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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는 민들레 Aug 05. 2024

초등학교에서 학생의 골절이 의심될 때는?

보건교사 사정 및 처치 - 담임교사 연락 - 보호자 연락

초등학생들은 발달과정상 조그만 일에 쉽게 흥분한다. 뛰어다니기를 좋아하며 호기심이 왕성하다. 학생들은 친구 몸, 교실 바닥과 벽, 책상, 의자, 사물함, 교구, 운동장 바닥, 계단, 화장실 등 학교에 있는 모든 건축물 및 교구, 사람들과  끊임없이 부딪친다.  손발이 삐끗하는 일 또한 다반사다. 우리 학교의 보건실 방문 학생을  질환별로 분류해 보면 피부피하계 문제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근골격계 질환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보건실을 방문하는 학생 수는 하루 평균 20명에서 30명 정도 된다.


학생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보건실을 방문하면 보건교사는 학생의 상태를 사정한다. 근골격계 질환의 처치방법으로는  얼음찜질, 붕대감기, 부목대기, 타 박스겔 등 진통소염제 바르기, 응급처치 방법 알려주기, 온찜질해 주기 등이 있다.  보건교사는 학생의 사정 및 처치가 끝나면 담임교사에게 학생의 상태와 응급처치 방법을 알린다. 담임교사가 학생의 상태를 보호자에게 안내할 수 있게 한다.   보건교사의 눈이 엑스레이는 아니기에 학생의 상태를 방과 후에 가정에서 관찰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혹 학교에서는 별 문제없다가 집에 가서 다친 부위가 부어오르거나 심한 통증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다. 나는 1교시에 학생이 다친 경우 중간놀이 시간, 점심 시간, 하교하기 전에 학생을 보건실에 다시 들리게 하여 다친 부위의 상태 변화를 관찰한다. 병원진료가 필요한 학생의 경우에는 담임교사를 통해 꼭 보호자에게 연락한다. 담임교사가 부재중이었을 때는 내가 직접 연락하기도 한다. 보호자는 담임교사의 연락을 받고 학생을 데리고 의료기관을 방문한다. 담임교사는 오후에 시간을 내서 보호자에게 진료결과를 물어본다. 간혹 보호자가 먼저 병원에서의 진료결과를 담임교사에게 알리기도 한다. 학교에 따라 담임교사가 학교 안전공제를 보호자에게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학생을 병원에 보내는 경우에는 그날 오후나 다음 날 아침에 담임교사에게 학생의 진료결과를 물어본다. 학생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을 때는 학생을 부르기도 한다.  이는 같은 문제로 보건실을 방문한 학생의 사정 및 처치과정에 참고가 된다.


학교에서는 학기 초에  '응급상황시 조치 안내'라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한다. 이는 학교에서 응급상황시 어떻게 학생을 조치하는지 안내하는 통신문이다. 보호자는 이 통신문을 잘 읽어봐야 한다.  일 년 동안 보건실에서 발송하는 안내문 중 가장 중요한 안내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골절이나 염좌가 의심되었을 때는 즉시 병원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 학생이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지도 않고, 몇 시간 지체해도 학생의 상태가 악화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꼭 병원에 가기는 해야 한다.


8시 30분. 50대 중반의  피구부 선생님이 6학년 학생을 데리고 보건실에 왔다.

"선생님.  애 손가락 좀 보세요. 공에 맞았는데 아무래도 골절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학생의 상태를 시진하고

"네. 담임에게 알리고 보호자 연락해야겠네요."라고 말했다.

피구부 선생님이 학생을 바라보며 "이번주 대횐데, 어쩌냐?"라고 물었다.

학생이 살며시 미소를 띤다. 저학년 같으면 보건실 밖에서부터 울고불고 난리였을텐데 고학년이라 그런지 학생이 많이 여유롭다.  

피구부 선생님은 학생에게 "선생님은 선생님 반 학생들 등교시간이라 가볼게. 보건 선생님께서 도와주실 거야."라고 말하고 보건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학생의 다친 손가락을 살펴봤다. 손가락이 15도 정도 바깥족으로 꺾여있었다. 손가락 골절이 의심되었다. "많이 아파요? 하나도 안 아픈 게 1이야, 119가 올 정도로 심각하게 아픈 게 10이다. 그럼 넌 어느  정도야?" 학생이 5 정도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지켜본 결과 손가락이나 발가락  골절의 경우 생각보다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오히려 상처가 나거나 머리 아프거나 배가 아팠을 때 학생들은 더 아파한다. 이 학생은 이미 안정된 상태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지 않다. 저학년이라면 나는 학생을 안정시키느라 진땀을 흘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학생에게 "손가락이 15도 정도 밖으로 꺾였지요.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이런 경우 뼈가 부러진 경우가 대부분 이더라. 어쩌냐?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요. 의사 선생님이 잘 도와주실 거야."

"네"  또 학생은 미소 짓는다. 어쩜 이렇게 보호자가 양육을 잘했을까? 선생님들의 물음에 공손하게 이야기하고 미소 짓는 것이 몸에 밴 아주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마음 속으로 우리 아이들도 저랬으면 싶었다.


골절 의심 부위인 손가락을 사진으로 찍었다. 골절이 의심될 때 제일 사용하기 편한 '한 스프린트'를 전완 중간부터 손가락까지 대주고 붕대로 고정해 주었다. 팔걸이에 팔을 넣게 하여 팔의 움직임을 최소화시켰다. 냉장고에서 아이스팩을 꺼내 학생에게  주고  골절 의심 부위에 대게 했다. 학생에게 보호자가 지금 어디에 계시냐고 물어봤다. 학생은 부모님께서 아침 일찍 직장에 나갔다고 했다. 학생이 아픈데 보호자가 직장에 있는 경우 가장 난감하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보호자들, 대부분이 어머니들인데 이들은 직장 내에서 직위가 낮고 비정규직인 경우도 많다. 그로 인해 그들이 얼마나 직장에서 나오기 힘들지 예상이 된다. 나는 꼭 필요한 경우에게 담임을 통해서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있다. 또한 보호자에게 연락하기 전에  학생에게 보호자가 직장에 있는지, 가정에 있는지 물어본다. 가정에 보호자가 있는 경우에는 병원진료를  보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보호자들이 공무원이 아니어도 자녀 일로 필요한 경우 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학생의 담임교사에게 전화해서 학생의 상태를 알리고 보건실에 오라고 했다. 담임교사가 학생의 손가락을 보고 눈이 똥그래진다. 이런 상황에서 담임교사들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반응한다.  주로 저경력이고 맘 약하고 감정이 풍부하신 분들은 학생보다 더 놀라 어쩔 줄 몰라한다. 이 경우는 학생을 불안하게 하고  내가 그 교사를 진정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두 번째는 담임교사가 놀라서 순간 당황해하다가 금세 진정하고 차분해지는 경우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학생의 담임교사는 이에 속했다. 세 번째는 학생 상태를 담담하게 대하는 부류이다. 이들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연륜 있는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조금 전의 피구부 선생님 같은 분들이다. 이들은 학생들도 잘 진정시키고 치료과정도  잘 알고 계신다. 더불어 보호자에게 연락도 잘한다. 어쩌면 이들은 병원경력 없는 신규 1년 차 보건교사보다 상황파악을 더 잘하고 대처도 더 잘할 수 있다. 내가 신규 1년 차였을 때 이런 부류의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들은 보건교사가에게 든든한 존재이다.

담임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선생님,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골절된 것 같아요. 보호자가 와서 학생을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보호자에게 연락부탁드립니다."


담임이 휴대폰을 들고 보건실 밖으로 나갔다. 담임교사가 보건실에 있을 때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하면 이때도 대체로 두 가지로 반응한다.  주로 내향적이거나 보호자와의 통화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분들은 보건실 밖으로 나가 보호자와 통화한다.  외향적인 교사나 보호자와의 통화를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하는 고경력 교사들이 대체로 보건실에서 보호자와 통화한다.

담임교사가 "선생님, 보호자분이 지금 직장에서 나오기 힘들다고 하는데 지금 꼭 병원에 가야 하나요? 보호자분이 물어봐서요."라며 전화기 입구를 막고 물었다. 나는"선생님, 보호자분 좀 바꿔주세요."라고 말했다. 담임교사가 보호자에게 보건교사가 통화를 원한다 말하고 핸드폰을 주었다. 아무래도 학생을 사정한 보건교사가 학생의 상태를 잘 알고 있고 치료과정도 담임교사보다는 더 잘 알기에 보건교사가 보호자와 직접 통화하는 것이 업무 진행에 수월하다. 그러나 보호자들이 담임교사를 통해서 연락하지 않은 경우 매우 서운해한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담임을 통하지 않고 연락하는 경우 담임교사가 자신의 아이에게 소홀하거나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부 보호자들은 '보건교사가 전화해서 엄청 다친 줄 알았다'라며 당황해하고 불편해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가능한 한 담임교사를 통해 보호자에게 학생의 상태를 알리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보호자 통화할 때는 차분하면서 상냥한 목소리를 장착해야 한다. 조금만 무뚝뚝하거나 쳐져있거나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말만 하는 경우 이 또한 민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보건교사를 의료인, 전문가, 교사로 보지 않고 친절함 만을 미덕으로 보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머니, 6학년 담당 보건교사입니다. 왼쪽 새끼손가락이 15도 정도 밖으로 꺾였습니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찍어봐야 할 것 같아요. 이런 경우 보통 골절이더라고요. 가능하다면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몇 시까지나 학교에 오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학생의 어머니는 '애 학교 끝나는 시간에나 직장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나는 "네. 알겠습니다. 학생 골절부위는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담임교사에게 어머니께 보내주라고 안내하겠습니다. 학생 바꿔드릴게요."라고 말하고 휴대폰을 학생에게 주었다. 보호자가 학생에게 이것 저거 묻고 전화를 끊었다. 학생이 다친 경우 보호자 입장에서는 학생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걱정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다만 울어서 대화가 불가능한 저학년의 경우 보호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통화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경우  학생이 보호자랑 통화하면서 더 크게 울고 나만 학생을 진정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또한 보호자도 학생이 울어버리면 걱정만 커진다.

담임에게 "9시에 교실로 보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담임은 교실로 갔다.


학생에게 "엄마가 많이 바쁘신가 보다. 이따가 수업 끝나고 병원에 간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일단 얼음찜질 더 하자. 지금 당장 안 가도 되니까 괜찮아."라고 말했다.


학생은 9시에 교실로 올라갔다.  중간놀이 시간에 학생의 상태를 살펴보려고 교실로 전화했더니 담임교사가 9시 40분 즈음에 삼촌이 와서 병원에 데려갔다고 했다. 아마도 손가락이 꺾인 사진을 보고 어머니께서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는 지인을 찾은 것 같다. 그 지인을 찾느라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 아이고, 안쓰럽다.

학생은 수술하고 6주 정도는 손가락을 못 움직일 텐데 얼마나 불편할까?


학생은 그날 오후에 수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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