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오늘 하루, 아내 곁에서

2011.11.24

by 시니어더크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아내가 곁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전날 밤,
통증 때문에 눕기 어려워 한참을 앉아 있더니
결국 늦게서야 잠이 든 모양이다.


잠든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비록 진통제 덕분에 통증을 잠시 잊고 잠든 상태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편히 누워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었다.


언젠가 이 고통의 원인이 치료되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바랐다'


아침엔 딸을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와
아내의 아침밥을 차렸다.

하지만 역시 많이 먹지 못했다.
식사를 제대로 해야 체력도 따라주고
약을 먹어도 덜 지칠 텐데...

밥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짠해진다.


그런데 오늘은
항암약의 부작용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덱사메타손이라는 호르몬제 때문인지
손과 발이 심하게 부어 있었다.


OO병원 81 병동 간호사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자,

담당 간호사는
약 성분에 의한 자연스러운 부작용일 수 있다고 했다.


내일까지 복용이 예정되어 있으니
하루 이틀 경과를 지켜보고
붓기가 더 심해지면 병원에 오라고 했다.


처음 겪는 항암치료라
작은 증상 하나에도 걱정이 앞선다.


손끝이 저리고
발은 퉁퉁 부어 있었다.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을 해주고
조심스레 주물러도 보았지만
딱히 효과는 없었다.


아침도 거의 못 먹은 아내를 위해
점심이라도 챙겨보려 마트를 다녀오려 했지만,

점심도 먹기 힘들다고 했다.
속이라도 든든히 채워야 할 텐데…


약을 챙겨주고
시간 맞춰 꼭 먹으라고 일러둔 뒤
은행, 가구공장, 이마트를 다녀왔다.


은행에서 급한 일을 처리한 뒤
집 근처 가구공장에도 들렀다.

오래된 식탁을 새로 바꿔서
아내가 식사라도 조금 더 편히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서울에 살 땐
가구공장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양주로 이사 온 뒤로는
직접 찾아가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가격은 오히려 매장보다 비싸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터넷 구매를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마트에선 피자와
몇 가지 식재료를 사서 돌아왔다.


어느덧 오후 4시가 가까워졌다.
혹시 배가 고프진 않을까 싶어
급히 피자 한 조각을 데워 줬다.


그런데 딱딱한 식감 때문인지
관자놀이가 아프다며 조금 뜯다가

결국 반 조각도 못 먹었다.


이제부터는 딱딱한 음식보다 수프나 죽, 누룽지처럼
부드럽고 소화 잘 되는 음식 위주로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장을 보던 중에
아내의 오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뭘 잘 먹느냐고 물었다.

솔직히 대답하기 어려워
“딱딱한 건 못 먹고,
뭘 먹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내 친구는 늘 따뜻한 정을 나누던 사람이다.

이렇게 꾸준히 관심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저녁엔 오븐에 고등어를 굽고,
현미밥과 도토리묵무침을 준비했다.

하지만 여전히 입맛이 없어 많이 먹지는 못했다.


아마도 항암약의 부작용이
계속되는 듯하다.


밤엔 아내의 발을 주물러 주려 했지만,
피곤이 몰려와 잠깐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다시 일어나 겨우겨우 발을 조금 더 만져줬다.


식사를 거의 못했지만 설거지거리는 꽤나 쌓여 있었고
전자레인지도 함께 청소했다.


그 사이,
딸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정류장을 지나쳐 다른 동네까지 가 있었다.

졸음 때문이었다.


급히 차를 몰고 딸을 데리러 갔지만

정확한 위치를 몰라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았다.

딸은 감기에 걸린 상태라
약도 못 먹고 버스에서 잠이 든 것이다.


내일은 꼭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혹시라도 아내에게 감기가 옮으면 큰일이니까.


그런데 내일은 학교에서 MT가 있다는데,
이 상태로 다녀오면
감기가 더 악화될까 걱정된다.


아내는 밤이 깊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낮에도 별로 자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불면증이 시작된 건 아닌지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내일 아침엔
큰처남댁이 뭇국을 끓여다 준다 해서
국 준비는 하지 않았다.


아내가 내일 먹을 약을 다시 정리하고
조용히 아내 옆에 누워 발을 주물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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