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린나 Jun 19. 2018

[케이프타운] 한국인의 밥상 in 케이프타운

한국인의 情


#19_한국인의 밥상 in 케이프타운


남아공 생활도 3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 음식 때문에 힘들다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 나기 시작했다. 한국 음식이 그리워졌다. 내가 사는 마타틸레는 한식당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 음식점 조차도 물론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한국 음식 비슷하게 해먹을 수 있는 식재료도 구하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더반에서도(400km 밖에 안 떨어진) 한국 식당과 식재료는 찾기 어렵다. 아, 여기서 한식이라 함은 순전히 주관적 초딩 입맛에 따라 떡볶이, 김밥, 치킨, 짜장면, 제육덮밥 따위를 가리킨다.

그래서 더더욱이 케이프타운에서는 꼭 한식을 먹겠노라 다짐했지만 생각만큼 쉽게 찾지 못하고 있었다. 구글 지도로 잘 검색이 되질 않았다. 그러다가 일본 라멘 집에서 우연히 만난 한인 아저씨께 식당을 추천받았다. 그 아저씨는 굉장히 호랭이 같은 인상에 소매에는 태극기가 붙어 있었는데 남아공 한인 사회에서 꽤나 높은 분이셨던 것 같다.

추천 식당인 성북정은 이미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본 곳이었다. 리뷰 숫자가 적어 포기하려고 했는데 한인 아저씨 덕분에 확신을 가지고 향하게 됐다.

도착했을 때는 오후 휴식 시간이라 닫혀 있었다. 아쉬움에 문 밖에서 염탐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발견하고는 우릴 위해 가게 문을 일찍 열어주셨다.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선 가볍게 떡볶이, 김밥, 탕수육, 제육덮밥을 시켰다.

맛있다고 우적우적 먹고 있는 우리가 신기해 보였던지 사장님이 이것저것 우리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먹고 싶은 음식 얘기를 하게 됐다. '회' 얘기를 꺼내자 사장님이 '지금 참치 들어온 거 좋은 거 있다'며 먹고 가라며..(잠시 눈물 좀)

그리고 나서 우리에게 내어주신 것이 저 위의 참치회이다. 김밥 한 줄 주문했는데 참치회가 서비스로 나왔다. 오른쪽 접시에 까만 것도 참치에서 나온 건데, 어느 부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되게 좋은 부위라고 했다. 이미 떡볶이 등 4인분을 해치운 상태라 배가 불러 좀 더 맛있게 먹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참치까지 다 먹은 후 이제 가려는데, 사장님이 이번에는 김치를 팔뚝만 하게 포장해 주시는 게 아닌가.. 그동안 먹어온 통조림으로 파는 유사 김치가 아니라, 직접 담근 리얼 한국 김치였다. 남아공에서 한국 배추, 고춧가루, 액젓 등이 얼마나 구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도 참치만큼이나 귀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김치는 돌아온 후에도 한참을 맛있게 먹고 국물까지 김치볶음밥으로 뚝딱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난다.

 김밥 시켰는데 참치회 나온 거 실화냐..?


※ 이 글을 보고 참치회를 요구하는 사람이 없길 바라며..





이전 05화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 테이블보 구름의 전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