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수 십 년간의 독서에서 찾은 인생철학들

by 데레사

시아주버님의 독서 노트, 7권의 지혜를 세상에 꺼내다


책장 속의 잠든 지혜

지난 설날, 시댁을 방문했을 때 시댁 식구들과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아주버님은 책에서 읽은 좋은 문장들을 공책에 적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주버님은 평소에도 책에서 얻은 삶의 지혜나 자세를 자녀들에게 나누곤 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지난 수십 년간 직접 기록해 온 공책이 일곱 권에 달하며, 팔순이 될 때 그것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아주버님께서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좋은 문장들을 일일이 기록해 왔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던 터였다. 내가 그 공책을 보고 싶다고 청하자, 아주버님께서는 손때 묻은 공책들을 수줍게 꺼내 보이셨다. 여기저기서 얻은 연간 다이어리 노트에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글씨가 가득했다.


총 일곱 권에 달하는 공책은 대부분 불교 관련 서적이나 스님들이 쓴 책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아주버님께서는 평소 불교에 깊은 관심이 많았다. 나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부처님이나 스님들의 가르침 속에서도 언제나 삶의 진리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지를 털고 세상으로

'진리'의 사전적 정의는 ‘참된 이치, 참된 도리, 명제가 사실에 정확하게 들어맞음,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승인할 수 있는 법칙이나 사실’이다. 즉,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에서 모두가 한결같은 정의로 말하는 것을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그 변치 않는 진리가 책에 담겨 있고, 우리는 책을 읽고 배우며 깨닫는다.

나는 진리가 담겨 있는 아주버님의 공책이 책장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팔순이 될 때까지 잠들어 있기보다는, 지금 세상에 그 지혜를 꺼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로 아주버님의 글을 내가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하는 것이다. 이 귀한 지혜를 우리 가족들에게만 나누기보다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남편도 독서를 시작하면서 공책에 좋은 문장들을 적어가고 있다. 남편의 새로운 깨달음이 아주버님의 오래된 지혜와 만나는 접점이 생긴 것이다. 나는 남편이 책에서 얻은 문장, 아주버님이 책에서 찾은 문장, 그리고 내가 찾은 문장들에 나의 시선과 사색을 얹은 글을 연재하려 한다. 아주버님께서 쓰신 일곱 권의 공책에 있는 문장들 중에서 내 생각이 머무는 문장을 순서 없이, 시선이 닿는 대로 선택해서 글을 써 내려갈 예정이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되고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독서가 가져온 천지개벽

요즘 고명환 작가의 책,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에는 작가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독서를 시작하면서 삶이 완전히 바뀌고 깨달음을 얻게 된 내용이 담겨있다. 남편 역시 독서를 통해 삶에 새롭게 눈뜨고 있는 중이다.

남편의 새로운 시선은 나를 바라보는 생각마저 확실히 달라지게 했다. 예전에는 잔소리를 많이 하는 아내였다면, 이제는 '사랑해줘야 할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마치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난 듯한 기분이다.


독서는 한 사람을 살리고, 한 가정을 살리며, 나아가 병든 사회까지도 살릴 수 있다. 독서는 부작용도 없고, 누구나 차별 없이 얻을 수 있는 저렴하지만 가장 확실한 약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제로섬 게임에서는 이겨야 돈을 벌 수 있지만, 독서는 나도 살고 너도 살 수 있는 비(非)제로섬 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변화가 이제야 때가 온 것인지, 나의 기도가 이제야 이루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큰 결과는 한두 가지의 원인만으로, 혹은 어제오늘의 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여러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게 아주버님의 귀한 글들을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하게 되었다. 같은 문장일지라도 아주버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아주버님의 공책은 하나의 귀한 콘텐츠가 되었고, 나는 그 콘텐츠를 접한 독자로서 느낀 점을 쓰는 차원이다. 오랫동안 독서를 해 왔던 이들의 노트와는 깊이가 다르겠지만, 이제 막 독서에 눈 뜬 남편의 깨우침은 또 다른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연재는 남편의 독서에 대한 응원과 나의 글쓰기가 내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귀한 글을 나누어주신 아주버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