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향하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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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건물 사이를 빠져나와 잔디 위에 닿는다. 퇴근길의 공원은 단순한 ‘길목’이 아니라 ‘틈’이다. 사람들이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흩어지는 사이, 나는 그 틈에서 잔디 위에 앉는다.
한쪽 다리를 뻗고, 옆으로 천천히 기울인다. 몸이 기울어질 때, 마음은 오히려 곧게 선다. 잔디의 촉감이 팔 아래에서 느껴지고, 숨은 바람에 움직이는 구름처럼 천천히 길어진다. 아이의 웃음소리, 킥보드의 바퀴 소리, 그리고 잘 익은 감빛에서 복숭아빛으로 번지는 노을. 모든 것이 동시에 멀어지고, 또 가까워진다. 이곳이 도심 한복판임에도, 자연을 품는 감각은 충분하다.
하늘을 향해 열고 땅에 맡긴다.
호흡을 따라 내면 깊숙이 들어가,
신체뿐 아니라 마음과 감정의 공간까지 맑히는 흐름을
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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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도시의 공백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정교한 질서가 숨 쉬고 있다. 나무의 배열, 벤치의 위치, 바람이 흐르는 길, 사람의 동선…모든 것이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의 ‘쉼’을 위해 설계된 질서다.
요가의 몸도 그렇다. 자세는 단순히 모양이 아니라, 균형과 긴장을 알아차리며 만들어지는 내면의 공간이다. 몸이 바람을 따라 움직일 때, 그 움직임 속에 섬세한 흐름이 생긴다. 공원 속 수련은 그 흐름과 만나는 시간이다. 몸이 바람을 읽고, 바람이 몸의 방향을 바꾼다. 도시의 공원은 삶과 호흡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여백이다. 도시가 숨을 쉬는 동안, 우리의 몸도 그 숨결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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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이 공원은 한때 조선시대 천문, 지리, 역수(曆數)에 관한 업무를 맡아본 관아의 터였다. 이제는 아이들의 웃음과 푸른 잔디가 그 위를 덮고 있다. 시간은 그렇게 도시의 구조를 바꾸고, 그 위에 새로운 생명을 덧입힌다. 몸을 기울고 하늘을 향해 몸을 비틀었을 때 눈에 보이는 하늘… 나는 더 깊은 하늘의 그 층위를 느낀다. 옛 돌기둥의 자취와 오늘의 바람이 만나는 곳.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다.” 공원은 그 연결의 센터이자 시간과 몸, 기억과 감각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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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기울자, 공원은 다시 도시의 일부로 돌아간다. 가로등이 켜지고, 사람들의 발자국이 사라진 뒤에도 풀잎의 냄새와 잔디의 온기는 남아 있다.
요가를 마치고 몸을 세운다. 타다아사나. 두 발로 땅을 딛고, 척추를 곧게 세운다. 도시의 모든 소리와 바람이 한 호흡 안으로 모인다. 잠시 도시가 쉬는 시간, 나 또한 그 쉼 속에 머문다. 몸은 여전히 움직이고, 공원은 여전히 나를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