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주말 오전,
바깥에서 잔뜩 습기를 머금고 들어온 나를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 커피를 태웠다.
눅눅하고 한기서린 내 몸은
따뜻함을 간절히 원했고
그 따뜻함은 강하게 오래 남아
나를 편안하게 해 주기를 바랐다.
마시기 적당하게
평소처럼 차가운 물을 섞어 넣지 않은 채
팔팔 끓는 물을 큰 종이컵 가득 채웠다.
한 모금을 힘겹게 마셨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원한 것은 화들짝 놀라게 하는
뜨거움이 아니라
편안하게 퍼지는 따뜻함이었다는 것을,
강하고 오래 남는 따뜻함은 뜨거움이 아니라
따뜻함 그 자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