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혼자였다

잊을 수 없는 시간

by 민들레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보건실입니다.”

“선생님, 3학년 12반입니다. 저희 반 ○○이 보건실에 있나요?”

“없는데요.”

잠시 정적. 그리고 다급해진 목소리.

“배가 아프다고 보건실에 갔는데요. 한참 됐는데요. 어디 갔지?”

“선생님, 함께 찾아봐요.”

나는 보건실 앞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이는 없었다.


5분 뒤, 담임선생님이 보건실로 왔다.

“선생님, 물티슈 좀 주세요. ○○이가 화장실에 있는데… 옷에 대변을 봤더라고요.”

“네? 제가 갈게요. 여벌옷만 가져와 주세요.”


화장실 문 앞.

“○○아, 보건 선생님이 들어가서 도와줘도 될까?”

“네…”

아주 작은 목소리.

문을 열자, 내려간 바지와 옷, 다리에 묻은 대변이 보였다.
급해서 참지 못했나 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이의 바지를 벗기고, 묻은 것을 닦았다.
아이는 끝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한참 후, 여벌옷으로 갈아입히고 아이의 손을 잡고 보건실로 왔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그림책을 펼쳤다.

30분 뒤, 보호자가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 사이, 아이는 20분 넘게 혼자 화장실에 있었던 셈이다.

순간 최근의 사건들이 떠올랐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수업 시간, 아무도 없는 화장실.
고요한 복도.

갑작스러운 대변 실수.
열 살의 여자아이.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그날 보건실에는 대기하는 아이들이 가득했다.
개학과 동시에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를 보건실로 보냈고, 보통이라면 20분쯤 후에 처치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을 것이다.

3학년 12반은 보건실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더 오래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아이는 혼자였다.


화장실에 비상벨 하나만 있었어도,
누군가 아이의 이동을 도와줄 수 있었다면,
몸을 씻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면,

아이의 20분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학교에는 아이들이 대소변 실수를 했을 때 혼자서 버거운 시간을 견디지 않게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설과 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시설 하나’일지 모르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나는 아직도, 그날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혼자 버티고 있었을 그 아이의 20분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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