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완의 그리움 詩
그리움 달래고자 기울인 술잔에 네 모습 아련하다.
벌겋게 달아오른 가슴 달래려다 기울인 술잔에 추억마저 아득하다.
작은 손 붙들고 누비던 거리 곳곳에
하얀 꽃잎 흩날리듯 송송이 춤을 추고
어느새 길어져버린 그림자들은
까맣게 타들어간 하늘 향해 뻗어만 간다.
그리움을 닦아내고자 훔쳐 내린 소매 끝자락에
묻는 것은 추억이고 닦이는 것은 눈물뿐이다.
외로움 달래고자 기울인 술잔에 네 모습이 가득하다.
벌겋게 충혈된 눈시울 달래려다 기울인 술잔에 추억만이 그득하다.
조각난 채 둥둥 떠다니는 기억을 더듬다
잊은 줄 알았던 거리 곳곳은
뒤덮인 눈 녹아내리듯 제자리를 찾아가고
어느새 네 모습 되살아나
붉어진 내 뺨에 그리움 되어 돌아온다.
외로움을 외면하기에는 내 눈이 여유롭지 아니하고
괴로움을 괴멸하기에는 내 가슴이 여유롭지 아니했다.
그리워서
애닳도록 그립고 또 그리워서
하늘에 두 팔 뻗어 너를 부르는 시늉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외로움 가득한 추억 속의 재회뿐이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니라는 대답을 해보아도
현실 속의 너는 차가운 겨울이다.
다시라는 후회를 하며
혹시라는 기대를 해보아도
돌아오지 않는 너는 영원한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