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 유럽에 갈 수 있는 도시 중 하나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을 향해 차로 3시간을 달리면 보봉(Vauban) 마을이 나옵니다. 이곳은 1936년 조성된 군 주둔지로 2차 세계 대전에서 당시 연합군이었던 프랑스군이 머물던 기지였다가 1992년 독일의 패전으로 프랑스군이 철수한 뒤 버려진 지역이 됐습니다. 그러다 1995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 자치 모임 '보봉 포럼'이 결성돼 교통, 에너지, 주민공동시설, 주거환경 등 주제별 소모임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마을 공동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보봉마을은 ‘녹색과 주민참여,’와 ‘시민의 주장과 아이디어로부터 시작’을 추구합니다. 이를 통해 보봉 마을은 보봉포럼을 해체하고 대신 '보봉시민자치조합'을 만들어 탄소제로마을로 전환하는데 주민 자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환경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5천여 명의 인구가 모여사는 보봉마을의 주택들은 저에너지, 고효율인 '패시브 하우스'로 독일의 일반 주택보다 약 7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습니다. 패시브하우스는 3중 창호나 단열재 등을 사용해 건물의 열 누출을 막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주택을 뜻합니다. 단점으로는 여름에 더울 수 있는데 보봉 마을 주민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설치하는 대신 주변에 큰 나무를 심어 자연 그늘을 형성해 온도를 낮췄습니다. 패시브하우스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필요한 전력은 직접 생산·사용하는 집이 ‘플러스에너지 하우스’입니다. 국내에서는 '액티브 하우스'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죠. 보봉마을에는 현재 60여 가구가 '플러스에너지 하우스' 모델을 도입했는데요. 이들은 태양광 설비를 통해 생산되는 전기로 자체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아 전기 요금을 전혀 내지 않고 오히려 잉여 전기를 인근 발전소에 팔아 월평균 100∼120유로(약 13∼15만 원) 가량의 전력판매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난방의 경우, 기본적으로 가스를 사용하지만 지하에 공용으로 사용하는 목재 보일러가 있어 우드팁과 폐지, 말린 쓰레기, 바이오매스, 폐기물 자원 등을 사용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보봉 마을의 랜드마크인 '헬리오트롭(heliotrope)'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태양광 트랙커라고 불리는데요. 세계 최초의 회전형 태양광 주택인 헬리오트롭은 주택 자체가 해바라기처럼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400도로 회전하면서 에너지를 적극 생산하는 원통형의 목조 3층 주택입니다. 기존 고정형 태양광 설비보다 15∼20% 높은 발전효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 건축학자 롤프 디쉬가 설계하고 건설해 본인이 직접 거주하고 있다고 하네요.
또한 보봉 마을의 주택에는 빗물 저장장치가 설치되어 물 소비를 절약하고 마을 도로에 빗물을 모을 수 있는 홈이 파여 있어 빗물을 모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보봉마을은 차를 마을 외곽에 세워두고, 마을 외곽으로 벗어날 때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마을 안은 트램을 이용해 이동하고 트램이 다니지 않는 길은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개인주차장이 없는데요. 마을에 들어와 살려면 개인소유의 주차장을 짓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하며 자동차를 주택단지 안으로 들여놓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나아가 도로에 공놀이하는 아이 모습이 그려진 파란색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주차장이 없는 아이들의 놀이터’라는 표식이라고 합니다. 차없는 마을,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마을이라면 안전하고 공기가 깨끗한,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커뮤니티 측면에서는 초기 보봉포럼의 역할이 컸습니다. 자연 생태계와 공존하면서 '살고 싶은 마을,' '인간다운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주민 전체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조직을 결성하고 빌딩 소유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독려하며 커뮤니티센터를 통한 이웃 간 소통의 장소를 마련해 교육과 환경보호 등에 대해 토론하면서 다 함께 마을 자치를 이끌어갔는데요. 특히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마을 펀드를 조성했고 지방 당국의 지원을 이끌었으며 가능한 사업을 통해 이익 창출을 추구하는 동시에 재정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주민 사이에서 신뢰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했습니다. 이 포럼은 분야별로 쪼개진 소규모의 전문가 그룹, 명예 이사회 및 집행이사회, 여러 실무그룹 등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보봉 마을이고 보봉시민자치조합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이 마을 커뮤니티가 지속가능하도록 고도화시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봉 마을이 탄소제로마을이 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으로 '주민, 전문가, 지방 정부의 삼자 협업'을 꼽았는데요. 이는 예전에 살펴본 우리나라의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일본의 히가시카와 마을, 독일의 킬하세 생태주거단지의 경우에도 해당되는 성공 요인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저는 비록 3~5 가구로 구성된 작은 에코빌리지 커뮤니티를 선호하긴 하지만 이런 작은 모델조차도 프랜차이징화해 확장하려면 해당 지방 정부와의 긴밀한 논의 및 지원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들과도 협업이 필요한데요. 예를 들어 건축, 조경, 퍼마컬처, 에너지 자립, 정화처리, 순환경제 등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과 협업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에코빌리지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책과 인터넷, 강의를 통해 공부를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배우고 실습을 하시는 거겠죠. 저도 브런치를 통해서, 독서와 강의로 우선 기초적인 지식을 쌓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온라인으로 모여서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 전문가 초빙 워크숍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3줄 요약>
* 주민, 전문가, 지방 정부의 삼자 협업을 통해 탄소제로마을로 탄생
* 패시브하우스와 플러스에너지하우스, 헬리오트롭으로 전기요금 제로, 에너지 수입 창출
* 주민의 자발적, 적극적 참여로 이뤄진 시민자치조합이 마을의 지속가능성 고도화 추구
자료 출처
독일 '친환경에너지마을' 보봉마을에 가다 https://www.yna.co.kr/view/AKR20150704019700003
독일의 보봉마을 https://www.thepub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462
태양 마을 ''보봉'' 탄소제로도시를 꿈꾸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60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