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마컬처(Permaculture) 파헤치기
에코빌리지 커뮤니티에서는 비료나 제초제 등을 뿌리지 않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작은 텃밭이나 농사를 함께 짓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커뮤니티 내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일부 해결할 수 있고 작업 과정에서 커뮤니티 구성원 간의 끈끈한 연대감도 강화할 수 있으며 이렇게 수확한 작물을 파머스 마켓에 판매하면 소소한 수입도 생기는 일석 삼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농업과 같은 1차 산업이 강한 뉴질랜드에서는 이런 퍼마컬처가 널리 보급되어 있는데요. 제가 작년에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머물렀던 케리케리 농장에서도 집 앞에 심어놓은 레몬,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과일을 맘껏 따먹으며 신선한 과일 플렉스(Flex)를 누렸던 행복한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어스송 에코빌리지의 사례를 통해 퍼마컬처에 대해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줄 요약>
* 퍼마컬처는 사람의 개입 없이 자연 속에서 작물이 스스로 자랄 수 있게 하는 생태농법임
* 어스송 에코빌리지에서는 자연 퇴비와 우수, 빗물을 사용해 양봉과 채소, 과실 작물 재배 및 양계를 하고 있으며 새와 곤충, 오리들이 자연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
* 한국에는 퍼마커처가 1980년대에 소개됐으나 국립농립과학원가 발표한 2015년 기준 OECD 국가별 단위면적당 농약사용량에서 우리나라가 2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런 무브먼트가 확산되기는 쉽지 않아 보임.
퍼마컬처(Permaculture)는 Permanent Agriculture의 줄임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영속농업'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1970년대 말 호주 태즈매니아 대학의 빌 몰리슨(Bill Mollison) 교수와 데이비드 홀름그렌(David Holmgren)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18세기 이전까지 유럽인들은 땅을 일궈 이랑을 만들거나 모종을 심지 않고도 식용 작물들이 알아서 자랐다"며 "인간이 가급적 농사에 개입 없이 자연의 흐름 속에서 작물이 자라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농업운동가들이 이들의 철학을 이어받아 퍼마컬처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1970년대 호주와 미국, 유럽의 전역에 활발하게 확산됐고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에는 1980년대에 풀무학교 등을 통해 소개됐다고 합니다. 퍼마컬처는 나라별로 기후와 토양 등 여러 환경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터라 천혜자원이 풍부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자연인이 산길을 걷다가 과일이나 버섯, 뿌리 등을 따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퍼마컬처의 한 예시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다만 국립농립과학원가 발표한 2015년 기준 OECD 국가별 단위면적당 농약사용량에서 우리나라가 2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다시 말해 지극히 효율성, 효과성을 추구하는 나라에서 이런 무브먼트가 확산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뉴질랜드 케리케리 농장에서 머물 때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이자 원예컨설턴트인 수가 "한국에 원예 컨설팅을 위해 방문했는데 어느 과실 농장에서 한 가지에 4개까지 접붙이기를 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보고 놀랬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자료출처: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2346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504110472463305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Report.do?cn=TRKO201500010387
어스송 에코빌리지에서는 퍼마컬처 포커스 그룹(Permaculture Focus Group)을 조직해 공용 채소정원과 공용 과실나무들을 관리하고 있고 개인 정원들은 각 가정에서 직접 가꾸고 있습니다.
- 퇴비: 음식 찌꺼기와 잡초를 풍부하고 비옥한 퇴비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함. 대형 목재 퇴비통은 눈물방울 정원에 있으며 일반 정원에서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퇴비 여왕"이 특별히 관리함. 이 활동이 얼마나 가치 있고 우리 삶에 필요한 부분임을 시각적으로 상기시키기 위해 퇴비통을 모든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네 중심부에 두었음. 반드시 독성 물질이 없는 유기농법이나 해충제를 사용할 것을 규정함.
- 물: 육상의 우수(Stormwater) 시스템이 기울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원으로 물이 모이게 만들었고 빗물이 흙속으로 스며들게 해 물이 풍부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설계, 시공함.
- 양봉: 벌을 키워 이들이 자연스럽게 채소와 과일나무의 수분을 돕는 역할을 함.
- 과실 작물: 포도, 물냉이, 바나나 야자수, 베리류 등 다양하게 심고 가꾸며 자연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음. 퍼마컬처를 도입한 목적이 식량 자급자족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 농가들과 유기적으로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음.
- 동물: 닭들을 방목해서 키웠으나 주변의 야생개들에게 떼죽음을 당해 이후로 이동식 닭장을 만들어 키우고 있음. 국산 나무들을 심었더니 각종 새들과 곤충들이 날아와 함께 지내고 있으며 물가에는 야생 오리가 있음.
자세한 사항은 아래 첨부된 파일을 확인하세요.
(자료 출처: 어스송 에코빌리지 홈페이지)
개인적으로 퍼마컬처에 관심이 갖던 이유는 무엇보다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채소, 과실작물이 자란다는 점이었습니다. 게으르기도 하거니와 도시에서만 자라서 농사의 경험이 전무한 저에게 안성맞춤인 농법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엄마(문소리)와 딸(김태리)이 토마토를 먹고 난 뒤 꼭지를 휙 던져버리자 그 자리에서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 다시 토마토가 열리는 CG 장면이 떠오릅니다. 지나가던 주변 이웃이 모녀의 밭을 보고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잡초를 뽑아라, 왜 이렇게 게으르냐"고 잔소리를 해댔지만 두 모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던 모습에 이들이 바로 퍼마컬처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서울에도 도시농부체험학교, 양봉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는 것을 보면 21세기 미래는 농업에 달려있는 게 분명합니다.
제가 만약 작은 에코빌리지를 만든다면 어스송 에코빌리지처럼 퍼마컬처를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유독 물질 범벅인 농약이나 퇴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신 EM용액을 사용한 보카시 시스템용 음식쓰레기통을 사용하거나 지렁이를 활용해 음식쓰레기를 퇴비로 만들 계획입니다. 물은 워터탱크를 설치해 빗물을 받아 필터링해서 사용하면 될 것 같고요. 정원에 레몬, 라임, 오렌지, 자두나무를 심고 바질, 타임, 로즈메리 등 각종 허브와 토마토, 가지, 감자, 파, 마늘, 양파, 고구마, 당근을 키운다면 슈퍼마켓을 가지 않아도 신선하고 건강한 요리재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닭은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없네요. 그래도 여건이 된다면 도전은 해보고 싶습니다. 단백질은 필요하니까요. 양봉도 해야겠죠. 꿀벌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새들이 지저귀는 채소정원과 과일 나무길 사이를 걷는 제 모습을 상상만 해도 흐뭇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요?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체험 실습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네요. 수도권에 거주하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공지사항을 살펴보시길.
서울 도시 농업
https://cityfarmer.seoul.go.kr/index.do
경기도 귀농귀촌 지원센터
https://www.refarmgg.or.kr/index.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