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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는 민들레 Aug 11. 2024

나에게 동물이란

아이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다

나에게 동물이란 아이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다.


사랑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나에게 동물은 언제나 관심 밖이었다.

어려서 동네 집집마다 개들이 있었다.

친구 집에 가면 커다란 개들이 하얀 이를 들어내며 짖어댔다.

국민학교 2학년 때는 친구 집에 가서 개에게 다리를 물렸다.

나는 개들이 너무 무서웠다.


여름이면 어른들이 개를 잡았다.

커다란 나무에 개를 묶었다.

몽둥이를 가지고 개를 때렸다.

그리고 나무 통째로 불을 지폈다.

개고기를 집집마다 나누었다.


그 시절 쥐가 많았다.

저녁에 자려고 누우면 천장에서 쥐들이

우르르 우르르 돌아다녔다.

광에 가거나 곳간에 가면 커다란 쥐들이

나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분주히 돌아다녔다.

나는 쥐들이 무섭고 징그러워 소리지르며 도망쳤다.


동네의 도둑고양이들이 쥐의 목을 잡고

걸어 다니며 쥐를 먹었다.

징그러웠다.


초겨울 해 질 녘이 되어

솥에 소밥을 끓이려고

아궁이에 불을 짚피면

도둑고양이들이 아궁이에서 뛰쳐나왔다.

너무 무서워 뒤로 자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부지가 소를 밭으로 끌고 오라고 해서

소를 끌고 밭으로 가는데

경사진 길에서 소가 갑자기 날뛰었다.

고삐를 놓치고 말았다.

소는 혼자 날뛰다가 밭으로 갔다.

무서웠다.


소가 새끼를 낳는 모습이 너무 징그러웠다.

송아지가 태어나고 소가 송아지를 혀로 핥으면

송아지가 걸었다.

 무서웠다.


소여물을 줄 때마다 왕방울 같은 눈을 가진 소가

날 바라보고 '음메'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소가 날 박을까 봐 무서웠다.

아부지는 언니들과 나, 동생들의 대학 학비를 내려고

소를 팔았다.


동물은 나에게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동물은 나에게 징그러운 대상이었다.

동물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대상이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후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난

동물에게 이름을 붙인 후

동물과 함께 살고 난 후

동물은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이

근무하던 학교 앞 문방구에서

금붕어를 사가지고 보건실에 왔다.

당황스러웠다.

마침 근무하던 학교 현관에 어항이 있어 금붕어를 넣어 주었다.


시골에 가니  개가 있었다.

아이들이 초롱이, 복실이라 이름 지어주었다.

아이들은 시집에 가면 제일 먼저 초롱이와 복실이에게 인사했다.

어느 날 초롱이가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알고

애들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울었다.


 아이와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 때 병아리를 부화시켰다.

병아리들도 앙이, 이라 이름 지었다.

병아리는 우리 집 베란다 해피트리 아래 사과박스에서 6개월간 살았다.


아이들이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 앙이, 팡이를 데리고 갔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앙이,팡이가 못생겼다고 했다며

 앙이, 팡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아파트가 떠내려 갈 정도로 울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학원 다니면서

사진관 앞에 있는 개에게 튼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사진으로 찍어 간직했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때부터 3년간 다니던 영어학원에

미라는 털이 복슬복슬한 고양이가 있었다.

아이들은 영어학원에 가서 고양이를 만지고 고양이와 놀았다.


피겨스케이트 선수를 꿈꾸던 학생이 손에 상처가 생겨서 왔다.

상처가 생긴 이유는 하수구에 빠진 새끼 고양이를 구해주다가

고양이가 적으로 생각하고 할퀴어 생긴 것이었다.


이름도 잊어버린 1학년 학생 3-4명이

어딘가 많이 아파 보이는 참새를 데리고 보건실에 왔다.

참새가 곧 죽을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에게 살려달라고 했다.

선생님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시간 후 학생들이 참새가 죽었다며 울면서 보건실에 왔다.

학생들이 슬퍼하니 나도 슬펐다.

학교 텃밭에 학생들과 함께 참새를 묻었다.


학생들이 반려견, 반려묘가 아프다며

보건실에 와서 치료법을 물었다.

나는 사람만 치료해서 동물 치료법은 모른다고 했다.

학생들이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보건실 밖으로 나갔다.


5년 전

아빠랑 시골에 갔던 아이들이

'냥냥이'를 데리고 왔다.

무서웠다.

곳간에 있던 살찐 쥐 같았다.

너무 무서워 냥냥이를 보면 소리 지르고 도망 다녔다.

아이방에 냥냥이를 가두었다.


혼자 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아이들이 방문을 열고 학원에 가는 바람에

냥냥이가 아이들 방에서 나왔다.

냥냥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냥냥이가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봤다.

냥냥이 눈을 처음으로 봤다.

호기심이 가득한 냥냥이의 눈이

사랑을 간절히 바라는 냥냥이의 눈이

아이들의 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가 고프면 울고

사람 옆에 있으려고 하고

장난감으로 놀아주면 좋아하는 녀석을 보며

동물과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동물이 무섭지 않다.

이름있는 동물은 가족이다.

만나는 동물의 이름을 묻고

이름  없는 동물에게 이름을 붙인다.

아파트에 돌아다니는 길냥이를  애교쟁이라 부른다.


나에게 동물이란 아이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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