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년의 넋두리
마흔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마흔 둘이다. 하지만 지금이 되어서야 40대가 되었음을 훌쩍 느낀다. 회사에서는 임원진을 빼놓고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다. 잘 다니던 사내 동아리에서도 어느덧 나이 많은 것으로 세번째가 되었다.
운동을 할 때 중년이 되었음을 더욱 느낀다. 50~60대 혹은 그 이상의 인생선배들이 놀릴지도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기력이 못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아직도 20대 친구들처럼 젊고 힘이 넘쳤으면 하는 나의 욕심일까.
20대에는 취직하고 회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30대 초반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흔이 되니 뒤늦게 태어난 둘째는 아직 3살이지만 첫째는 벌써 초등학교를 갈 나이가 되었고 금년은 결혼 10주년이 되는 해가 되었다.
마흔이 되니 아직은 갚아야할 빚이 있지만 우리 부부 명의의 집도 있고 아이도 있고 직장도 있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마흔의 여우 남편의 마음 속에서는 이제서야 불안이 꿈틀꿈틀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20대, 30대 모두 취업과 결혼, 출산이라는 강렬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젊음의 혼돈 속에서 나 자신을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는데 마흔이 되어 안정된 삶을 가지니 이제야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나는 초라한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마음 속 불안은 나를 현재로부터 멀어지게하고 자꾸만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앞으로 10년 후 나의 모습을 명확하게 그려볼 수 없어 매우 불안하다.
불안한 마음은 나를 자기계발서로 이끌고는 한다. 그곳에는 밝고 힘찬 미래가 있다. 나의 불안한 마음도 공감해준다. 꿈을 만들고 시각화 하라며 방법도 알려주고 각종 백만장자 혹은 성공한 소수의 사람들의 예시를 들며 힘들 북돋아 준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 난 다시 초라한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있다. 나와 같은 정규분포 속에 있는 사람을 위한 실용적인 자기계발서는 없는 것 같다. 특히나 회사일과 두 아이를 키우는 일에 온전히 모든 에너지를 쏟아 매일매일 기진맥진 한 사람들을 위한 효율적인 조언도 없다. 더 끌어낼 에너지를 타고난 알파 종족만이 그 계발서 대로 아침형 인간이 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잠도 줄일 수 있는 것 같다. 불행히도 난 알파가 아니라 오메가다.
그런 오메가도 성실과 노력으로 지금까지 왔지만 그 이상 끌어낼 물리적 에너지는 솔직히 없다.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성실과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남는 건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인 건 오로지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 일까.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 처럼 거침없이 달려왔지만 이제 그 기차도 어두운 터널을 잠시 지나야 한다.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뒤에는 밝은 내일이 있기를 기도한다. 터널을 빠져나올 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여우도 더 이상 꾀만 내어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나와 함께 있는 가족이 있기에 다시 거침없이 속도를 내어 보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