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들은?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해주면 좋겠습니다

by 민들레

요즘 부모들은 너무 바쁘다.

일에 치이고, 마음에도 여유가 없어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아이와 정이 쌓일 틈이 없다.


정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함께 있어야 생기고 대화를 해야 깊어진다. 그런데 요즘 부모와 아이 사이엔 시간도, 대화도 없다.


아이들은 아프고 무섭고 힘들 때 가장 먼저 부모를 찾는다. 하지만 그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 부모도 있고, 때로는 귀찮아하는 부모도 있다. 심지어 아이를 돌보는 일을 스스로 감당하기보다 학교에 맡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프면 보건실 가.", "힘들면 보건샘에게 말해." " 보건실에서 쉬어."

부모가 해야 할 돌봄과 위로를 교사에게 맡겨버린다.


결국 부모와 쌓아야 할 정을 교사와 쌓게 된다. 그런데 그 정이 제대로 쌓일까?

나의 경우, 담당 학생이 천 명이 넘고, 하루 보건실 방문 학생만 해도 여든 명이 넘는다.


그 많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말 한마디, 얼마나 깊은 눈 맞춤을 줄 수 있을까.


아이들의 정서적 공백,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당신의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미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2시 30분.

저학년 아이들은 이미 정규수업이 끝난 시간이다.

보건실에서 밀린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의 휴대전화 스피커에서 엄마와의 통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엄마, 배가 아파요'"

"그럼 보건실에 가서 쉬어."

"근데요. 계속 아프면 어떻게 해요?"

"계속 아픈 건 아니잖아. 일단 보건실에서 쉬어보라니까."

"쉬어도 아프면 어떻게 해요?"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해야지. 엄마 진짜 바빠."

"엄마 계속 아플까 봐 무서워요."

"보건실 가서 쉬라니까."


통화는 그렇게 엄마의 큰소리로 끝났다. 아이는 배가 계속 아플까 봐 무서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아이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엄마의 목소리에 온기가 없었다. 귀찮음만 묻어 있었다.


'괜찮아질 거야.' 그 한마디면 됐을 텐데. 남도 아니고, 엄마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왔다.


잠시 뒤, 보건실문이 열렸다.

큰 가방을 멘 작은 아이가 느린 걸음으로 들어왔다.


"어서 와. 여기 앉아."

자연스레 다정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어디 아파?"

"배요."

"언제부터 아팠어요?"

"점심시간부터요."


아이의 상태를 살펴본 뒤 말했다.

"일단 배가 10점 만점에서 6점 정도 아프고, 방과 후 공부하기도 힘들다고 했지. 약을 좀 먹고 20분 정도 온찜질하면서 쉬자. "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먹이고 침대에 눕혀 이불을 덮어주었다. 작은 참새 같은 아이가 유난히 외로워 보였다.

"엄마가 많이 바쁘신가 보구나."

"네. 카페 하세요."

"바쁘시겠다."


아이가 그토록 엄마에게 듣고 싶던 말을 내가 대신했다.

"20분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온기가 아이를 감쌌고, 아이는 이내 잠이 들었다.


20분 후, 아이가 잠에서 깨어났다.

"이제는 괜찮아?"

"네."

"다행이다."

아이가 웃는다. 세상 평온해진 얼굴이다.


착한 아이들에게 주려고 사 두었던 미니어처 '먹지 마'지우개를 건넸다.

"앞으로 아플까 봐 걱정되면, 이 지우개로 생각을 싹싹싹 지워버려. 알았지?"

"네."

아이가 또 웃는다. 세상 예쁜 미소다. 엄마도 그 미소를 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당신의 아들은 세상에서 하리보를 가장 맛있게 먹습니다

다시 일을 하는데 밖에서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보건실 문이 열렸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에게 갔다.

"어디 아파?"

"손바닥에서 피나요."

눈을 크게 떠야만 볼 수 있는 작은 상처였다.


"씻자. 다행히 작은 상처다."

아이를 데리고 세면대로 가서 상처를 씻고, 얼굴을 닦아 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파트 놀이터에서 동생이 밀어서 넘어졌어요."

"친동생?"

"네."

"아이고, 어쩌냐? 동생이 왜 밀었어?"

"저랑 싸워서요."

"자주 싸워?"

"아니요."

"근데 오늘은 왜 싸웠어?"

"동생이 놀려서요."

아이의 얼굴에 빨간 물감이 번진다. 아무래도 부끄럼 쟁인가 보다.


"엄마한테 일러버려. 동생이 혼나야겠다. 감히 오빠를 밀고."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었는데, 아이가 금방 침울해졌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 엄마가 저만 혼내요."

"동생이 이번엔 잘못했잖아."

"제가 전화로 말했는데 엄마가 화내면서 보건실 가라고 했어요."

세상 슬퍼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이를 위로하고 싶었다.

"으메. 속상하겠다. 엄마가 회사에서 바빠서 그랬을 거야."

"저희 엄마 집에서 놀아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집으로 오라고 해서 상처도 보고, 아이 마음도 다독여주면 될 일을 보건실로 가라고 했다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래도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집에 있다고 노는 건 아니야. 집에서 너희들 잘 크라고 집안일하시는 거야. 다음부터는 '놀아요." 대신 '집안 일 해요.'라고 말하자."

"네'"

세상 순하게도 답한다. 착하고 마음이 여린 아이가 틀림없다. 엄마는 아이의 이런 성향을 알고는 있을까.


"땡땡아, 동생 몇 학년 몇 반이야?"

"1학년 2반이요."

"이름은?"

"김민서요."

"다음에 보건실 오면 선생님이 엄청 아프게 치료해 줄게."

"네."

대답이 끝나자마자 아이가 잠시 머리를 흔들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선생님, 조금만 아프게 치료해 주세요. 동생이 착할 때도 있어요."

'엄청'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착하다. 그리고 예쁘다.

쥐꼬리만 한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었다.


착하고 예쁜 아이들에게 주려고 비축해 놓은 하리보에 따뜻한 정을 담아 건넸다. 맛있게도 먹는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하리보 먹는 아이의 모습을 엄마가 아닌 내가 보게 되었다.


당신의 아들은?


당신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며 정을 쌓고 있는가. 아이가 당신과 쌓아야 할 정을 누군가에게 무작정 위임하고 있지는 않는가.


아이에겐 언제나 당신이 필요하다. 아이가 아프고, 무섭고, 두려울 때만이라도 아이 곁에서 함께 있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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