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를 위한 작업 공간
저는 주로 재택근무를 합니다. 배낭에 노트북과 받침대, 키보드, 마우스를 바리바리 챙겨 집을 나서기에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집을 벗어나 일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공간이 바뀌면 집중의 밀도도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 공간은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타벅스일 수도 있고, 동네 도서관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 나름의 조건은 분명합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것,
콘센트가 비치될 것,
너무 시끄럽지 않을 것,
가능하면 개인 스페이스가 어느 정도 확보될 것,
화장실이 깨끗할 것,
몇 시간 앉아있어도 눈치 보지 않을 것.
코워킹 스페이스부터 동네의 공공 공간까지, 그동안 두루 이용해 봤는데요. 이 중에서 나름 괜찮았던 공간을 소개해볼게요.
우리 동네 스타벅스
저희 동네에 있는 스타벅스는 3층 건물을 다 쓰는데요. 1층에 카운터가 있고 2층과 3층 공간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작업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선 눈치는 안 보여요. 소파 근처에도 콘센트가 있어서 운이 좋으면 편하게 앉아서 일을 할 수 있고요. 특정 시간에는 소란스럽지만 요런 시간을 피하면 또 금방 조용합니다. 주머니 얇은 프리랜서 입장에서 커피 한 잔으로 이런 공간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하죠. 하지만 진상 고객이 되지 않기 위해, 상식적으로 적당히 일하고 나옵니다.
우리 동네 도서관
커피 값도 절약하고 싶으면 무료로 당당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에 갑니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어 눈치 볼 필요는 없어요. 다만 개인 스페이스가 좁은 편이라 조금 답답할 수는 있어요. 대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을 보면 동기 부여가 돼요. 건물 안에 식당도 있고 매점도 있어서 점심 식사와 주전부리도 해결 가능한 공간입니다. 다만 신축 건물이 아니라서 정말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요. 이 점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어요. 요즘 재건축 아파트들은 커뮤니티 센터나 도서관이 기본 옵션으로 제공돼서 부럽더라고요.
시민대학 캠퍼스 오픈 라운지
집에서 버스로 다섯 정거장을 가면 나오는 곳입니다. 신축 공간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도서관에 비해 개인 스페이스도 좀 널찍한 편입니다. 하지만 명당자리는 경쟁률이 셉니다. 조용한 편이고 화장실도 깨끗해요. 정수기도 있습니다. 아파트 주변이라 식당과 카페도 즐비합니다. 단,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합니다. 휴일에는 운영하지 않고요. 저는 주말이나 마감 기한에 맞춰서 초 집중해야 할 때 가끔 사용합니다. 온라인 미팅이나 자유롭게 통화할 공간이 없는 것이 아쉬워요.
2호선 뚝섬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입니다. 1층에 유명한 로우키 카페가 있고요.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들이 주로 이용해요. 6층과 7층은 1인 혹은 소규모 조직을 위한 공간이에요. 키친과 화장실, 테라스, 전화 통화나 온라인 미팅을 할 수 있는 1인 미팅룸도 있어서 편리합니다. 대체적으로 조용하고 붐비지 않습니다.
이벤트 기간에 친구들과 무료 1일권을 사용해서 이용했던 공간이에요. 1층과 2층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프리랜서에게 좀 더 프렌들리 한 공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정석과 자유석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커피와 다과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제가 이용한 날에는 위스키 브랜드와 콜라보를 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공간은 장기 이용할수록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에, 그리고 첫 달 50% 할인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집에서 가까웠다면 애용하고 싶은 그런 공간이었어요. 조용한 편이라 집중이 잘 되고, 그래도 좀 따듯한 느낌을 받는 공간입니다.
독일 스타트업 멘토링을 할 때 자주 이용했던 공간인데요. 여기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동네 특성상 외국인들도 보이고 일하거나 책 보는 분들도 종종 계시더라고요. 조명이 아주 밝지는 않은 편이라 각 잡고 일하기는 어렵지만 1~2시간 정도 간단히 업무는 가능해요. 로봇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고,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테라로사 카페 등 브랜드 샵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공간들을 다녀봤는데요. 결국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공간을 만들고, 어떤 이용자들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곳만의 분위기, 즉 바이브(Vibe)가 생긴다는 점이더라고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면 멋지겠죠. 어떤 공간은 그런 바이브를 오래도록 잘 유지하고, 또 어떤 곳은 초심을 읽고 수익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동네 또는 도심 역세권도 좋지만, 가끔 자연 속에서 조용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에도 끌립니다. 다음 기회가 된다면, 국내외 워케이션에 대한 경험도 정리해 보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디에서 가장 잘 집중하시나요? 여러분의 아지트는 어떤 공간인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