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켄즈버그 사니 패스(Sani Pass) 여행의 자투리 추억들
이번 편은 거창한 여행지 소개는 아니다. 드라켄즈버그 사니 패스 여행에서 남긴 소소한 자투리 추억들을 정리해본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언더버그 소개에 가깝겠다.
우리가 묵었던 사니 프리미어 리조트는 언더버그(Underberg)를 지나서 하임빌(Himeville)에 위치해있다. 사니 패스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가격은 1박에 10만원 언저리 가격이었다. 안에는 수영장, 맛사지샵, 레스토랑이 있고 자체 승마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장대한 드라켄즈버그 산맥을 진짜 드라켄(용)에 비유할 때, 이곳의 위치는 용의 꼬리 끝 혹은 발톱 끝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는 장엄하게 높은 산자락보다는 부드럽게 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프리카의 가을날, 따뜻한 햇빛, 파랗고 높은 하늘, 그리고 드라켄즈버그의 초록이 어우러져 기분이 좋았다.
사니 패스에 가지 않은 날에는 리조트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놀이터에서 방방 뛰어보기도 하고, 승마도 했다. 승마는 1시간에 200란드(약 18,000원)인데, 리조트 주변을 빙 둘러 산책하는 프로그램이다. 사극에서 봤던 것처럼 이랴! 끼히힝! 다그닥다그닥! 을 기대했었지만(말 처음 타본 주제에) 안전상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하는 코스라 조금 실망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언더버그 타운에 들렀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커피도 마시고(우리 동네는 시골이라 까페가 없다.) 은행일도 보고, 구글 지도에 나오는 기차역을 구경 갔다. 언더버그역으로 걸어가는 길은 타운에서 점점 멀어지는 길이라 느낌이 점차 쎄해졌다. 기차역은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것처럼 유리문, 유리창이 깨져있었다. 문은 잠겨있지 않아 역사로 들어갔다. 한 분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 : 이 역 지금은 운영하지 않나요?
아저씨 : ㅇㅇ
나 : 안에 들어가서 구경해도 되나요?
아저씨 : ㅇㅇ
버려진 기차역은 지금은 동네 사람들(좀 무서운)의 그늘막 쉼터 정도로 이용되고 있는 듯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겁도 없었다.
그리고 기념품 샵에서 쇼핑을 했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냉철하게 고르는척하지만 언제나 나올 때는 양손 한 다발씩이다. 이번에도 신중하게 고른 자석, 화분, 와인 키퍼, 돌 하마, 전통 옷으로 봉투가 가득 차버렸다. 우리가 기념품에 좀 헤픈 것 같겠지만 사실 아프리카 기념품들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예쁜 것이 많다. 그래서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