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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nis Kim Apr 19. 2020

중국 스타트업은 왜 데이터 마사지를 하나?

부자가 되기 전에 늙고 지친 중국의 고민


상하이 신천지는 말 그대로 미래 도시이다.

동방명주가 서 있는 상하이 맨해튼 지역인 신천지는 그 어떤 글로벌 도시보다도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이다. 한중일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경기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중국의 블록체인 대표 기업인 Qtum에서 투자를 받았을 때, 그 투자 결정까지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상하이 테크 크런치 행사를 앞두고 스타벅스에서 나의 숨통을 트는 투자는 결정되었던 것이다. 


2017년 중국의 블록체인 시장은 유동성이 넘쳤다. 미국의 닷컴 버블처럼 인간의 욕망이 끓어올랐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중국은 신용 평가사와 글로벌 VC가 없다는 것 때문에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경험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중국 기업의 경우 동일 조건의 미국 기업보다 신용 조달 비용이 높았다. 해외 자본을 조달받아 사업을 키워가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피해 의식이 컸다.


그래서 중국은 자국의 신용 평가 회사를 적극 육성했다. 그 자신감을 얻은 결과 중국의 신용평가사인 '다궁(大公) 글로벌 크레딧은 2018년 1월 미국의 신용 등급을 BBB+로 강등했다. 피치와 무디스는 트리플 A와 AA+로 평가하는 것에 반하여 미국의 부채를 크게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 신평사가 중국 정부의 기조대로 미국의 달러 헤게모니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신용 평가사 육성 정책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좋은 등급의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자본은 저렴하게 빌려올 수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금리만큼 경쟁력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2016년 3월 S&P와 무디스는 중국의 신용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당연히 '부정적'인 평가는 다은 신용 등급 평가 때 신용 등급 하락의 가능성이 50% 이상으로 높아진다. 즉, 신용 등급 하락의 예비적인 조치인 것이다. 중국 정부는 발끈했고, 중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만든 사태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당시 인민 인보를 비롯하여 다양한 중국 경제 주체들은 채권 schere 현상으로 서방 기업들이 신흥국을 신용 평가로 압박해서 경제 성장을 누른다고 강변했다. 


채권 schere 현상은 한국도 경험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단어가 바로 채권 schere 현상의 전형적인 예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상장되어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후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말처럼 한국 증권 시장의 디스카운드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점은 언어적, 화폐, 지정학적 리스크(우리에게는 북한이...ㅜㅜ), 정치 문제가 투자자에게는 불안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궁을 비롯하여 중국의 신평사들은 트리플 A 채권을 남발하다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미국을 최초로 정크 본드 수준의 신용 등급을 먹였던 다궁은 1년간 영업 정지뿐 아니라 2020년 3월 25일 다시 1년간 영업 정지를 당했다. 


한 줄 요약: 중국 신평사 망했어요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중국의 신평사 육성 정책과 함께 중국의 벤처 캐피털 역시 넘치는 유동성에 스타트업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한 해에만 수 십 개의 유니콘이 탄생했다.


예전에 페이스북에서도 사진 한 컷을 올렸지만, 3년 전, 공유 자전거 시장은 뜨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망했다. 근본적으로 공유 경제도 아니었고 돈을 벌지 못하는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우버를 벤치마킹해서 중국의 공유차 시장은 지난 몇 년 간 돈을 얼마나 쏟아붓느냐는 머니 게임으로 변질되었다. 유저를 빠르게 확보해야 하고 미친 스케일을 보여줘야 했다. 


돈을 다 불태우고 유저와 마켓셰어를 키워서 경쟁 회사를 집어 삼 켜야 했다. 그래서 디디는 중국에서 우버를 집어 삼기고 1등이 되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스타트업은 성공의 법칙이 있었다.


돈을 불태워 유저와 마켓셰어를 키운다

스타트업에 투자한 VC들이 적당한 타이밍에 합병을 시킨다

치열한 경쟁은 M&A로 정리된다.

나스탁에 상장한다.

독과점의 샴페인을 VC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나눠가진다.

유니콘, 데카콘이 된다.


2년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알리바바 티몰에서 커머스를 하는 100개 기업, 백강이 미국 나스탁 상장 기준을 넘겼다는 것이다. 


쿠팡에 물건을 파는 커머스 파트너 100개가 나스탁 상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스케일에 놀랐지만, 나는 광군제에서 데이터의 착시 현상을 보았다.


2019년 11월 11일,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광군제는 중국인 1인 당 1000위안을 소비했다고 한다.


광군제(光棍節)의 올해 매출이 사상 최고인 1조 4800억 위안(약 246조 6684억 원)을 기록했다고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 은행이 13일 밝혔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62.6% 증가한 수치라고 전했다. 올해 결제 건수도 한 해 전보다 35.4% 증가한 17억 7900만 건이었다. 이 금액은 세계 50위권인 그리스나 뉴질랜드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반품률이다. 일부 상품군에서는 거의 50~80%반품이 발생한다고 한다. 알리바바, 알리 클라우드에서는 다양한 AI를 통해 정교한 리타켓팅한 광고 배너를 제작하여 효율적인 커머스를 달성했다. 규모는 커졌지만, 그 이상의 반품률은 중국 커머스의 깊은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중국에서 믿는 데이터는 3가지이다.


철강용 석탄이 중국 항구에 쌓여 있는 재고율

중국 석유(中国石油化工, 시노펙)의 석유 수입량

알리 클라우드 사용 트래픽


중국의 스타트업은 6개월에서 1년 이내 투자자들에게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 모든 자본은 광고, 마케팅을 통해 유저와 마켓 셰어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튜브 채널인 유큐(YUKU) 여시 수백 개의 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전쟁을 벌이고 M&A를 통해 승리자가 되었다. 


그래서 중국의 스타트업들은 비슷한 규모라면 데이터를 속이더라도 다음 투자를 이끌어 내야 했다. 속는 자가 바보라는 중국의 산차이 문화 역시 이런 데이터 마사지(속이기)에 죄책감을 덜어줬던 것이다.


우리가 2018년, 6천 명의 우리 유저를 상태로 중국의 블록체인 월렛에서 실시간 홍바오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앱 유저는 5백만 명, DAU, 1일 접속자 수는 수십만 명이었다. 


우리 이벤트가 시작되자, 앱은 동접 몇 백 명에 다운되었다. 알리 클라우드에서 세팅한 트래픽과 서버 사이즈가 아주 작았던 것이다. 


우리 실시간 홍바오 이벤트조차 감당 못할 정도로 데이터 마사지가 심각했던 것이다.  


유쿠가 만든 스타트업 유니콘 전략은 공유 자동차 플랫폼인 디디에서도 통했다. 하지만 공유 자전거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고 공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다. 중국의 VC 역시 3년 거치, 5년 내 자본을 회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장부가와 다르게 성장은 둔화되고 시장은 악화되고 있다. 많은 중국의 벤처캐피털들은 더 이상 투자하지 않고 투자한 유니콘 스타트업의 지분을 저렴하게 투매하고 있다. 


나스탁에 상장한 중국의 유니콘들 역시 투자 자본 회수가 빨라지고 있고, 루이싱 커피처럼 분식의 의혹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2019년 여름, 중국의 위워크와 같은 공유 오피스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거의 멸종하다시피 되었다. 그리고 많은 스타트업이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시리즈 B 투자를 받은 중국의 지인은 회사 사업의 대부분을 구조 조정하고 5G의 가능성만 가지고 최소한의 운영으로 정책을 변화했다.


중국에 이런 말이 있다


부자가 되기 전에 늙었다.


60대 중국인들이 거의 4억 명이 된다. 중국은 급격한 노령화 사회가 되었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1가구 1자녀 정책을 폐기했다. 노인 인구를 젊은 세대가 부자가 돼서 부양해야 한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규제를 풀었고 베이비붐이 몇 년 동안 불었다. 


중국에서는 1년에 500만명의 대학생이 졸업한다.

이 중에 350만 명을 고용할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2000년 이후 스타트업 육성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데이터가 다소 버블이더라도, 투자의 스케일을 키우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그중 경쟁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M&A를 한다. 그리고 나스탁이나 중국 증시에서 자본을 회수하여 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이었다.


하지만 한계는 도래했고 리스크는 커졌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문제는 등급 외 채권을 우량 등급의 채권을 적절하게 믹싱 하여 신용 등급을 높이는 마술을 벌이다가 버블이 터진 것이다. 


중국 역시 신평사부터 터졌고 벤처 캐피털이 투자한 천문학적 자금이 스타트업에서 exit를 못하고 발이 묶인 상태이다. 스케일의 기적이라는 중국 스타트업이 이제는 정확한 데이터로 평가를 받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VC의 펀드는 3년 운영, 5년 내 회수가 일반적이다. 2014~2015년에 많은 VC 펀드들이 결성되었고 그 무렵 유니콘이 탄생했다. 이제 벤처 캐피털의 펀드의 만기 연장도 넘어버린 상황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말라 버린 상황이다. 


수백 만 명의 고학력자 실업의 위기는 공산당 정권의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스타트업의 유동성이 사라진 중국은 과연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인가? 


관전 포인트는 정확하다. 

중국의 VC의 유동성과 스타트업 취업자 수라는 통계, 그것을 뒷받침할 알리 클라우드의 신규 계정, 트래픽이다. 


알리 클라우드의 성장율만이 유니크 데이터이다.


중국 신평사 다국 사태: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775286622426928&mediaCodeNo=257


중국 광군제: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114/983687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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