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펭귄은 19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150만 마리나 되는 개체수가 케이프타운 근처 Dassen Island에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먹이 감소, 선박의 기름 유출 등으로 개체 수가 꾸준히 줄어 지금은 18만여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 남아공 펭귄 콜로니에는 펭귄이 발에 차일 만큼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멸종 위기 속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녀석들이었던 것이다.
이 녀석들은 1년에 한 번씩 깃털 갈이를 한다. 깃털에 생기는 생활 기스가 심해지면 새 깃털로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상처난 깃털은 공기를 간직하는 힘이 떨어져 차가운 바닷속에서 활동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털갈이를 하는 약 3주간은 바닷속에 들어가지 못해 식사도 할 수 없으니 미리 뚱뚱해져서 지방질을 확보한다. 보통 11월에서 12월이 털갈이 기간이라고 하니, 그때 방문한다면 더 귀엽게 포동포동 살찐 녀석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케이프타운에는 펭귄 콜로니가 두 곳 있다. 하나는 시몬스타운(Simon's Town)에 위치한 볼더스 비치(Boulders Beach)이고, 굉장히 유명하다. 다른 하나는 케이프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베티스베이(Betty's Bay)의 스토니포인트(Stony Point)이다. 베티스베이는 케이프타운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펄스베이의 해안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다 보면 가는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나는 동물 덕후답게 볼더스비치와 스토니포인트 두 곳을 모두 갔다. 볼더스비치는 케이프타운 도심과 가까워 사람이 많고 주차장이 부족하다. 그래서 조금 정신없다. 그에 비해 스토니포인트는 가족 나들이 장소 느낌의 조용한 곳이다. 스토니포인트의 펭귄들은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않고 태평하게 놀고 있었다. 그러나 펭귄 무리 속에서 셀카를 남겨볼까 하고 다가가자 혼비백산 도망치고 말았다. 그래도 펭귄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까지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베티스베이 스토니포인트에는 아프리카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 펭귄 거주구역이 조성되어있다. 울타리 안쪽으로 수풀과 플라스틱 통으로 집을 만들어 주었다. 관리하기 편하도록 집 마다 번호 팻말도 놓여있는데 마치 펭귄 집에 주소를 붙여 놓은 것 같아 재밌었다. 이 펭귄 보호 구역은 1982년에 문을 열었고, 지금은 2000여 쌍의 펭귄 가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펭귄 보호 구역은 유료 관람 구역인데 펭귄은 유료 구역과 무료 구역을 모른다. 두 구역 사이를 내키는 대로 왔다 갔다 한다. 그러므로 굳이 유료 구역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유료 구역은 펭귄들의 집단 거주 공간을 구경할 수 있고, 만화처럼 펭귄에게 얼굴을 들이대도 도망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오히려 빤히 쳐다보고 있는다.) 펄스베이의 드라이빙 코스를 즐길 여유가 있는 일정이라면 베티스베이 구경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느릿느릿 뒤뚱뒤뚱 꿈뻑꿈뻑. 일광욕을 즐기기도 하고 파도에 휩쓸리며 놀기도 한다. 사진으로 봤던 펭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사진보다 더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