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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어린이날, 당신과 함께한 잔디밭의 기억

당신이 남긴 계절 속에서

by 시니어더크


2025.5.23 (금) 맑음


나의 사랑 정숙 씨,

어느새 5월도 끝자락에 와 있어요.

바깥은 여전히 푸르고 햇살도 따뜻한데,

조용히 지나가버린 어린이날을 떠올리며

달력 한 장을 조용히 넘긴 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문득 생각났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벌써 30년도 더 된 그 어린이날을요.

아이들 손을 꼭 잡고

명일동 그룹 연수원 푸른 잔디밭에 갔었지요.

잔디밭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아이들은 얼마나 밝게 웃었던지요.


당신은 새벽부터 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했고,

우린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간식을 나누고, 사진도 찍었지요.

나는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당신 옆에서 괜스레 미소만 짓고 있었고요.


그날, 그룹에서 나눠준 작은 선물 하나에도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정말 좋아했지요.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땀을 뻘뻘 흘리며 손에 꼭 쥐고 있던

작은 인형과 색연필 세트,

그걸 보여주며 자랑하던 아이들의 반짝이던 눈동자.


며칠 전엔 앨범을 꺼내

그날 찍은 사진을 들여다봤어요.

당신은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었지요.

그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웠던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결국 눈물이 고이고 말았어요.


그렇게 평범하고 소박했던 하루가

지금은 얼마나 눈부시게 그리운지요.

아이들은 어느덧 훌쩍 커서 어른이 되었지만,

그 잔디밭엔 아직도

당신의 미소가 남아 있을 것만 같아요.


정숙 씨,

올해 어린이날엔

당신과의 그 추억을 꺼내

하루 종일 마음속으로

그날의 당신을 그려보았습니다.


그곳에서도 기억하고 계시지요?

아이들이 웃고,

당신도 웃고,

그 곁에서 내가 함께였던 그날을.


당신이 남겨둔 계절 속에서

나는 여전히,

그 따뜻했던 봄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늘 당신의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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