고?

학생이 체육시간에 심하게 땀을 흘렀다. 학생의 혈압과 맥박이 약간 불안정해지면서 구토를 시작했다. 119가 도착했다.


학생이 계단에서 심하게 굴렀다. 그러면서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쳤다. 119가 도착했다.


학생이 아침자습시간에 머리를 심하게 강당 바닥에 부딪쳤다. 1교시가 끝나고 심한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119가 도착했다.


학생이 체육 끝나고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앞이 희미하게 보인단다. 온몸에 힘이 없어 보이고 안색이 창백했다. 그리고 구토를 시작했다. 119가 도착했다.


'이젠 괜찮아. 119가 도착했어'라고 안도하기가 무섭게 학교 주차장에서 119는 학생을 후송할 병원을 찾았다. 학교 인근 병원에서 13세 미만의 초등학생 아이를 볼 수 있는 전문의가 없다며 후송을 거부했다. 학생과 함께 119를 타고 학교 주차장에서 한 참을 머물렀다. 다행히 한 곳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학생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얼마나 그 병원의 응급실과 의사 선생님이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렇게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우리 지역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소아를 위한 응급의료 대책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학교 주차장에서 후송병원을 찾는 119의 모습이 낯설었다. 그러나 이제는 익숙하다.


십수만 명이 넘는 대도시에 우리 학교가 있다. 그런데 응급상황에서 소아를 진료할 전문의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내 어린 자녀가 응급상황에 전문의가 없어 치료가 지체된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도대체 국가는 무엇을 하는가.


초등학교 보건교사들 사이에서 '학생을 후송하지 못하고 119에서 병원을 찾아 대기했다.'라는 이야기는 흔하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라에서 인간문화재를 지정하듯 소아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지정하여 충분히 연구하고 치료할 수 있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면 어떨까라고. 이렇게 큰 광역시에서 소아를 치료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지역민에게 선심성 푼돈을 주며 인기에 연연하는 정치인을 보면 화가 난다. 그까짓 몇 푼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정말 필요한 곳에 세금이 쓰인다면 세금이 아깝지 않을 텐데.


소아를 치료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만이라도 따로 뽑아 소아과를 전공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의사가 되어 소아의 건강을 챙기고 싶은 학생들은 많은데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하다. 우리 인근 시도는 의대도 없다. 대학마다 간호학과는 정원이 넘쳐 취업하기도 힘든데 말이다. 그런데도 특정 정당이 이 지역의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독차지한다.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전공하고 지역을 떠나지 않는 소명을 다하는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내 자녀가, 내 손주가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 지역의 사립고등학교는 매년 의대 진학실적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13세 미만 소아를 돌볼 수 있는 의사가 없다. 그들은 다 어디 갔으며 왜 지역을 떠나야만 했을까? 너무 야속한 현실이다.


의사란 무엇인가? 국가는 의사를 어떻게 지원하고 양성하는가?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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