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구는 좋은 나무로부터
"내가 만들 가구를 위해 목재를 사러 간다?" 덴마크나 독일 등 유럽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사러 간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목공과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기에 이런 생각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가구를 열심히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가구 소재인 나무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능한 선에서 여러 종의 나무를 확보해 가구를 제작해 보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목공 아카데미에서 인천에 있는 목재상 견학을 기획하셔서 다녀왔습니다. '태림 팀버'라는 곳인데 북미산 하드우드 전문 수입 및 제재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나라 대표 업체로 자부하는 곳이었습니다. 인천 북항 다목적 부두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목재는 사이즈가 크고 무거워서 물류 배송 측면을 고려하신 게 아닌가 추측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여러 목재 업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하드우드 수입 목재 업체 방문도 처음이었지만 40년 넘게 한국에서 살면서 이렇게 인천 북항 부두 쪽에 가본 적이 없어 잠시나마 우리나라 수출 수입 산업 인프라 현장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원체 제가 서울 동쪽 끝에 살기도 하지만 제조업에 대한 경험이라고 해봤자 식품 마케팅 시절 제조공장 방문이 전부였거든요. 태림팀버는 널찍한 공간에 사무실, 창고, 제재 공장으로 공간이 구분되어 각 기능별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우선 담당자님께서 우리나라 하드우드 수입 목재 시장에 대해서 간단히 브리핑을 해주셨는데요. 우리나라 소비자는 가장 비싼 소재인 월넛과 화이트 오크를 선호하는데 미국의 위스콘신, 미주리, 아이다호, 테네시, 버지니아 등에서 주로 생산된다고 합니다. 캐나다산은 수급이 불규칙해서 미국산을 주로 수입한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 나무에 관련된 매거진에서 미국활엽수 수출협회 디렉터의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목재 시장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퀄리티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관리하며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목재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때 인테리어 열풍으로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가 현재 환율과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춤했다는데요. 비수기는 구정 연휴와 여름휴가철이고 성수기는 겨울 신학기와 이사철이라고 합니다.
하드우드의 규격은 미국 수입이라 모두 '인치'로 표기합니다. 참고로 목재를 주문을 할 때 계산 방법 공식은 (길이 x 넓이 x 폭 x 수량)/12 x 0.707입니다. 목재 등급은 전미활엽수협회에서 발행된 등급이 전 세계 기준으로 통용되는데 예를 들어 FAS(First and Second)가 공식적인 최고등급으로 양면 전체에서 83.3% 이상이 깨끗해야 해당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당연히 가격도 높아지지만 등급에 따라 퀄리티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이죠.
월넛에는 보스란 브랜드가, 화이트오크에는 블루 트라이앵글, 노스웨스트란 브랜드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번 견학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목재상에서는 의외로 버리는 나무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환경에 관심 많은 저로서는 다행이다 싶었지요. 자투리들은 랜덤박스라고 해서 한 상자에 3만 원씩 선착순으로 판매하고 있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가구점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곳의 매출의 60%가량은 목공 공방이 그리고 나머지는 가구 공장에서 발생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목공 공방 대표님들과 파트너십을 돈독하게 하기 위해 젊은 트렌드를 학습하고 이에 반영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해요.
목재상에서 나무를 구매할 때 작은 물량도 주문이 가능하지만 겉으로는 나무의 퀄리티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옹이나 변재가 있는지는 복불복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를 잘 모르는 고객들은 컴플레인을 하기도 한다는데 그런 분들을 대응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셨어요. 그래서 가능한 한 등급이 높은 것을 구매하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목재상과 고객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형성을 통해 가능한 좋은 목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좋은 고객이 되는 것도 방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와 같은 미래의(?) 가구 공방 대표가 될 사람들과의 파트너십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담당자님의 장기적인 안목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함께한 동료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진심을 다해 답변을 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프로페셔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 길이었지만 이번 견학을 통해 가구를 만드는 밸류체인에서 재료 수급과 관련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북미산 하드우드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가구를 잘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좋은 나무를 잘 고르는 안목도 반드시 키워야 할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치들이 조금씩 쌓여서 어제 보다 나은 목수, 가구제작자, 가구 디자이너가 되는 게 아닐까요? 다음에는 캐비닛 제작기에 대해서 두런두런 얘기해 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