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1)
사실 다른 주제들을 먼저 다룰까 해서, 캐나다 현지에서의 제 체험에 관한 기억들을 쭉 더듬어봤는데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현지 사람들의 문화, 생활 전반에 묶어 묘사해 볼까 했다가 그냥 단독 주제로 다뤄야 할 만큼 할 말이 제법 많겠더라고요.
멜팅 팟(Melting Pot)이라는 이명에 맞게 한국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비슷비슷한 사람들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이국적인 느낌의 인간상들을 만났어요. 좋든 나쁘든 다양한 의미로 각자의 결과 분위기가 독특했달까요.
우선 가장 크게 느꼈던 것 한 가지는, 생각보다 백인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답니다. 특히 제 또래의 젊은 백인은 대학, 번화가 일부, 관광 명소 등을 제외하면 확실히 많지 않다는 인상이었어요.
그 자리를 대신해 채운 게 몇 년 전부터 이미 현지에서 화두에 오른 인도와 중동 사람들이죠. 특히 인도인들은 카페, 레스토랑, 쇼핑몰, 기타 잡화점 및 공사 현장 등 생활에 밀접한 기본 일자리를 가득 채우다 못해 콜센터에서도 인도 그 특유의 억양으로 상담을 시작할 때가 다반사입니다. 오해는 하지 마시길, 어느 사회든 명과 암이 있고 특히 다문화 사회가 한국과는 비교도 못할 규모로 세계에서 손꼽히게 자리 잡힌 나라 중 하나라면 그만한 현상에 놀라는 게 오히려 현지인들 입장에선 촌놈 취급할 만한 일이겠죠.
하지만 뭐랄까, 문화가 그렇게 고착화된 것과 별개로 여기 사람들 또한 각자 다른 문화권에서 몇십 년 동안 살아오다 한 나라 안에서 지내게 된 상황이나 입장 자체에는 각자의 이견이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저는 처음 한 달을 BC 주의 밴쿠버(Vancouver)에서 지냈는데, 밴쿠버도 말로 간단히 밴쿠버라고 부르지만 사실 'Metro Vancouver'라는 식으로 표현할 만큼 그 주변의 몇몇 도시까지 묶어 광역 도시로 취급하는 실정이라 한 도시 안에서도 각 생활구역별로 다양한 인종 및 계층이 나뉘어 살고 있거든요. 그중 저는 North Vancouver라고, 본래의 밴쿠버 시보다 강 건너 위쪽에 자리한 별개의 시에서 하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하숙집 주인과 몇 차례 얘기를 하다 보면 늘 그분이 하던 얘기가 그랬거든요.
'내가 젊은 시절(약 60년 전)만 해도 본래 밴쿠버 시를 빼곤 주변이 다 촌동네였는데 이제는 온갖 건물에, 온갖 이민자들이 와서는 심지어 교통 규범도 저들 나라에서 하던 그대로, 아주 개판이 따로 없다'
그냥 딱 들어보기에도 캐나다가 명목상 추구하던 다문화 사회에 대한 현지인의 솔직하고 신랄한 입장 표명이었어요. 그리고 인도인들을 몇 번 직접 제대로 마주하다 보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심정은 알 만하답니다. 아시다시피 인도도 아주 오랜 계층 구조가 답습화된 사회다 보니, 각 계층별의 교육 수준부터도 당장 차이가 심하답니다. 외국에 나가 사는 인도 이민자들을 보면 특히 정말 그 단면이 극과 극으로 보인달까요. 소위 그래도 좀 갖추고 배워서 온 사람들은 캐나다 현지에서 금융, 법률, 중개업(실제로 부동산 매매 게시판에 인도계 중개사무소 대표님들 사진이 많이 걸려있어요)등의 소위 고소득, 전문직 업계에도 많이 뻗어나가 있지만 반대로 어느 편의점 문 닫을 시간에 무작정 들어가 화장실 써야 하니 조금만 더 봐달라, 월마트 같은 매장에서 사 온 냉동식품을 데워야 한다며 가전제품을 좀 쓰겠다거나, 기타 등등 정말 경우 없는 행동을 철판 깔고 벌이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랍니다.
그럼 반대로, 소위 백인들은 다 관대하고 여유롭냐? 그 또한 사람마다, 직군마다 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제가 직접 바다까지 건너가 피부로 느낀 건 있어요. 백인들 특유의 '일등 개척민으로서의 프라이드(Pride)'는 확실히 이 사람들의 유전자 단위로 새겨진 듯하다. 제가 굳이 프라이드라고 표현하는 까닭은, 경우에 따라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부심 내지 오만함, 왔다갔다한 채로 보일 수가 있어서라고 느껴서랍니다.
'Once you came to join here, you gotta adapt what the canadians do in usual, even when dinner'
대충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제 하숙집 주인장이, 다짜고짜 젓가락을 달라는 말도 먼저 한 적 없었던 저한테 소위 그 Canadian Dish를 내밀며 했던 말이었어요. 대충 의도는 알았지만, 듣기에 다소 건방져보이기도 하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여긴 처음부터 제 땅이 아닌 게 사실이었으니까요. 그 말 한 마디에도 기분이 참 복잡해지더군요. North Vancouver자체도 그 일대에서 상대적으로 백인들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었으니, 필시 제가 자진한 혼돈이겠죠.
어쩌다 한번은 그냥 길을 쭉 걷다가 어느 늙은 백인 노파와 잠시 길에서 맞닥뜨려서, 저는 딱 측면으로 빠지면서 노파가 먼저 지나치길 기다렸어요. 근데 그 빠져나올 각이 좀 애매하다고 느꼈는지, 아님 그 쪽 문화에선 그 태도 자체가 별다른 말도 없이 그러는 게 불쾌했던지 나지막이 제 옆에서 'Jerk'라고 욕하며 지나치더군요. 문화를 떠나서 솔직히 황당했습니다, 체면치레로라도 'Sorry'가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땅이라지만 제가 아예 버티고 선 것도 아니고 어쨌든 비켜드려서 잘 지나가는데 다짜고짜 그렇게 속삭이듯 욕하는 건 그럼 무슨 문화고 경우랍니까? 그때 좀 화가 나서 저도 왜 저한테 그렇게 욕했냐 물어보니, 얼핏 안 되는 귀로 최대한 들어보니 그런 말이더라고요.
'길 막고 서 있었잖아, 무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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