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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Oct 04. 2022

워케이션 in 타우포 Taupo (8)

뉴질랜드 최대 호수 도시 타우포에서 만난 액티브 시니어들에 대한 단상

 타우포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다. 호수 표면적이 616 km²으로 서울 면적이 605.2 km² 이니까 서울보다 큰 호수인 셈이다. 아니 서울보다 큰 호수라니!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타우포 호수 주변도로를 서행을 하면서 호수를 바라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끄덕 서울보다 큰 것 같다. 잔잔한 바다처럼 그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차 앞으로 차량 세대가 주행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서행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느려?' 졸지에 서행을 하게 돼 답답한 마음에 창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보니 '흠 그럴 수 있겠군, 천천히 운전하며 다 같이 호수를 감상하자고요!' 하게 된다. 레이크 뷰를 사랑하는 키위들과 호수를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비는 도시 타우포는 지난 2년간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경제적 타격으로 많이 휘청했다고 한다. 겨울 시즌이라 그런지 타우포의 금요일 오전은 한산한 편이었다. 로토루아로 가기 전, 브런치를 먹기 위해 구글 맵에서 타우포의 맛집 리뷰가 좋은 식당으로 향했다.

타우포 호수 (Photo Credit:Holger Detje from Pixabay)
타우포 호수 2 (Photo credit: Mkalu from Pixabay)


Victoria's Cafe Kitchen Bar에서 만난 액티브 시니어들

 여기는 확실히 맛집이었다.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실 외지인과 구분이 잘 안 가지만) 사람들로 실내와 야외 테이블이 거의 꽉 차있었다. 그것도 시니어들과 젊은이들이 반반 정도로 섞인 그야말로 남녀노소의 화합의 장인 마냥 왁자지껄한 바이브를 뿜어대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오랜만에 맛집을 찾았다는 안도의 미소가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뉴질랜드는 외식비 가격이 높다 보니 식당을 한 번 잘못 선택하면 큰돈을 날리기 때문에 신중하지 못한 선택에 후회감이 밀려올 수 있다. 한국에서 식품 마케팅을 했었고, 나름 미식가라고 스스로 자부했었는데 뉴질랜드에서 그런 실수를 두 번이나 하고 말았다. 마운트 망가누이에 있는 정체모를 파인 다이닝을 표방하는 식당과 케리케리에 있는 아시안 퓨전 식당에서 이렇게 두 번을 크게 데인 적이 있어 매번 식당 선정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렇게 괜찮은 곳을 발견한 날에는 하루 종일 기분이 우쭐해질 수밖에 없다. 캐주얼한 분위기에 친절한 점원, 샐러드 등 먹을 만한 게 있는 적당한 가격의 메뉴. 그리고 당연히 맛. 이 네 가지 조건을 나름 갖춘 곳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손님들 중에 백인 시니어들이 많았고 이들 역시 힙한 분위기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액티브 시니어인가? 평양면옥이나 하동관 같은 노포가 아니면 시니어들을 힙한 맛집에서 잘 볼 수 없는 우리나라 현실과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뉴질랜드가 인구가 작아서 그런가? 아니면 세대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경제적인 여유에서 오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가미된 열려있는 문화 때문일까? 적어도 나이로 모든 서열을 정리하고 나 중심의 경직된 우리나라 상황과는 확실히 뭔가 다른 것 같았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한국에서 시니어들이 있는 카페는 들어갔다 그냥 나온 적도 있던 터라 (다방 느낌이 들어서) 이런 상황이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또 한 편으로는 나는 과연 어떤 시니어가 될지 궁금해졌다. 나도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고 여행도 하면서 삶의 여유를 즐기는 경제적인 여유와 건강한 몸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가진 쿨한 액티브 시니어가 되어 있을지 아니면 침대를 동반자 삼아 하루 종일 골골하고 누워있을지. '안티-에이징'은 어렵더라도 '웰-에이징'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은퇴 후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고(!!!), 아프지 않고 혼자 걸어 다닐 수 있는 건강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어딜 감히!'와 같은 경직된 사고를 버리고 '그럴 수 있지'와 같은 열린 마음과 태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성을 잃지 않도록 가족과 친구들, 지인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하고, 환경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웰-다잉에 대한 준비도 차근차근하면서 오늘의 삶에 감사하고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자연스럽게 액티브 시니어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액션 플랜과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빅토리아의 카페 키친 바 전경 및 루벤 샌드위치 & 브라우니 (Photo credit: Tripadvisor(왼쪽), ⓒ 킨스데이 2022(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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