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인 삶의 진실
누구나 혼자가 되는 날은 반드시 온다.
그 사실을 나는 아내를 떠나보낸 그 새벽,
처음으로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 하루하루가 달라졌다.
집 안에는 여전히 익숙한 가구들이 그대로인데도
공기가 달라졌다.
벽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고,
아내의 기척이 사라진 부엌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깊다.
말없이 내 등을 토닥이던 그 손길,
"밥 먹자"라고 부르던 그 목소리가 이젠 어디에도 없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는지,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38년을 함께 살아왔다.
그중 마지막 13년은 병원과 투석실,
항암치료와 통증과의 싸움이었다.
아내는 점점 말라갔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옆에서 하루하루를 함께 버텼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서로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이였다.
그래서였을까.
떠날 준비를 해왔다고 믿었는데,
막상 그날이 오자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혼자 남겨진 삶이 이렇게까지 낯설고 외로울 줄은 몰랐다.
혼자가 된 후,
나는 자주 후회를 한다.
'그때 조금 더 웃어줄걸',
'맛있는 음식 해줄 걸',
'말 한마디라도 더 걸 걸'.
그때는 그렇게 시간이 넉넉한 줄만 알았고,
우리의 내일이 늘 있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삶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특별한 날보다도
소소했던 하루들이 더 그립다.
아내와 마주 앉아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던 점심,
집 앞 ‘맘스터치’에서 치킨 반 마리를 나눠 먹으며
소소하게 웃던 저녁,
함께 TV를 보다가 졸음에 겨워 나란히 잠들던 밤들.
그 평범함이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지금은 뼈아프게 알겠다.
이제 나는 쿠키(우리 강아지)와 단둘이 살며,
하루 한 끼를 챙겨 먹고,
밤이면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도 잘 버텼어요. 나, 잘 살아내고 있어요."
그렇게 하루를 살아낸다.
가끔은 주방 식탁 앞에 앉아
텅 빈 의자를 바라보다 눈물을 참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 시간마저도 이제는 나의 일상이고,
사랑의 흔적이다.
사람은 결국 혼자가 되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다가오는 시간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
사소한 일상에 웃음 한 번,
따뜻한 말 한마디,
지친 날에는 손 한 번 잡아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우리는 늘 먼 미래를 준비하며 살지만,
실은 오늘 하루가 전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내와 함께 했던 마지막 저녁도,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하루가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기억이 되었다.
사랑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저 매일을 다정하게 살아내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아직
곁에 사람이 있다면,
부디 지금, 더 많이 웃어주고
더 많이 사랑해 주길 바란다.
언젠가 반드시 혼자가 되는 날이 찾아오기에,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둘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것의 진짜 의미라는 걸,
나는 이제야 진심으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