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감도를 정의하자면

사용자를 배려한다.

by hyojinrgb

도쿄는 엔지니어링보다는 디자인과 UX에 출중한 나라다. 감도는 UX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도쿄는 감도가 높다 = 사용자를 배려한다.


좋은 제품은 늘 단순하다.

Payment Product에서는 1 page 1 thing에 집중한다. 고객과 대화하는 인터렉션이 카드 리더기에 반영되어 있고, 해당 머신을 대부분의 감도 높은 카페가 사용하고 있다.


이 리더기는 Square의 제품이다.

이 제품 전략은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https://brunch.co.kr/@pumpkin-raccoon/69


확연히 느낀 점은 '단순하다'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도 결제단말기 혁신을 토스가 리딩하고 있다. 토스플레이스의 페이먼츠 단말기와 Square가 다른 점은 '대화'의 느낌이다. Square 단말기는 결제를 하고 있지만 점원과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 "credit card or cash?"라고 점원이 묻지 않아도 이미 사람이 나에게 물어본 기분이 든다.


멋진 공간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인다.

일본의 요요기 공원 근처에는 현재 세대의 감성을 반영하는 공간이 있다. 그 중에서 almond hostel & cafe에서 약 3박 4일을 묵었다. 1층은 cafe & lounge & bar, 2-3층은 도미토리로 운영되는 숙소다. 편의시설이 있다거나 하는 건 전혀 없고, 따뜻한 화이트 & 우드톤의 콘크리트와 침대, 샤워시설이 다 이다.


그러나 이 호스텔은 각국에서 온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라운지가 매력적이다. 커피맛이나 카레맛이 크게 특별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나라를 떠나 도쿄에서 뜨는 공간에 왜 왔는지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나처럼 조용한 호스텔에서 사색도 하고 편집샵 구경을 하러 온 사람, 시부야랑 가깝기 때문에 Clubbing과 돈키호테를 방문하러 온 사람, 배낭만 들고 각국을 여행중인 사람,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라 도쿄에 온 사람 등 매우 다양해보였다.

라운지는 스타일이 멋진 할아버지 한 분이 오너로 보인다. 그러나 알바생은 국적이 다양한 외국인 학생이다. 호스텔에 묵는 사람은 1층에서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음식을 가져와서 먹어도 된다. 밤 11시 넘어서도 블라인드를 반쯤 열고 사람들을 구경하며 작업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떤 공간이 ‘멋진’ 공간이라고 생각하는지, 오너의 생각이 보였다.


Selection & Display

요요기 공원 근처에는 망원동, 연남동처럼 카페와 소품샵, 빈티지샵들이 있다. 도쿄의 빈티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도쿄 빈티지 라고 검색하면 대부분 ragtag, ginza 근처의 명품 스토어나 홍대와 비슷한 분위기인 시모키타자와 빈티지 스트릿을 떠올린다. 그러나 큐레이션된 빈티지샵들이 잘 찾아보면 꽤 많다.


front 11201은 빈티지를 ‘시간을 간직한 제품=Product’로 잘 큐레이션 했고,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가격으로 display하고 있다. 지하 공간의 불리한 조건의 매물에서도 통창으로 관광객들에게 discovery 되고 있고, 셀렉션이 무엇보다 가치가 높고 깔끔하다.


팬츠, 안경, 셔츠, 캡 등 유니섹스 캐주얼로 구성된 입구에는 단색 셔츠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빈티지가 처음인 사람도 거부감이 없다. 브랜드 또한 폴로, 디키즈부터 디올, 마르지엘라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자체 PB 상품을 벽면에 걸어놓았다. 펀칭 나시, U넥 티셔츠 등 기본 아이템이라도 핏감이 디테일한 일본의 아메리칸 캐주얼 must-have items를 걸어놓아 boundary를 넓힌 셀렉션을 보여준다. 더 깊게 들어가면 빈티지 프린팅 티셔츠, 리바이스 진, 빈티지 안경을 볼 수 있고 더 들어가면 니트류와 원피스 등 여성복을 전시했다.

https://www.instagram.com/front11201/

모든 셀렉션이 너무 낡지도, 너무 새 제품 같지도 않게 시간의 가치가 묻어난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체 PB 프래그런스와 생활용품을 판다. 아트북과 함께 전시되어 있는 PB 상품도 매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녹아져있고 가격도 5~10만원 정도로 합리적이다. (서울 물가에 비하면). 더 내려가면 Lola james harper의 콜라보 전시와 함께, 프리미엄 빈티지가 컬렉션처럼 전시되어 있다. 이 또한 명품 브랜드를 강조하는 전시가 아니라 유니크한 디자인의 셀렉션을 배치해두었고, 조금 더 도전적인 디자인의 벨트, 부츠 등의 액세서리를 만날 수 있다.


이 곳의 핵심은 ‘너무 많이’ 전시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도 30분~1시간 정도 둘러보기에 충분하게 좋은 셀렉션만을 모아두었다. 시모키타자와의 빈티지샵도 ragtag도 가봤지만 이 공간이 가장 배울 점이 많았다. 이 곳의 무기는 “Selection & Display”다.


Toilet Project

도쿄의 화장실이 왜 유명할까 생각해봤다. 고객의 작은 동선 하나에도 세심함을 기울여 설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시간 밖에 있는 나로써는 땀을 흘리고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집에 가서 얼른 씻고 싶다. 그러나 도쿄의 비데는 쾌적함을 유지하여 조금 더 돌아다니고 싶게 만든다.


https://tokyotoilet.jp/en/

화장실의 변기시트도 간편하게 뽑아서 쓰거나 물티슈에 wash 제품을 묻혀 간단히 닦을 수 있게 설치되어 있다. 신식 화장실이 아닌 구식 화장실도 모두 기본이라는듯 비데가 있고, 물을 내리는 곳도 변기물이 튀지 않는 벽면에 설치되어 있거나 발로 밟도록 되어 있어 위생 걱정이 없다.


도쿄의 매력은 누군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공간을 깊게 연구해서 세심히 사용자를 챙기는 데 있다.


Sou Fujimoto의 미래는 다양성의 공간이다.

Sou Fujimoto의 건축을 보면 복잡한데 빌딩숲처럼 위압감이 들지는 않는다. 복잡해서 현대적이지만 상당히 따뜻하다는 느낌이 있다. 이번 전시를 보며 그의 건축이 자연을 본 떴기 때문에 그런 감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후쿠오카?에서 자연과 함께 자랐다. 어릴 때 자연이 주는 심상, 이미지들을 자주 접했고 건축학과에서 본인의 그러한 정체성을 작업에 담아냈다. 전시의 초입부에는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Sou Fujimoto를 대표하는 이미지 4개를 보여준다. 물방울, 나뭇잎, 솔방울, 동굴 이다.

전시를 보다가 그의 심상을 나타내는 몇 가지 중요한 말을 가져와봤다.

- Architecture encompasses nothing. It only creates the rise and fall of place.

- The desire to sleep in a bed like this, the desire to live in a house like this. the desire to live in a city like this.


인간의 쉼과 자연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지내는’ 공간에 반영한 모습이 족히 100개가 넘는 건축 모델들에 모두 반영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미래의 건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In an era that proclaims diversity while division grows more intense.


Open City를 걷다.

전시의 마지막 부 쯤에는 롯폰기의 옥상에서 도쿄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Sou Fujimoto의 큐레이션이 담긴 책들이 의자의 등받이에 꽂혀 있다. 그 중에서 Teju Cole의 Open City의 초입부를 읽었다. 도쿄라는 도시가 '이방인'에게도 따뜻함을 주는 이유를 역설적으로 이 소설의 화자가 느끼는 고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테주 콜(Teju Cole)의 2011년 소설 『오픈 시티(Open City)』는 뉴욕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나이지리아계 정신과 의사 율리우스의 사색과 방랑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9/11 사태 이후의 뉴욕을 배경으로, 뚜렷한 줄거리 없이 율리우스가 도시를 걸어 다니며 겪는 내적, 외적 경험을 서술한다.


Open City가 서술하는 우연적 사건들,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들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인간이 생각하는 것을 피부에 와닿게 서술해서 매력적이다.


평소 생각이 많아질 때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걷는 것은 휴대폰을 보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있어서 내가 그때 어떤 생각을 했길래 그 행동을 했는지를 회고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걷기 라는 행위는 생각을 정리하고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게 하면서 영감을 떠올리게 만든다. Open City의 Teju cole도 걸으면서 하는 생각을 서술해두었다. 인간의 논리적이지 않은 구름처럼 떠다니는 생각들이 독창적이며, AI가 따라올 수 없는 상상력을 잘 나타낸다.


조각상 외면으로 내면을 나타낸다.

국립서양미술관은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이, National Art Center에서는 아시아 신진 작가의 다양한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일상을 살다보면 사람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러나 위에서도 보고, 옆에서도 보고, 밑에서도 보면서 인간의 몸이 인간이 하는 생각을 나타내고 어떤 심상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동물의 조각상을 보며 우리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서울에서는 왜 인간의 조각상 전시를 자주 볼 수 없었는지를 생각했다. 도쿄는 사용자, 즉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디깅하듯이 탐구한다. 도쿄를 여행하다보면 사람이 느낄 감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이라는 감상이 들었다. 그러나 서울은 사람이 하는 생각, 사람이 느끼는 감정보다는 사람이 만드는 결과물(Output)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생산성, 창의력, 자본 등이다.


배려 라는 단어가 잘 맞는 도시다. 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저 사람이 어떻게 느낄까?"를 늘 생각해야 한다. 도쿄는 그런 의미에서 무형과 유형의 재화 모두에서 감정을 신경쓴다. 도쿄는 사람이 하는 경험(User Expeirence)를 나타내는 단어 그대로의 뜻처럼, UX가 탁월할 수 밖에 없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마시는 경험마저 섬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