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완의 그리움 詩
며칠밤 하늘을 벗 삼아 드리누운 한적한 이곳
지붕 없는 집이라 비바람이 불어도 피할 곳이 없다.
동이 트기 무섭게 짖어대는 개들 틈에서
목청 좋은 수탉 한 마리가 선잠마저 깨운다.
달빛이 유난히 밝아 외롭지 않던 간밤에는
네가 다녀갔나 보다.
왼손에 꼭 쥐어진 그리움 한장은
내 눈에 꽉 들어차 있는 너를 의심하고
내 입에 머물러있는 형언조차 어려운 말들은
언제고 올 지 모를 너를 떠들어댄다.
능선 너머로 봉긋이 솟아오른 태양은
오늘도 억지스레 하루를 열어주었다.
밤사이 촉촉이 뿌려진 이슬 더미에
고개를 잔뜩 찌푸린 이름 모를 꽃들도
저마다 고개를 쳐들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려 든다.
하품을 늘어지게 해서인지
간밤에 다녀간 네가 그리워서인지
내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
지붕 없는 집을 떠나야겠다는 일념에
조심스레 거머쥐었던 왼손에 긴장을 풀었다.
그런다고 가슴속 빈자리가 메워질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적어도 그리움은 가시지 않겠냐는 얄팍한 생각.
조심히 첫발을 내딛는다.
무수한 돌 알갱이들이 내 발끝에 수도 없이 차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지붕 없는 이 집을 떠나려 한다.
오늘뿐이다.
너를 간직하는 일도
너를 노래하는 일도
하루뿐이다.
두 눈을 꿈뻑이며 외로움을 달래는 것도
내 가슴속에 박혀있는 너를 빼낼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아니, 오늘이 마지막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