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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린나 Apr 15. 2019

세렝게티 가는 길(1), 행운의 포큐파인이 보우하사

대자연의 경이로움, 탄자니아 세렝게티, 응고로응고로(Ngorongoro)

탄자니아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세렝게티 사파리가 시작됐다.


그 어마어마한 대자연을 달랑 하루만에 둘러볼 수는 없는 노릇. 세렝게티 안에서의 숙박을 포함한 2박3일 사파리를 예약했다. 사파리 투어 가격은 참여 인원에 따라서 차이가 커진다. 드라이버, 요리사 한명씩과 사파리 자동차를 3일간 고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예약한 곳은 참여자 한명일 때 비용이 1,000달러에 육박했지만 5명까지 늘어나니 일인당 680달러(세금 별도)로 싸졌다. 숙박 형태는 세렝게티 부지 내 캠핑장에서의 텐트 숙박이다. 텐트와 침낭은 제공된다. 참고로 롯지 형태의 숙박으로 예약하면 가격이 훅훅 뛴다.



이른 아침 7시 30분에 호텔 앞으로 마중나온 사파리 가이드 존(John)과 만났다. 매우 거대한 현지인 가이드는 푸근해보이는 인상이었다. 애당초 픽업 시간은 6시 30분이었지만, 우리의 숙소가 아루샤에 있었기 때문에 1시간 더 잘 수 있었다. 부연하자면 원래 픽업 장소는 가이드 회사가 있는 킬리만자로였는데 이메일로 사전에 잘 이야기해놓아서 아루샤에서 만난 것이다. (킬리만자로가 아루샤보다 멀리 있다.) 아무튼 이제 드디어 출발~! 하기 전에 가이드 존 님이 아루샤 시내에 잠시 멈추더니 어느 식당에서 우리의 도시락을 챙겨왔다. 이제 진짜 출발~!

아루샤 시내는 이런 느낌. 사파리 차량이 많다. 아루샤(Arusha)는 세렝게티 여행의 출발 도시 기능을 한다.
아침부터 활기찬 아루샤 시내
쿵착쿵착 흥겨운 음악에 세렝게티 사파리 여행의 기대감이 커진다.


아루샤에서 세렝게티를 가는데는 거의 하루종일이 걸린다. 거리상으로는 250km 정도인데 (잔지바르에서 봤듯이) 탄자니아의 제한속도 규정이 매우 엄격하고 긴 구간의 오프로도가 포함되어 있다. 아루샤-> 응고로응고로 분화구 -> 세렝게티로 이어지는 코스로 가는데 응고로응고로 분화구까지 5시간정도가 걸렸고 세렝게티까지 3시간이 더 걸렸다. 킬리만자로에서 출발한다면 여기에 1시간~1시간30분 정도 더 걸리는 것으로 계산하면 되겠다.


한참 졸다가 일어나니 점차 시골이 나타나고
보이는 건물과 거리와 사람의 모습이 '도시' 아루샤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다 잠시 정차한 곳은 수퍼마켓! 여기서 2박 3일간의 식재료를 구입했다.


전혀 세렝게티와 상관없어 보이는 시골 마을로 들어서는 우리의 가이드 존. 세렝게티로 가기 전 최후의 타운에서 2박3일간 우리에게 맛나는 식사를 만들어주실 요리사님을 픽업하고, 또 수퍼마켓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했다.


드디어 응고로응고로(Ngorongoro)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갑자기 나온 빵은 수퍼에서 산 것)



응고로응고로에 들어가는 공원 입구를 통과하니 본격적으로 오프로드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보이는 차는 죄다 사파리 자동차였다. 좁은 산비탈을 올라가는 길에 어느 사파리 차 하나가 고장으로 멈춰 있었다. 길이 좁았기 때문에 그 뒤로 줄줄이 정체가 시작됐다. 가이드들이 하나 둘 내려 대책회의를 하고는 차를 밀기 시작했다. 자동차 크기가 크고 경사도 가팔랐기 때문에 '저게 되나..?' 싶었는데 곧 차가 다시 움직였다. 사파리 가이드 사이의 동료 의식이 느껴져 왠지 뭉클해진 순간이다. 우리의 가이드 존 님이 솔선수범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물론 그 와중에 짜증내며 틈새로 지나가려다 접촉사고를 낸 사파리 차도 한 대 있긴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산길을 다시 올라가고 잠시 지나니 동물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버팔로
코끼리


동물을 보고 흥분하기 시작한 나 : 오.. 이제 사파리 시작된거야?

존(John) : 아니야. 아직 그냥 가는 길이야.


그렇다. 세렝게티 가는 길에 이정도는 그냥 가다가 보이는 흔한 뷰인 것.


그러나 잠시 뒤에 발견한 동물은 우리의 베테랑 가이드 존 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녀석이었다.

바로 포.큐.파.인!!

고슴도치처럼 생긴 저 녀석은 포큐파인(Pocupine) 이라는 아이인데, 애니메이션 영화 <씽, Sing> 에서 로커로 나왔던 동물이다. 위기에 처하면 가시를 발사한다는 루머에 휩싸인 녀석.

영화에서 가시를 날려대던 애쉬

존 님은 포큐파인을 보는 일은 정말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운이 좋았다. 이번 사파리 여행에 대운이 예감되는 순간이었다.

포큐파인 : 지나가라.지나가라.지나가라.지나가라.
영화에서와는 달리 매우 소심해보이던 녀석이다.


포큐파인의 기운을 받고 조금 더 올라가니 응고로응고로 분화구가 보이는 전망대가 나왔다.

전망대에서 보는 응고로응고로. 저 멀리 보이는 호수 주변에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전망대에서 포토타임을 잠깐 가졌다가 다시 출발! 갈 길이 아직 멀다. 사진 속 저 호수 방향으로 내려가서 다시 한참을 더 가야했다.

스쳐지나간 응고로응고로. 이 때까지는 이곳이 그 정도로 동물의 왕국인줄 몰랐다.
이때까지만해도 가축만 많은 줄 알았다.

그렇게 조금 무료하게 가다가..

기린 발견! 이 또한 그냥 가는 길에 나오는 아이들이라고.

응고로응고로 분화구 평원을 통과하고나니 다시 삭막한 아프리카의 도로가 나타났다. 덜컹덜컹 한참을 달렸다. 가이드가 배가 고파지면 말하라길래 말했더니 적당한 곳에 멈춰서 도시락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적당한 그늘가에서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아프리카 땅 한가운데서 냠냠 도시락을 까먹는 기분은 뭔가 재밌었다.

아루샤표 도시락 : 치킨, 빵, 사과, 주스, 비스킷
우리의 가이드님도 한켠에서 함께 식사중. (왼쪽) 요리사, (오른쪽) 존


식사 중 가이드가 제안을 하나 했다.


마사이 부족 마을에 가볼래? 한 팀에 50 달러야.

귀가 솔깃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말로만 많이 들어본 마사이족을 만난다니. 그것도 대도시나 관광지에 사는 도시생활자 마사이족이 아닌,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아직 전통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어느 부족의 진짜 마을이었다. 우린 5명이었으니까 한 명당 10달러면 부담도 적었다. 그리고 빙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세렝게티 가는 길에 나오는 마을이라고 했다.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얼른 갑시다, 기사 양반!


그리고 잠시 후.

두둥-

다음 화 예고 : 마사이 부족 만나서 기분 팍 상하고 다시 세렝게티로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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