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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린나 Jun 25. 2018

[케이프타운] 바다와 서핑과 아이스크림

달콤한 뮈젠버그(Muizenberg)

#24_바다와 서핑과 아이스크림, 케이프타운의 달콤한 뮈젠버그(Muizenberg)


뮈젠버그는 펄스베이의 중간쯤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town)이다. 곱고 길고 굽은 흰색의 백사장이 늘어서 있는 이곳은 낮은 수심과 적당히 높은 파도로 남아공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서핑 성지이다. 초기 정착기(17세기)에 뮈젠버그는 낙농업 위주로 발전해갔었다. 그러다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시몬스타운(Simon's Town, 펭귄 있는 곳)에 정박지를 조성하면서 18세기부터는 군사 기지로 탈바꿈하였다. 이때 이곳의 지휘관이었던 Wynand Muijs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Muijzenburg(Muijs의 마을)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후에 지금의 Muizenberg(Muijs 산)으로 바뀌었다.


베티스베이로부터 뮈젠버그로 향하는 길에는 펄스베이 해안가를 타는 길과 내륙 쪽으로 가는 길이 있다. 내륙 쪽 길이 더 빠르다고 나왔지만 해안가 길을 택했다. 후회하지 못하게 할 절경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가는 길 중간중간에 난데없이 주차장이 나온다. 벤치도 없고 나무도 없이 그냥 빈 터인데 나름 주차 관리 요원도 있다. 펄스베이 드라이빙 도중 갑자기 멈추고 싶은 수요가 꽤나 많음을 알 수 있다. 중간에 두 번 멈춰서 바닷소리도 듣고 한숨도 쉬고 사진도 찍고 갔다.


백사장을 따라 달리는 도로가 나오면 뮈젠버그 해변에 거의 다 온 것이다. 작은 모래 언덕이 바닷가와 도로 사이를 나누고 있다. 마치 바닷가 모래길을 달리는 기분이 든다. 좀 더 가서 우리나라 리조트 느낌이 나는 건물들이 나오면 도착이다. 뮈젠버그가 지금의 리조트 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 여행자용 여관이 들어서면서부터이다. 1899년 제2차 보어전쟁(아프리카 토착민에게서 보어인(더치 농민)이 빼앗은 남아프리카를 영국이 또 뺏어가려고 하다 벌어진 전쟁) 당시 영국군 부상자의 휴양지로 기능하면서 더욱 유명해져 지금에 이르렀다.


유명한 휴양지답게 해변에는 알록달록한 오두막들이 보인다. 예전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로 활용됐었지만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다. 뮈젠버그 근처의 세인트 제임스(St. James)에도 이런 오두막들이 있다. 영국의 제국주의자이자 케이프 콜로니의 총독이었던 세실 존 로즈가 말년에 쓸쓸하게 이 오두막에서 죽었다.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고 그 근처의 로즈 코티지(Rhodes Cottage)에서 운명하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오두막에서 사진을 찍고, 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해변에 서핑 보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파도타기를 배우는 어린이들도 많았고 결정적으로 잘 못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용기를 얻어 충동적으로 서핑 보드를 빌리러 갔다. 렌트비는 웻수트와 보드를 함께 빌리는 데에 150란드(약 13,500원)였다. 종업원이 1시간 30분이라고 일러주었지만 시간 체크는 전혀 하지 않았다.


호기롭게 파도타기에 도전했지만 역시 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일어나려고 해도 일어날 수 없었다. 사실상 튜브랑 수영복을 빌려 물놀이하고 온 것과 다름없었다. 나중에 더반에서 파도타기를 배웠는데, 돌아서 생각해보니 뮈젠버그에서는 강사가 하지 말라고 한 행동만 죄다 하고 있었다. 돈 내고 강습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뮈젠버그에서도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두 시간에 400란드(약 36,000원)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물놀이를 마치고 보딩과 웻수트를 반납했다.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케이프타운의 물 부족이 심해 샤워 서비스가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매우 찝찝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피부가 매끄럽고 뽀송 해지는 느낌이 났다. (소금으로 코팅돼서 그런 건가..?) 좀 씻고 싶다는 생각에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Tigers Milk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손을 씻으러 갔다가 유혹을 참지 못하고 머리를 조금 헹궜다. ㅠㅠ

Tigers Milk Restaurant 에서 먹은 타코. 실존하는 2인분 같은 1인분. 심지어 맛도 두배!!


돌아가는 길에 카케똥이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위풍도 당당하게 카페 간판을 향해 갔다. 남아공에서 보기 드문 카페 대기열이 늘어서 있었다. 1937년에 생긴 유서 깊은 카페 Majestic Cafe 였는데 그 긴 대기열은 아이스크림을 위한 줄이었다. 우리도 15분 정도를 기다려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가 먹은것은 이 가게에서 가장 유명한  ‘Flake 99 sugar cone’ 으로 가운데 바삭한 초콜렛이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이다.  한화로 약 2,500원, 간식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카케똥을 만족시킨 커~~다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었다.(양이 많아 그리 좋아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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