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그래서 어땠어?_4

기차여행(1)

by Derick

무연고인 아메리칸 대륙으로 넘어와

한 달 정도 흐른 뒤, 여차하면

도시든 시외 지역이든 다른 데로

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인이 다른 나라 넘어가 사는 게

쉬운 것 하나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냥 힘들다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밴쿠버란

도시가 그다지 정이 들지 않았습니다.

첫 2주 정도야 투어리스트인 셈 치고

놀고 보고 떠도는 재미라도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진짜 슬슬 숨통이 조이는

느낌이 드는 게 한국에서와 똑같았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이력서를 돌려도 보스나 매니저들은 기약이 없고,

어찌어찌 일을 구한다 해도 임시로 머무는

하숙집을 벗어나면

한국에선 상상도 못 했을 월세지옥을

감당하기에도 벅찰 것 같고


은연중에 이어지는 차별과 텃세에,

버스는 한 번 놓치면 지연될 시

한 시간까지도 기다려야 돼,

번화가에선 오물과 약물 등 오만 잡것들이 뒤섞인 악취에 해괴한 몰골을 한 홈리스들까지,

밴쿠버라는 도시는 제게 1~2주가량 여행하기에 좋은 큰 항구도시,

그 이상은 Well, well...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마침, 앨버타 주의 어느 한 시골 마을에서 Job Offer를 받았고, 어차피 외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이 땅 그 어디도 본래 제 것인 게 없으니, 경험과 견문도 넓힐 겸, 거칠 것 없이 수락했습니다.

수락 후 어떻게 가야 할지 살펴보니, 에드먼턴이라는 앨버타 주의 중소도시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이더라고요.


앨버타 주에서 가장 큰 캘거리라는 도시에서 북쪽 방향으로 차량 이동 시 세 시간쯤 걸리는 도시인데, 나중에야 더 알고 보니 워낙 재미없고 할 것 없기로 악명이 퍼져 겨울에는 '데드먼턴'이라고 불리더군요.

그래도 뭐 꼭 그게 뭐가 중하겠어요? 제 최종 목적지는 그 근방의 교외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으며,

현대인으로써 살만한 infrastructure는 다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하며 살다 보면 살아지겠다,

애당초 내 땅도 아닌 곳인데 도시든 시골이든 맘만 붙으면 그만이지 뭐, 싶었답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끊어 가려고 하니 이게, 나라 안에서 이동하는 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더군요. 시간이야 두 시간 남짓이지만, 다른 지원 없이 홀로 모든 걸 책임지는 입장에선 이동 경비 한 두 푼도 아쉬울 지경이었어요. 그래서 혹시 하는 마음에 기차 일정은 없는지 구글링을 해보니, 1주에 2번 일정이 잡힌 기차표가 마침 딱! 보이더라고요. 합류해야 하는 일자에도 얼추 들어맞으며, 경비도 비행기 티켓의 약 5,6분의 1 정도였어요.

단지, 거진 24시간가량으로 잡힌 이동 일정이 유일한 흠이었습니다. 한국의 KTX같이 고속철도 같은 형태도 아니고, 좀 더 여러 정보를 살펴보니 현지 사람들의 대륙횡단 관광코스를 겸하는 방식이었더라고요.

즉 수시로 멈춰서 대기해서 잠시 경치 감상도 하는 식의 일정이 반복될 예정이라는 거였어요.

조금 고민을 했지만, 제가 좀 의사 결정을 할 때 기본으로 깔고 가는 생각이

'원하는 모든 옵션을 다 챙길 수는 없다, 조건 다섯 개가 있을 때 꼭 필요한 세 가지가 기대 이상으로

넉넉하다면 남은 두 가지가 참을 만하다 싶으면 그렇게 하자' 거든요?

그때도 그랬답니다. 게다가 조금 더 알아보니 현지 사람들도 요샌 여러 이유로 기차는 안 타는 분위기더군요. 현지 사람들도 체험할 기회가 드문 기차 여행을, 외국인으로서 언제 또 해보겠어요?

그렇게 난생처음 해외에서 약 28시간쯤의 기차 여행이 본격적으로 펼쳐졌습니다.

저는 일반 좌석보다 약 50달러 더 추가하여 발치가 더 널찍한 좌석칸을 예매했는데,

탑승 당일이 되니 아예 별개로 줄을 세워 수속을 하더라고요.

비행기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사람이 아주 없진 않았습니다. 대부분 가족이나 단체, 혹은 노부부였죠.

제가 탑승한 칸에는 제 또래는 다섯 명쯤이나 보일까?

제 또래뿐 아니라, 전체를 놓고 둘러봐도 그중 동양인은 저뿐이었고요.

사실 이미 생각도 못한 차별적 행동을 밴쿠버 이곳저곳에서 잊을만하면 겪은 터라,

혹시 기차 안에서 무언가 일이 터지지는 않을까... 염려했지만 다행히 기우였어요.

사람들은 그저 각자의 일행끼리 떠들며 바깥 구경을 하거나 기내 매점칸 쪽을 들락날락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기차 여행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어요. 함께 하는 승무원들도 매너가 아주 좋았고요.

덕분에 저도 금세 마음을 느긋하게 내려놓고 기차여행의 Vibe를 즐기기로 했어요.

밴쿠버를 벗어나 BC주에서 AB주 사이의 그 광활하고 가파른 산맥을 가로지르는 철길을 지나는 동안,

드디어 말로만 듣던 캐나다의 Real Wild를 목도했어요. 수시로 멈출지언정 밤에는 아무래도 중간에 멈추기가 애매해서인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쭉 이동하더군요. 오후 4시쯤 본격적으로 출발해 밴쿠버를 벗어나

캐나다의 시골 풍경을 거쳐, 해 질 녘 즈음 보니 캐나다의 거대한 산맥 속 계곡에 들어와 있었어요.

예전 영화 등 미디어에서나 보던 가파르고 거대한 계곡,

그 모습이 창문 너머 바로 제 눈앞에 들어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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