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n 매거진 Nov 20. 2023

연말 송년회의 계절, 겨울을 달래는 술 이야기

주류 인문학과 트렌드를 연구하는 명욱 교수는 ‘술의 제철은 겨울’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겨울과 어울리는 술과, 연말 술자리를 위한 조언을 구했다.
ⓒunsplash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사람들과 모인다. 1년 간의 노고를 되돌아보는 송년 모임이 줄을 잇는다. 여러 지인과 함께 지난 이야기를 나누고, 곧 찾아올 내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축제의 자리에서 술이 빠질 수 있을까.

안부 인사에서 ‘밥 한번 먹자’만큼이나 자주 나오는 말이 ‘술 한잔하자’다. 술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한다. 가벼운 술자리에서는 이성을 유지한 채로는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오간다. 얕게는 한 해의 노고를, 깊게는 개개인의 내면에 대한 주제가 그렇다. 술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관계가 깊어진다.

1년에 한 번 모이기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평소에 즐기던 주류로만 적시기엔 아쉽지 않나. 위스키와 와인, 가볍게는 소주와 맥주도 좋지만, 세상에는 좋은 술이 너무나도 많다. 이번 연말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술을 맛보며 술맛 자체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모임이 아니더라도, 겨울에는 유독 술이 당긴다


계절은 우리 주변의 꽤나 많은 것을 좌지우지한다. 술도 그렇다. 한여름 더위에는 시원한 맥주가 떠오르고, 한겨울 추위에는 따뜻한 사케가 떠오르듯 말이다. 어떤 계절이든, 어떤 술이든 마실 수 있는 시대지만 유독 추위와 어울리는 술을 찾게 되는 때다.

음식에 비유했을 때, 겨울이 술의 제철이라 생각하면 쉽다. 봄에는 꽃게가 맛있고, 가을에는 전어가 최고인 것과 같다. 기본적으로 술은 겨울에 제조한 것이 좋다. 추운 날씨로 저온 숙성에 유리하다는 이유다. 겨울에 빚은 술은 차가운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된다. 발효 시간이 길수록 그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 성분으로 인해 향이 좋고 부드러워지며 깊은 맛이 난다. 

맥주와 막걸리, 청주 등 발효주는 대부분 날이 따뜻한 봄이 아닌, 겨울에 제조한다. 차가운 온도에서 천천히 익어간 술이, 추운 우리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이성적으로든 감성적으로든 술은 겨울과 가까운 셈이다.

ⓒunsplash

겨울에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따뜻한 술’이 떠오른다. 어떤 것이 있나?


아무래도 프랑스의 뱅쇼와 독일의 글뤼바인이 대표적이다. 이 둘은 각국에서 부르는 명칭이 다를 뿐 같은 술로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레드와인에 계피나 오렌지, 한약재 등을 함께 넣어 끓인 술이다. 따뜻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원기 회복이나 감기 예방 차원에서 주로 마신다.

사케를 데워 마시는 건 익히 알 것이다. 데운 사케는 ‘아쓰캉'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선 추운 겨울에 따뜻한 국물 요리나 나베 요리와 함께 데운 사케를 마시며 몸과 마음의 온도를 높인다. 데운 사케는 풍미가 진하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 물론 사케는 종류마다 어울리는 온도가 달라 모든 사케를 데워 마시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전주 지역의 모주가 대표적이다.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계피, 배 등을 넣어 끓이는 술이다. 알코올 도수가 1도 내외로 낮고 달콤한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unsplash

국가마다 주종이 다양하다. 크게 보면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차이점이 무엇인가?


동양과 서양은 환경이 다른 만큼 발전한 술이 다르다. 동양에선 곡주가 발전했다. 막걸리와 사케가 대표적이다. 동양은 일조량이 일정하지 않고,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되면서 땅이 많은 물을 머금는다. 쌀은 수분이 풍부한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동양의 환경에는 곡물을 키우는 것이 유리했다.

서양에선 과실주가 발전했다. 포도를 원료로 하는 와인이 대표적이다. 서양은 일조량이 많고 강수량이 일정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재배하는 과일은 당도가 높다. 일조량이 많으면 당도가 높고, 높은 당도는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로 변하기 때문이다. 술을 발효하는 과정에서도, 동양에서는 누룩으로, 서양에서는 엿기름으로 발효한다는 차이도 있다. 흔히 들어봤을 몰트(malt)나 맥아가 엿기름이다.


전통주는 우리나라 고유의 술인데도 왠지 낯설다. 연말에 지인들과 함께 마시기 좋은 전통주를 추천한다면?


물론 연말 모임에서는 와인이나 위스키, 가볍게는 소주와 맥주를 즐기는 게 보통이지만, 전통주를 시도해 보는 것도 이색적인 연말 모임을 위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복순도가' 막걸리는 탄산이 들어 있는 스파클링 막걸리로, 샴페인과 유사해 파티 분위기에 어울린다. ‘오미로제 결’도 좋다. 오미자로 만든 국산 샴페인으로, 미국 대통령 바이든 방한 당시 만찬주로 유명하다.

ⓒ오미나라

음식에 따라 선택하는 주종도 달라질 것 같은데, 이번 연말에 추천하는 술과 음식의 조합이 있나?


연말 모임에서 가장 많이 오르는 메뉴는 육류가 아닐까 싶다. 보통 기름진 육류에는 증류주가 잘 어울린다. 삼겹살에 소주를 찾게 되는 이유다.

다소 이색적일 수 있지만, 대구맑은탕과 보드카의 조합을 추천한다. 보드카는 깔끔한 맛을 지향하는 증류주다. 대구맑은탕 특유의 시원한 국물이 보드카의 깔끔한 목 넘김과 어울린다. 영양학적 관점에서도, 높은 도수의 보드카는 따뜻한 국물 음식과 조합이 좋다. 인체는 섭취하는 술의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체내 수분 흡수가 빠른데, 그만큼 체온과 비슷한 따뜻한 온도의 수분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소 낯선 조합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먹어보면 두 음식의 조화에 빠지게 될 것이다. 


술자리에선 두 가지 이상의 주류를 섞는 ‘폭탄주’를 빼놓을 수 없다. 폭탄주를 즐기는 법 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사실 두 가지 술을 섞는 이유는 술맛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빨리 취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폭탄주는 과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유의해 조금씩 즐기는 것이 좋다. 특히 술과 섞이면 안 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자양강장제와 이온음료다. 이것들은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에 술과 섞어 마시면 급성알코올중독에 빠질 수 있다. 다만 술자리가 끝난 다음 날 아침에 이온음료를 마시는 건 좋다. 이온음료가 숙취 해소를 돕기 때문이다.

폭탄주보다는 술과 차가 만나는 하이볼을 추천한다. 겨울에는 따뜻한 기운을 가진 허브가 들어간 하이볼이 좋다. 시나몬이나 로즈메리, 민트, 바질 등이 겨울에 키우기 좋은 허브다. 이들을 넣은 하이볼도 매력적일 것이다.

ⓒunsplash

2023년을 마무리하는 덴맨을 위한 술 한 가지를 추천해 달라


아무래도 싱글 몰트위스키가 좋지 않나. 그중에서도 발베니 더블 우드를 추천한다. 위스키의 맛에서 부드러운 꿀의 풍미가 느껴지기 때문에 입문자도 도전하기 좋다. 발베니는 보리도 직접 재배하는 등 장인정신이 투철한 브랜드다. 브랜드 자체의 역사도 깊고, 병의 디자인도 감성적이라 여러모로 좋아하는 브랜드다.


송년회 등 연말 술자리를 위해 조언이 있다면?


일단 술을 섞어 마시지 말기를 권한다. 술의 목적이 취함에 있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다양한 주종을 조금씩 골라 마시는 걸 추천한다. 식전주, 식중주 등 다양한 순간에 다양한 주종을 조금씩 맛보는 것이 좋다. 어떤 술이든 고유의 풍미를 지닌다. 술 자체를 감상하고 음미하며 지인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Profile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및 작가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 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ㅣ 덴 매거진 2023년 12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Den 매거진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작가의 이전글 상속세 개편의 시계는 돌아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