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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당신 없는 겨울, 남겨진 일상

쿠키와 걷는 길, 당신의 흔적을 따라

by 시니어더크


2024.12.13 (금) 맑음


정숙 씨,

요즘 아침저녁으로 겨울 추위가 점점 매서워지고 있어요.

당신이 없는 집은 여전히 고요하고 적막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들은 어제 고읍동 집에서 자고 오늘 학원 강의를 마치고 돌아온다고 했어요.

딸은 오전 근무를 마치고 가평에 모임이 있다며 갔는데,

방금 집으로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어요.

추운 밤길이니 조심해서 운전하고 오라고 당부했죠.

당신이 떠난 뒤, 나는 온 마음을 아이들에게 쏟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집안일을 대충 마무리한 후, 산책을 가고 싶어 하는 쿠키를 데리고

덕계공원으로 나갔어요.

쿠키는 이제 나를 보면 밖에 나가자고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요.

매일 산책을 나가다 보니 이제는 밖에서만 배변하려 해서

어쩔 수 없이 날마다 나가야 하지만, 그 모습이 또 귀엽기도 합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조금 힘들겠지만,

쿠키는 이 시간이 너무 신나는 모양이에요.


집에서 “엄마 어딨 어?” 하고 물으면 쿠키는 안방, 거실, 화장실 등을 킁킁거리며

당신을 찾으러 다닙니다.

말은 못 하지만, 쿠키도 당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아마 당신의 흔적이라도 느끼고 싶은 걸까요?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당신과 함께했던

따뜻한 기억들이 떠올라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산책을 마친 후에는 병원에 다녀왔어요.

두 달에 한 번씩 혈압약과 당뇨약을 처방받으러 가는 날이었죠.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져요. 오늘은 독감 예방주사도 맞았습니다.

의사가 “독감이 곧 유행할 시기이니 미리 맞는 게 좋다”라고 하더군요.

젊었을 때는 이런 예방조차 필요 없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라도 미리 준비해야 안심이 됩니다.



집에 돌아온 다음, 다시 나가서 동네를 한 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초기 당뇨라 운동이 필수라기에 꾸준히 실천하려 합니다.

혈압과 당뇨가 없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왜 이런 질환이 생겼을까 자문해보기도 해요.

젊었을 때 더 관리를 잘했어야 했나 싶다가도,

이제는 후회해야 소용이 없으니 더 나빠지지 않게 열심히

예방으로 운동을 하려고 해요.





저녁에는 내가 먹는 약을 정리했어요.

당신이 있을 때는 늘 당신의 약을 챙겨주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침저녁으로 먹을 약을 미리 봉지에 나눠놓으니 한결 수월해요.

나이가 들며 약이 점점 늘어나는 게 실감되지만,

운동과 식단 관리로 줄여볼 희망은 가져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늘 말하죠.

“건강이 최고야.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어.”

당신도 늘 그렇게 말하곤 했잖아요.



당신이 떠난 후, 혼자 하는 모든 일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쿠키와 산책을 나가는 일, 병원을 다녀오는 일, 약을 정리하는 일,

모두가 익숙한 듯 그러나 낯설어요.

그래도 그 속에서 당신의 따뜻한 흔적을 느끼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지금 이 시간, 밤이 점점 깊어갑니다.

정숙 씨,

당신이 있는 곳에서는 평안하고 따뜻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당신을 그리워하며 이 글을 씁니다.

사랑합니다. 정숙 씨

잘 지내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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