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수업 중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이지 말자.
'숨쉬기 힘들어요.'라며 보건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보건교사는 긴장한다.
언젠가 체육 끝나고 헉헉거리며 보건실을 온 학생에게 말했다.
"적당히 좀 하지."
학생은 살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체육은 너무 재미있잖아요."
대답을 듣고 웃음이 나왔다.
어른인 나도 재미있는 일에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하물며 초등학생들은 어떻겠는가. 어린이들은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이 그 뒤를 따른다. 학생들은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우리라.
체육수업은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다. 영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시간에는 줄기차게 보건실에 오는 녀석들이 체육시간에는 아파도 참고 체육활동에 참여한다.
체육시간에 학생들이 신나고 즐겁게 뛰며 수업에 참여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즐거움 속에서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체육수업을 하는 교사는 그 신호를 대신 읽어주어야 한다.
1교시는 조용했다. 다른 때와 달랐다. 분주해야 하는 보건실이 조용해서 나는 옆 보건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오랜만에 보건실이 조용하네요."
옆 보건샘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꼭 그런 말 하면 학생들이 우르르르 몰려와서 힘들어지니까요."
우리는 동시에 소리 내어 웃었다. 웃음은 거기까지였다.
2교시, 옆 보건선생님이 수업하려고 보건실을 나선 지 딱 1분 후였다. 땡땡이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보건실에 왔다.
"땡땡아! 왜 그래?"
"선생님, 숨쉬기 힘들어요."
나는 얼른 땡땡이를 처치대에 앉혔다. 그리고 얼른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오른쪽 손가락에 끼웠다.
'어라, 산소가 89%. 이게 뭐야? ' 산소포화도 89%는 저산소증 상태다.
사놓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산소통을 처치대에 놓았다. 산소마스크를 땡땡이 입에 씌웠다. 그러자 산소수치가 조금씩 올라가 정상범위인 95%가 되었다. 혈압과 맥박도 얼른 측정해 봤다. 다행히 수축기혈압 100, 이완기 혈압 70이었다. 맥박은 104회였고 리듬은 안정적이었다. 미온수를 땡땡이에게 줬다. 가래가 찼는지 가래소리가 그르렁그르렁 났다. 다행히 입술색은 정상이었다.
나는 문진을 시작했다.
"땡땡아! 언제부터 숨쉬기 힘들었니?"
"체육시간 끝나기 전부터요."
"1부터 10까지에서 얼마나 숨쉬기가 힘드니?"
"8 정도요."
"예전에도 오늘같이 숨쉬기 힘들었던 적이 있니?"
"네."
"언제?"
"4학년 때랑, 5학년 때 한 번씩 있었어요."
"보호자도 알고 있니? 숨쉬기 힘들었던 것?"
"아니요."
초등학생들은 몸에 이상이 생겨도 보호자에게 잘 말하지 않는다.. 땡땡이 보호자는 생업으로 바쁘다. 땡땡이는 보호자가 걱정할까 봐 자신의 상태를 말 안 한 것이 틀림없다.
"땡땡아, 그런 증상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괜찮아졌니?"
"2-3시간 누워서 쉬면 괜찮아졌어요."
"응. 그랬구나. 감기 걸렸구나?"
"네"
"집에서 먹고 온 약 있니?"
"없어요."
"잠은 잘 잤어?"
"학원숙제하다가 늦게 잤어요."
무슨 학원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숙제를 이리 많이도 내주는지 모르겠다. 보건실에 머리 아프고, 감기 걸리고, 배 아픈 학생들은 죄다 학원숙제하느라 늦게 잔 애들이다.
" 몇 시에 잤는데?"
"12시 넘어서요."
"몇 시에 일어났어?"
"6시 30분에요."
"왜 그렇게 빨리 일어났니?"
"부모님이 빨리 직장에 가셔서 함께 밥 먹으려고요."
아이고, 착한 녀석. 적당히 착해도 되는데......
"아침은 뭐 먹었니?"
"김밥 한 줄요."
아침에 김밥을 먹고 체하는 학생들을 많다. 김밥이 소화가 잘 안 되나 보다. 평소 땡땡이는 배가 아파서 보건실에 자주 왔었다.
"배도 아프니?"
"아니요."
10분 정도 산소를 주자 산소포화도가 98%까지 올라갔다. 산소마스크를 벗기고 침대에서 쉬게 하려고 침대에 가자고 했다. 그런데 산소마스크를 벗자 땡땡이가 숨쉬기 힘들다고 했다. 산소 수치도 다시 89%까지 떨어졌다. 땡땡이를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다시 산소를 주자 산소 수치가 올라갔다. 땡땡이가 말했다.
"선생님, 마스크 벗으면 숨쉬기 힘들어요."
"그렇구나."
나는 생각했다. 땡땡이는 평소 아토피가 심한 학생이다. 체육시간에 운동하면서 기관지가 좁아져 운동 유발성 천식이 생긴 것 같다. 또 감기에 걸려 기관지에 염증이 있는 상태다. 가래가 찬 것을 보니 기도가 좁아져 호흡부담이 온 상태로 예상되었다. 거기에다 밤에 늦게 자서 호흡근육이 쉽게 지친 것도 호흡곤란에 한 몫한 것 같다. 나는 땡땡이의 호흡곤란이 복합적인 요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간호진단했다.
응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보호자가 학생을 데리고 병원에 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담임교사는 연락되지 않았다. 학생이 숨쉬기 힘들어하며 보건실에 왔는데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는 담임교사가 무심하게 느껴졌다. 보호자에게 학생의 상태를 알리고 진료를 권유하기로 마음먹었다. 땡땡이 보호자에게 전화했다. 땡땡이의 상태를 알리고 병원진료를 권했다. 땡땡이 보호자가 땡땡이와 통화하기를 원했다. 전화기를 땡땡이에게 주었다. 땡땡이는 엄마의 말을 한참 듣고 난 후 이렇게 말했다.
"엄마, 많이 바쁘지? 엄마, 저 데리러 오기 힘들잖아요. 제가 참아볼게요. 일하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도 힘든데 엄마만 걱정하는 땡땡이를 보고 있자니 속상하다 못해 화가 났다. 어떤 학생들은 아픈데 데리러 오지 않는다고 엄마에게 화내고 짜증 낸다. 땡땡이는 가정환경이 힘들어 벌써 철이 들고 말았다. 내 아이가 철들기를 바라면서도 초등학생인데 철든 아이들을 보면 한없이 안쓰럽다.
땡땡이 보호자는 오늘도 직장이 바쁘다는 이유로 땡땡이를 보건실에 맡겼다. 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 10시 20분 즈음되자 땡땡이는 좀 괜찮아졌다. 앉아 있었던 땡땡이를 눕혔다. 땡땡이는 곧 잠이 들었다.
30분간 나는 땡땡이 옆에서 옴짝 딸싹 못하고 붙어있었다. 오늘은 2교신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보건실에 많이 오지 않았다. 천만다행이었다. 그래서 땡땡이 옆에 붙어 있을 수 있었다. 나는 땡땡이 보호자가 한없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11시에는 3교시 수업이 잡혀 있었다. 수업 가기 전 땡땡이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해 땡땡이 상태를 알렸다. 그리고 다음 수업이 무엇인지 물었다. 땡땡이 선생님은 음악수업이라고 했다. 어떤 활동을 하냐고 물었더니 리코더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40분 더 휴식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담임교사에게 보건실에서 경과관찰을 더 해야겠다고 했다.
나는 옆 보건선생님께 땡땡이 상태를 알리고 수업에 들어갔다.
11시 40분, 수업이 끝나고 보건실에 왔다. 땡땡이에게 상태를 물었다. 땡땡이는 괜찮아졌다고 했다. 가래소리도 덜 나고 안색도 좋았다. 땡땡이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땡땡아, 체육이 재미있지?"
"네"
"땡땡아, 힘들겠지만 다음부터는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 체육 하자. 체육 하다가 좀 힘들어지면 쉬었다가 다시 하면 좋겠어. 그리고 밤에 좀 빨리 자는 게 어떨까? 잠을 잘 자야 몸이 덜 피곤하고 면역력이 좋아지거든. 땡땡이는 착하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 오늘은 꼭 보호자랑 병원에 가봐. 감기 걸려서 가래기침하잖아."
"네."
"오늘은 더 이상 심한 활동하지 말아라. 교실에서 책 보고, 그림 그리고 그래. 선생님 잔소리쟁이지?"
"아니에요."
땡땡이가 살며시 웃었다.
땡땡이 담임교사에게는 메시지를 보냈다.
'땡땡이가 오늘 체육수업 끝나고 너무 숨쉬기 힘들어했습니다. 방과 후에 병원진료를 받을 수 있게 보호자에게 안내전화 부탁드립니다."
분명 병원에 가지 않을 것이다. 보호자가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다. 그러나 일단은 또 한 번 병원진료를 권유해야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아~~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