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앞에서 당신을 그리며
2024.12.15 (일) 맑음
사랑하는 정숙 씨,
오늘은 주일이었어요. 대림절 셋째 주라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마치 나를 향한 말씀 같아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다음 주는 성탄절 주일이라고 하네요.
예배가 있다는 소식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엔 교회에 가지 못할 것 같아요.
그날은 아들과 딸과 함께 당신을 만나러 갈 예정이거든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파티를 열곤 했죠.
아이들이 어릴 적엔 당신과 내가 손발을 맞춰 파티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부터는 둘이서 모든 것을 준비해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어요.
크리스마스 저녁, 맛있는 음식과 달콤한 케이크가 차려진
식탁을 둘러앉아 환하게 웃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그리운지요.
당신이 가장 좋아했던 크라운 베이커리의 하얀 버터 초코가루 케이크를 기억하나요?
가족 기념일마다 늘 그 케이크를 함께 나누었었죠.
크라운 베이커리가 없어져 더는 살 수 없게 된 날,
당신은 참 아쉬워했어요.
“예전에 먹던 그 케이크가 제일 맛있었어.” 당신의 그 말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 후로는 파리바게뜨의 생크림 케이크로 대신했지만,
당신의 마음속에는 늘 그 첫 케이크가 남아 있었지요.
나 역시 그랬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그런 케이크도, 파티도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날 아들과 딸, 그리고 나는 당신을 만나러 가기로 했어요.
그날만큼은 당신이 우리와 함께한다고 느끼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기다려줘요.
정숙 씨, 당신이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어요.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갈 줄 몰랐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1년이 지나고, 또 10년이 지나겠지요.
하지만 나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당신을 잊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내 삶의 전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요즘 당신의 예쁜 사진을 거실에 크게 걸어두려고 준비 중이에요.
사진이 완성되면 거실 한가운데에 걸어놓고
매일 당신의 미소를 마주할 겁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아들은 우리 가족사진으로 달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완성해서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둘 겁니다.
곧 크리스마스가 오고, 연말과 설날도 다가오겠지만,
당신이 없는 집은 텅 빈 것 같아요.
당신의 웃음과 목소리가 사라진 이 공간은 나와 아이들에게
참으로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아들과 딸을 위해 나는 웃어야겠지요.
당신이 남긴 따뜻한 기억들을 힘으로 삼아,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내년 1월 1일, 당신이 떠난 지 꼭 49일이 되는 날에도
아이들과 함께 당신을 만나러 갈 겁니다.
공교롭게도 새해 첫날이 당신을 떠나보낸 지 49일째 되는 날이라니,
그날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새해 첫 아침에 당신에게 인사를 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겁니다.
정숙 씨, 이 밤도 편안히 쉬길 바랍니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매 순간 느끼고 있으리라 믿어요.
앞으로도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의 기억을 온전히 품고 살아가는 일이겠지요.
남은 날들 동안 당신을 떠올리며 힘내겠습니다.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의 남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