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2)
# 기차여행(1)에서 이어집니다.
해가 거의 질 무렵에서야 계곡 등지로 들어와,
아쉽게도 한참 동안은 해가 진 뒤 주변 경관을
구경할 수 없는 게 아쉬웠어요.
하지만 달빛에 은은히 비치는 산맥과 수풀,
그리고 찰랑이는 하천의 수면을 감상하는 것도
꽤나 신선한 체험이었어요.
비록 두 발 쭉 뻗어 쉬기도 불편한 좌석에서
약간은 구부정하게 밤을 보내야 하는 게
확실히 불편할뿐더러, 화장실이야 그렇다 쳐도
어떻게 따로 씻을 공간이 없는 것도 곤욕이었죠.
사실대로 밝히면, 생에 단 한 번
경험하면 그걸로 족한 여정이었습니다.
가로등이라도 돼 있는 한국의 시골과 달리,
야간 공사 등을 위해 전등줄이라도 설치된
몇몇 지점들 빼곤, 그야말로 암흑천지였죠.
달빛에 비친 짙은 밤안개, 그 사이 드문드문
초록빛 야광까지 드리운 풍경,
간혹 보이는 버려진 판잣집 등의 조형물,
꾸벅꾸벅 졸았다 깨었다 반복하면서도
쉬이 볼 수 없는 진귀한 야경을 목격한 게
약간의 위안이었달까요.
그리고 다음 날, 저는 전날보다
훨씬 다채로운 광경을 바라보며 그래도
딱 한 번 해볼 경험, 제대로 해보는구나 하는
안도감 같은 게 들었답니다.
사진으로 미처 못 담았지만 로키 산맥의
자락으로 이어진 거대한 만년설,
에메랄드 빛깔의 거대한 자연호수,
계곡 및 하천과 수풀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북미의 진짜 대자연을 실감했답니다.
다만, 지나던 도중 거의 서울의 두 개의 시를
합친 정도의 면적이 산불로 잿더미가 된 모습을 보면서 또 한편으로 이 나라의 스케일을
다른 의미로 실감했어요. '재스퍼'라는 BC주 아주 외곽의 지역 일대였는데, 체감상 거의 2시간 정도는 새까만 잿덩이로 바뀐 나무들의 흔적만 바라본 것 같아요.
이 정도 자연의 경치를 갖췄으니 여기 사람들이
그렇게 공룡과 괴수에 환장하는 걸까, 싶기도 했어요.
차를 타고 거주 지역에서 몇 시간 나가면
바로 거대한 산맥과 호수, 수풀 등이 반기는 곳이니까요.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승무원 분들이
참 젠틀하셔서 밴쿠버 시내에서 간혹 느낀
리셉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대신 치유받았던 것 같아요.
여러 자질구레한 절차 없이 수속에 필요한 정보만
확인해 안내해 주고, 특히 차량 내 유일한 쉼터인
매점칸에 상주하디시피 하신 분께선
몇 시까지 열려 있는지, 처음이라 그러는데 이건 어떤 종류의 스낵인지 등을 조금 서툴게 여쭤봐도
노련하게 응대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오후쯤 간단히 누들수프(작은 컵라면 종류를 그렇게 부르며 팔더군요)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용기의 물을 직접 받아주고 자그마한 트레이에 냅킨, 간편한 커틀러리 등도 각 잡고 준비하시는 걸 보고 감명 깊은 나머지,
"How delicate it is!"
라고 제가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완전 빵 터지시며 늘 하는 건데 뭘, 또 자연스레
받아주시는 걸 보고 어딜 가나 진또배기들은 다르긴 다르다, 또 한 번 배웠답니다.
다만 한 가지, 그 와중에도 현장 상황으로 인해
본래 제 목적지에 도착 예정이던 시간보다
또 1시간 넘게 지연이 생긴 건... 어쩔 수 없는
이 나라의 흐름이구나, 하고 받아들여야 했답니다.
어찌 됐든, 그렇게 제 생에 24시간이 넘는
첫 기차여행이 일단락됐답니다. 차마 한 번 더 하기는 꺼림칙하지만,
다만 '평생 남을 멋진 광경은 잔뜩 보았기에 후회는 없다!'
라고만 해두면 딱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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