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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코하우징 워크숍에 참석하다⑤

에코빌리지 프로젝트에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by 킨스데이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Product Life Cycle)이 있는 것처럼 조직에도 라이프 사이클(Organization Life Cycle)이 존재하는데요(Oliver, 2009). 각 생애주기별로 요구되는 리더십 발휘 여부에 따라 조직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에코빌리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에코빌리지 건축 디자인 및 건설 단계에서 필요한 리더십과 입주 후 커뮤니티 빌딩 단계의 리더십은 확연하게 다를 수 있는데요. 어스송 에코빌리지 사례를 중심으로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3줄 요약>

* 건축디자인 및 건설단계에서는 추진력,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스트레스 관리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형 리더십 필요

* 커뮤니티 빌딩 단계에서는 퍼실리테이터형 리더십이 필요하며 경청, 피드백, 인정과 감사의 대화 연습 중요

* 개개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작은 에코빌리지의 경우, 멤버 스크리닝 프로세스 필요


[건축 디자인 및 건설 단계]

어스송 에코빌리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인하우스 유급 개발팀(In-house Paid Development Team)과 고용팀(Employment team), 풀 그룹(Full Group), 포커스 그룹(Focus Group) 등으로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건축디자인과 건설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멤버들 사이에서 리더십 이슈, 파워 이슈가 제기됐고, 제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진단과 제언을 작성해 봤습니다.


*조직 구성


*문제 발생

몇몇 멤버들이 수차례에 걸쳐 로빈과 캐시의 파워가 너무 크다며 불만 제시, 더 많은 멤버가 참여해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


*진단

이 단계에서는 촉박한 타임라인 속에서 여러 업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현장에서 바로 결정해서 일을 시켜야 하는 전쟁 같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수평구조보다는 수직구조형태의 의사결정이 유효하기도 합니다. 다만 어스송 에코빌리지 커뮤니티의 성격상 수직구조형태를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대표 성격을 띤 커미티(Committee)가 필요하고 이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서 나머지 멤버들이 해당 커미티를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멤버가 둘러앉아 색상 카드를 들고 하나씩 토론해서 결정할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보의 투명성이 필요합니다. 프로젝트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 그리고 처음부터 프로젝트에 조인한 사람이 아무래도 정보를 많이 알고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파워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정보와 히스토리는 오픈 소스로 공개해서 새로운 멤버가 조인했을 때 동등한 지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리더십 제언

이 단계에서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문제해결능력, 추진력을 가진, 멀티플 업무가 가능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멤버들과 이런 상황에서 함께 결정할 사항은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등 유연하지만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지고 감정 절제와 스트레스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역할을 맡아 업무를 이행하는 게 맞겠지요. 당연히 어려운 포지션입니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이런 포지션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열정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해당 역할과 책임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다른 멤버들이 이에 동의한다면 갑자기 개인의 파워가 크니 물러나라는 식의 불만은 나오지 않겠지요. 그리고 그 사람이 온전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멤버들은 해당 업무에 대한 시간의 가치, 경력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업무를 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멤버들이 지원해 줄 사항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 가며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어스송 에코빌리지 조직도 (자료 출처: Cohousing for Life)


[입주 후 커뮤니티 빌딩 단계]

우여곡절 끝에 어스송 에코빌리지 완공된 후 입주까지 마무리되면서 어스송 에코빌리지는 또 다른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멤버들이 색깔 카드를 사용해 민주적이면서 협력적인 의사소통 및 의사 결정을 위한 퍼실리테이터 중심의 리더십을 추구했으며 커뮤니티 빌딩을 위해 1년에 한 번 주말을 함께 보내는 Annual Weekend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 멤버 간 화합을 도모했습니다.


*조직 구성

위의 이미지와 같이 어스송 에코빌리지는 하나의 풀 그룹과 10개의 포커스 그룹으로 자발적인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리더십 제언

퍼실리테이터는 경청과 피드백, 인정과 감사를 통해 참여자 누구나 소외됨 없이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화가 주제에 벗어나지 않도록 가이드를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코퍼실리테이터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조화를 이루며 춤을 추는 느낌으로 (Dancing in the moment) 미팅을 진행하면 좋습니다. 그래야 집단지성을 이용해 더 새롭고 창의적이며 더 나은 솔루션을 찾을 수 있겠지요. 어스송 에코빌리지에서는 누구나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경청, 피드백, 인정과 감사를 하는 대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래의 어스송 에코빌리지 커뮤니케이션 동의서처럼 멤버들이 미팅 전에 해당 동의서를 다같이 읽고 나서 미팅을 시작하는 방법도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스송 에코빌리지 커뮤니케이션 동의서 (자료 출처: 어스송 에코빌리지 홈페이지)


초반에 조직의 생애주기에 맞춰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었는데요. 어스송 에코빌리지 사례를 보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전에 동의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더라도 관점과 경험, 정보의 차이로 인해 멤버 간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해소할 방법은 무엇일지,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업무 압박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상황에서 멘탈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그것도 적은 보수로) 우려가 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산이 충분하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긴 합니다. 인하우스 채용을 하지 않고 외부 프로젝트 매니저를 고용해서 진행하면 멤버간의 감정적인 마찰이 생길 이유는 없습니다. 공사가 지연되어도 스트레스는 덜 받겠죠. 오히려 공공의 적이 생겨서 더 멤버끼리 똘똘 뭉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엔 사람입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어떤 리더십이 발휘되느냐에 따라 성과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리더십을 세운다면 전적으로 따르고 지지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리더십이 사심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문제를 분명하게 정의하고 대안/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신속한 의사 결정 지배구조(커미티)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Everyone is on the same page"를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장치를 세팅해야합니다. 지금까지 에코빌리지 프로젝트의 리더십에 대해서 고민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어스송 에코빌리지의 영속농업(Permaculture)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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