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듯, 여전히 낯선 시간
"그 사람이 없는 계절은, 다만 계절일 뿐이다."
달력의 숫자가 바뀌고, 한 장이 또 조용히 넘겨졌다.
그저 날짜 하나 지났을 뿐인데, 마음속엔 작은 파문이 일었다.
7월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없는 첫여름이, 그렇게 다시 찾아왔다.
시간은 늘 그렇듯 앞으로만 흐른다.
이별했던 날로부터는 점점 멀어졌지만,
다시 만날 날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 하나라도 붙잡고 있어야 하루를 온전히 살아낼 수 있다.
겉보기엔 무덤덤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
무언가 비어 있는 듯한 감각이
사소한 순간마다 스며들어 마음을 흔든다.
식탁에 놓인 빈 의자 하나,
에어컨 바람이 도는 거실 한가운데,
그 사람이 빠진 모든 풍경은 여전히 낯설다.
요즘 들어 자주 게을러진다.
밤은 길어지고 아침은 더디다.
생활의 리듬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좀처럼 다시 바로잡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온 늦은 시간,
그제야 불을 끄고 누우면
몸도 마음도 늪처럼 가라앉는다.
생각해 보면,
아내 곁에 있을 땐 늦게 자도 새벽이면 눈이 절로 떠졌었다.
그녀의 움직임에 먼저 깨어나던 몸.
그녀를 향해 열려 있던 귀.
그 긴장이 사라진 지금, 하루의 시작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조금씩이라도 다시 바꿔보려 한다.
이른 아침을 여는 '미라클 모닝'이 아니더라도,
무더운 한낮을 피하려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요즘 나는 부동산 임장을 다니며
하루의 질서를 되찾아보려 애쓰고 있다.
밖은 이미 한여름이다.
장마라지만 비는 잠깐이고, 햇볕은 연일 뜨겁다.
밤엔 열대야가 찾아오고,
에어컨을 켜야만 겨우 잠이 온다.
봄에 미리 청소해 두었던 에어컨 덕분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지내고 있다.
그때 청소비가 14만 원쯤 들었나,
기억은 흐릿하지만
그 사람이 있었다면 조금 더 자주,
더 정성껏 준비해 두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그런 후회가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왜 그땐 더 살뜰히 챙기지 못했을까.
왜 그녀의 편안함을 미루지 않고 먼저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내의 부재는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오늘은 그녀가 그렇게도 예뻐하던 딸의 생일이다.
정작 미역국 한 그릇 끓이지 못하고 아침을 보냈다.
출근 준비로 분주한 화요일.
생일파티는 이틀 뒤인 7월 3일로 미루었다.
다만, 내일 아침엔 쌀밥을 지어 따뜻한 미역국을 끓이고, 고등어도 사다가 구워줄 예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예쁜 꽃다발을 들고 아내가 있는 공원에 다녀올 생각이다.
그녀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서야
마음 편히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이 예약한 세빛섬 뷔페식당에서 셋이 모일 것이다.
그 자리에 아내가 함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움은 늘, 이런 날 더 짙어진다.
늦은 밤, 아이들이 집에 들어왔다.
딸은 회사에서 치킨을 먹고 왔고,
아들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모양이다.
하루 한 끼라도 제대로 챙겨주고 싶지만
시간대가 안 맞고, 그조차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마음 한편이 괜히 무거워진다.
식사, 대화, 웃음의 부재.
그녀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이토록 선명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언제쯤 이 마음이 잔잔해질까.
아마도, 다시는 예전 같은 평온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리움과 함께 걷는 삶을
나는 오늘도 조심스레 배워가고 있다.
그리움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익숙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