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코로나 19에 전염된 지 벌써 반년이 넘었다. 마스크와 함께하는 일상생활은 익숙해졌고, 가까운 카페나 학교조차 편히 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잠시의 이상 상태인 줄만 알았던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리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바로 ‘코로나 블루’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 19’와 우울감을 뜻하는 ‘blue’의 합성어로,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일며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의미한다. 나와 가족이 코로나 19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사회와 단절되었다는 소외감, 무기력증, 더해지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모두 코로나 블루에 해당한다.
코로나 블루의 영향력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48%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전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인원이 우울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그 심각성은 다른 통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4월 산출한 과목별 진료비가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등에서는 40% 이상 감소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1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살예방전문상담전화로 들어오는 전화 역시 작년보다 10,000건 이상이 증가했다. 이렇듯 단순히 우울을 경험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상담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 사회의 우울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20대, 30대 여성들에서는 더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 코로나 19가 시작된 1월부터 여성 자살률은 작년과 비교해 확연히 높아졌다. 이번 연도 3월과 4월의 여성 자살률은 지난해보다 약 17% 증가했으며, 5월에는 작년보다 3.5% 줄어든 수치를 보이는 듯했으나 6월에는 다시 13.6% 증가하는 양상을 띄었다. 게다가 그 중 20대 여성 자살자 수는 작년의 4배가 넘어갔다. 이에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젊은 여성의 직업이 좀 더 취약한 직업이 있지 않느냐”며, “학교도 못 가고 유치원도 못 가면서 (젊은 여성) 양육의 부담이 늘어난 것이 아니냐” 고 말했다.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재난이 이번에는 우울의 형태로 여성을 향했다.
코로나 19의 국민 스트레스 수준을 기존의 재난 비교상황과 했을 때 메르스 대비 1.5배, 경주/포항 지진의 1.4배 높으며, 세월호 참사 당시보다도 1.4배 높다. 최근 몇 십년동안의 재난 중 국민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코로나 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블루의 여파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현상에 국회에서는 사회용어에 불과하던 ‘코로나 블루’를 질병코드로 지정하고 관리하자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국가가 나설 정도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지금 누군가 우울함을 겪는 일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잘못, 무능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사회적 문제이며, 좀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재난이다.
그러니 지금은 우리 자신을 탓하지 말고, ‘마음’을 돌볼 시간이다. 경희대병원 정신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종일 앉아 뉴스만 보면,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자연스레 운동량이 저하된다”며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심리적인 힘도 결국 몸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최소한 실내에서 창문을 열고 햇볕에 드는 곳에서 운동하기를 권장한다.” 고 말했다. 단순해보이는 행동이지만 햇볕을 쬐면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이 생성된다. 이처럼 무언가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 우리의 일상에 행복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외부와의 연결 고리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함이 계속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 상담센터나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해당 기사를 보고 우울감을 느끼시거나,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으시다면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상을 잇다, 일상이 있다> 책자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