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그래서 어땠어?_3

사람들(2)

by Derick

# 사람들(1) 에서 이어집니다.


제가 좀 한국에서도 본래 비루한 말싸움을 길게 끄는 걸 먼저 지쳐서 포기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딱 그런 말이 나오니 그냥 더 따져 봐야 길거리에서 저만 등신 취급 당할 모습이 훤했어요. 그래서 그냥 제 딴엔 따지겠다고 별 말도 안 되는 말 몇 마디만 건네고 지나쳤어요. '무례한 건 너야', 뭐 이런 식으로요. 그 노파도 콧방귀치며 갈 길을 가더군요. 제가 들은 캐나다는 분명 그래도 인종 간 교류에 대해 상당히 반기는 편이라고 들었지만, 역시 현실은 다르다는 걸 연거푸 깨달았죠.

그 이후에도 자주는 아니지만 자잘한 인종차별은 종종 있었고, 대개는 백인이었어요. 교차로에서 'Excuse me, Chinese American!'라고 외치며 지나가던 꼬마 녀석들, 카페에서 'Can I see a menu, please?'라 물었더니 코웃음치며 'What? Where's the menu here?'라더니 제3세계 언어(아마 유럽 쪽)로 떠들던 금발 여자 두 명.


그리고 차별인지는 몰라도, 먼저 정착한 사람들 특유의 텃세는 인종을 딱히 안 가리는 듯하더랍니다. 하다못해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 잠시 제게 몇 가지를 물어보니 'Oh, you came from Korea? Can you speak English, then? Would you speak the name of bridge over there?'라며 그 등지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이름(Lions Gate로 기억합니다) 발음 교육을 뜬금없이 시키려던 기사도 있었어요. 자기가 중동 방면에서 넘어왔다며 한창 밴쿠버라는 도시의 홍보대사마냥 찬양을 하던 분이었죠. 자기가 조금이라도 더 겪어봤다고 생각하면 이겨먹어도 되는 줄 알고 자기 말만 늘어놓는 모습이, 어째 바다 건너 와서도 익숙하더랍니다.

한편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의도치 않게,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지낸다면 다시는 체험 못할 경험도 해봤어요 생겼어요.인디언'들과 생전 처음 조우할 기회가 온 거였죠.


예전 제 또래 분들은 외국 애니메이션 등으로 '아아아아아' 입으로 소리를 내며 흉내냈을 그 인디언들, 즉 아메리카 대륙의 진짜 원주민들 및 그 후대 사람들이었어요. 지금은 인디언들만의 거주 지역이 정해져, 그 바운더리를 벗어나지 않는 대신 평생 놀고 먹을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생활에 필요한 보조금 및 거주 환경 등을 완전하다시피 지원해주는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들이죠.



쉽게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려운 여러 역사적 침략 및 학대로 인해 그 선조들이 초기 개척민들에게 받은 아픔에 대한 보상이라면 보상이랄까요. 저는 다만 우연찮게 나중에 좀 지내게 된 캐나다 내륙의 어느 시골 마을이, 마침 그들의 거주 지구와 가까워 자주 마주할 기회가 생겼답니다. 사실 크게 다를 것도 없고, 알 사람은 알지만 그들도 혈통상으론 아시아계니까 외모도 우리 입장에선 친숙하달까요.


다만... 현대에 와선 그 엄청난 정부의 지원 아래, 게다가 한 번 그 인디언 사회를 벗어나려 하면 그 모든 지원들과 심지어 같은 인디언들 내의 커뮤니티에서도 독립해야 하다 보니, 대다수가 여러 의미로 태평하더랍니다. 어떤 때는 이만한 한량들이 없구나, 싶기도 하고. 직접적인 비교가 조심스럽지만, 여러 침략의 아픔을 겪은 역사적 배경을 한 한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새삼 한국인들의 의지가 상상 이상이다, 한 번 더 느끼는 순간도 왔더랍니다.


그리고 그런 별난 사람들이 뭉친 가운데, 이 머나먼 타국에서 아등바등 자리잡으려 애써온 교민들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또 미묘한 감정들이 복받쳐오르기도 했죠. 그리 길진 않은 시간 동안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여러 인간 사회를 만났지만, 우리 교민들은 대체로 고분고분하고 안 튀어 보이려 하며 때론 호구 같을 만큼 성질 죽이며 조아리기도 하며 살아가는 편이더라고요.


누굴 위해서?그 먼 땅까지 가서 찾은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그 인연들과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다른 건 모르지만, 그 부분만큼은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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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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