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따뜻함으로 하루를 지탱합니다
2024.12.16 (월) 흐림/눈발날림
정숙 씨,
시간이 참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어요.
어제 한 주가 끝난 것 같은데, 어느새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네요.
세월이 이렇게 바삐 흐르니,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날 날도 점점 가까워지겠지요.
그 생각에 위안을 얻곤 합니다.
오늘 아침엔 늦잠을 조금 잤어요.
어제 집안일을 마무리하느라 늦게 잠들었거든요.
당신이 아플 때부터 집안일은 제 몫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리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당신 곁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위로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혼자 모든 일을 하다 보니 새삼 깨닫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해왔는지, 얼마나 강인 했는지를요.
직장에 다니며 집안일까지 도맡았던
당신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늘 미소로 모든 걸 감싸주었죠.
오늘 아침은 딸과 간단히 샐러드를 나눠 먹었어요.
재택근무 중인 딸이 출출하다며 주문한 음식이었지만,
함께 먹으니 당신이 우리와 함께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딸은 이제 꽤 성숙해졌어요.
당신이 가르쳐준 작은 배려와 사랑을 그녀의 일상 속에서 자주 느낍니다.
아들도 깨워 함께 식사를 마쳤어요.
당신이 늘 그러듯,
우리 가족은 여전히 한 끼를 함께하며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오후에는 동네를 한 바퀴 산책했어요.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더니 금세 그치더군요.
하얀 눈송이를 바라보며 당신을 떠올렸어요.
당신은 눈 오는 걸 참 좋아했잖아요.
겨울이 오면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환히 웃으며 눈을 바라보던
당신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짧게 내린 눈은 오래 머물지 못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당신과 함께했던 지난겨울들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부엌이 요즘 부쩍 춥게 느껴지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유리문 때문이었어요.
작년 겨울에 붙였던 뽁뽁이 대신 이번에는 암막 커튼을 달아보았어요.
부엌이 훨씬 아늑하고 따뜻해졌지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당신이 그 추위를 많이 탔는데,
그때 미리 이런 걸 해뒀더라면 당신이 조금이라도 덜 춥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하고요.
당신은 아프면서도 늘 제 걱정부터 했죠.
음식을 내오면 “이리 와서 빨리 먼저 드세요” 하던
당신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돌아요.
당신을 돌보는 일은 제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어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편히 지내도록 방을 정리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당신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죠.
그러면서도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곤 했어요.
‘내가 더 잘할 수 있었을까?’
당신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무엇인가 부족하진 않았을까. 하지만 정숙 씨, 당신은 늘 그랬죠.
제 부족함까지 감싸 안으며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던 당신의 따뜻한 미소를요.
지금 나는 당신과의 추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당신 없는 현실은 허전하고 고단하지만,
함께했던 기억이 저를 버티게 합니다.
오늘 눈발 속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당신은 내 삶의 가장 큰 선물이었고, 여전히 그렇다는 사실을요.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따뜻한 곳에서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이 남겨준 사랑과 기억이 제 곁에 오래도록 머물기를요.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며,
늘 그리워하는 당신의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