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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그린 집'을 산책하다 ② 호주 블루마운틴

산불의 흔적과 재생이 공존하는 숲 속의 절벽 하우스

by 킨스데이

이번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의 블루 마운틴 국립공원으로 갑니다. 2019년 대화재로 큰 상처를 입었지만 매일 비가 내리는 곳이라 다시 숲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는 우레미 숲에 400년 가까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70만 평의 숲 속에 살고 있는 숲집 건축가의 집입니다. 이 분의 삶에 조상이 물려준 헤리티지가 크게 작용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에코 빌리지 커뮤니티도 그렇고 이런 숲 속의 집도 그렇고 서울의 아파트에서만 자란 저에게 땅 소유의 중요성과 그 땅의 활용 용도의 중요성, 그리고 그 땅에서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 지를 배우게 되네요.


절벽 위의 집 (EBS 숲이 그린 집 화면)

이 분은 17살에 목수 일을 하며 집을 짓기 시작, 23살에 집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숲에서 사는 분들의 특징이 집을 직접 짓는 것인데 그것도 빨리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충분히 들어가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천천히 짓는다는 점인데요. 또한 그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어서 대중과 소통한다는 점이죠. 그래서 해당 콘텐츠를 보고 EBS 섭외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혼자 추측해 봅니다. 호주에서 올해의 건축가상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주인공은 예술가들을 위해 숲집을 100채 이상 지은 60대 남성 분이었습니다. 일주일에 며칠은 도시에서 대학생 아이들과 지내고 나머지 날들은 숲 속에서 지내며 집을 짓고 있는데요. 제 눈에는 이 숲에서 어떻게 하면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갈지 고민하는 자연인으로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우아하고 무게감이 있는 집 내부 (EBS 숲이 그린 집 화면)

집은 숲에서 가져온 돌과 나무로 지었습니다. 기둥과 대들보는 100년 된 유칼립투스 나무를 썼다고 하네요. 지붕을 보면 덕지덕지 우주선 같은 느낌도 나는데요. 집 내부는 이에 반해 훨씬 우아하고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건축가라서 그런지 집 내부가 복층으로 되어있고 상당히 넓고 크면서 안정된 인테리어와 가구로 구성되어 일반 큰 주택 내부와 흡사해 보였습니다. 첫 편에 나온 텍사스 숲 속 집 대비 좀 더 “전문가의 손길을 가미한 문명화”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주인공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트리하우스 내부 전경 (EBS 숲이 그린 집 화면)

심지어 이 분이 만든 트리 하우스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살아있는 나무에 나무기둥 4개를 더해 12m 높이에 집을 지었는데요. 겉보기와 달리 자유롭고 편안하면서 틀에 박히지 않은 주인공의 가치관이 실내 공간인테리어에 잘 묻어나옵니다. 특히 집을 통과하고 있는 나무에 계속 물을 주면서 살아 숨 쉬게 했다는 점이 큰 특징인데 지붕 위의 스프링클러를 가동해 폭염과 2019년 대화재에서 집을 구했다고 하네요.


좋아하는 바지를 패치를 붙여 수선하고 또 수선해서 입을 정도로 산업 소비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가치관에 급 공감하기도 했는데요. 숲 속을 산책하며 자연과 생명체에서 영감을 얻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기후 위기로 인해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호주의 숲 속에 살면서 숲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널리 전달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존경스러움 마저 들었는데요. 이번 사례를 보면서 그동안 제가 에코빌리지 커뮤니티와 관련해 친환경 측면에서 "이런저런 요소들이 꼭 들어가야 해" 라며 무언가 숙제하듯이 강박적인 프레임에 갇혀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숲 속에서(자연 속에서) 어떻게 공존하며 이 헤리티지를 관리했다가 다음 세대에 잘 물려줄 수 있느냐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고 건강한 자극을 받으면서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하늘과 구름, 나무와 새를 둘어보며 자연을 몸과 마음으로 흠뻑 만끽하는 부쉬 워킹처럼 말이죠.


여행객을 위한 휴식처 카페 (EBS 숲이 그린 집 화면)


이번 편에서는 집과 집주인의 삶의 철학이 잘 드러난 반면, 저의 관심사인 에너지나 커뮤니티 빌딩 등과 관련한 언급은 따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숲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공짜 커피와 티를 제공하는 휴식처를 지어 나눔을 실천하는 주인공의 위트와 여유가 느껴져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호주의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에서 하이킹을 하고 우레미 숲을 들려 주인공이 마련해 놓은 차 한 잔 마시고 싶네요.


<3줄 요약>

- 400년 간 조상 대대로 내려온 숲 70만 평에 숲에서 주은 돌과 100년 된 유칼립투스 나무로 직접 지은 집

- 숲 재료를 활용해 자유로움과 편안함에 개성이 더한 인테리어가 특징

- 2019년 호주 대화재와 재생이 공존하는 숲 속에서 자연인으로서 균형 있는 삶 추구


*숲이 그린 집 호주 블루마운틴 편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QQ7MKAXu1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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