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한참전에 지나간 데다, 눈앞에 겨울이 와있지만, 에어컨 이야기를 잠시 하려고 한다.
더위가 한창인 여름이 올 때마다 항상 주목받는 주제의 동영상이 있다.
에어컨을 마음껏 틀어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면서도 전기세 폭탄을 맞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들이 그것이다.
그 덕분에 이제는 에어컨이 정속형이냐 인버터 형식이냐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상식이 되었다.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되어 있는 인버터 형식은 에어컨을 껐다가 다시 켤때 실외기가 다시 돌아가면서 소비되는 전력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일정온도를 맞추어 놓고 계속 틀어놓는 것이 훨씬 낫다는 사실은 이제 전국민이 다 알고 있을 정도이다.
지속적으로 켜져 있는 에어컨은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때 필요한 많은 양의 에너지 소비를 막아준다.
내게 글쓰기란 그런 것이었다.
꺼놨던 에어컨을 다시 켤때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듯 꾸준히 매일 써내려가지 않는 글쓰기는 다시 시작하려 할 때마다 나에게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글을 써나가는 에너지도 만만치 않지만 다시 시작하려 하는 것 자체에 의식하고, 애써야 하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나는 항상 쉬고 싶었다.
그리고, 당연한 권리를 누리듯 충분히 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청소를 했으니 쉬고 싶고, 설겆이를 했으니 쉬고 싶고,
내일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개운한 상태로 일어나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몸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쓰고 싶은 글이 생기면 글 속에 담고 싶은 내용을 몇 가지 적어놓고 첫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또 몇가지를 적어둔다.
이틀정도 머릿 속에 떠돌던 조각들을 흩어진 퍼즐조각 주워담듯 하나하나 모아서 적어 두었다.
그리고 나의 글쓰기는 항상 거기에서 멈추었다.모아진 조각들은 퍼즐판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조각의 형태로 모여만 있었다. 어떠한 그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꾸준하고 적절한 만큼의 에너지로 지속되지 못하고 항상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꺼지는 이유들은 너무나도 다양했다.
직장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오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이유,
사소한 일인듯, 큰일 아닌 척 하지만 예의 주시해야 하는 사춘기 딸들에게 신경쓰느라 여유가 없었다는 이유,
글을 쓰려고 맘먹고 앉았는데 갑자기 집안 이곳저곳이 지저분해 보여 청소를 안 할 수가 없다는 이유,
갑자기 생겨버린 맥주 한잔의 약속을 이유로 등등등...
어떤 이유로든 멈추고 나면 다시 시작하는 것은 힘이 들었다.
해마다 제곱의 속도로 소진되는 나의 체력은, 지금 당장 눕고 싶다는 욕망과 내일을 위해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가장 덜 비겁한 변명 앞에서 글쓰는 에너지를 끌어내기를 거부했다.
잠이 들 정도로 녹초는 아니지만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남아 있지는 않은 상태.
돌이켜보면 머리가 맑고 에너지가 있는 상태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항상 저런 애매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이런 상태에서 글을 쓰는 연습을 해나가는 수 밖에 없겠구나 싶다.
잘 된다는 느낌을 받으며 쭉쭉 해나간 적이 거의 없으면서도 항상 그런 컨디션 이기를 기다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한 명목으로 게으름을 피운다.그러다가 항상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일이 다반사 이다. 조금 덜 한 컨디션으로 해 놓은 글쓰기의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그래도 꾸준히 해나가는 방법 밖에 없겠구나 싶다,이런 나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