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생존 대화법

말발보다 중요한,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태도

by 킨스데이

프리랜서는 말을 잘해야 살아남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을 잘한다는 건, 유창함이 아닙니다. 프로젝트 하나로 관계가 시작되고, 말 한마디로 일이 끝나기도 하는 세계에서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건 ‘설득의 화술’보다 ‘이해의 대화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서점 자기계발 코너에 가면 '대화법' 책이 유독 많은데요. 그만큼 우리는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프리랜서에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입니다.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히 듣고 공감하고 이해한 뒤에 그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십과 신뢰가 쌓이고, 그 자체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화역시 평소에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 박사는 '정확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제대로 듣는 일, ' 즉 경청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만 정확한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콧물이 나고 목이 부어서 이비인후과에 가면 의사는 먼저 비내시경과 후두경으로 코와 목을 들여다본 뒤, 진단하고 처방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감기처럼 눈으로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 표정, 호흡, 말의 속도까지 집중해서 읽어야 합니다. 그런데 매번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솔직히 피곤합니다. 그래서 T다 F다 농담처럼 넘길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화의 출발점은 경청과 공감입니다.


경청에도 단계가 있다

코칭 수업에서 배운 경청의 3단계는 이렇습니다.

1단계: 자기중심적 경청, 귀로만 듣고, 내 경험에 대입해 판단합니다.

2단계: 감정까지 읽는 경청, 말의 맥락과 감정을 함께 이해합니다.

3단계: 전방위적 경청, 말하지 않은 것까지 읽어내는 수준입니다.


솔직히 말해 3단계는 아직 먼 얘기입니다. 몇 년이 흘렀지만 2단계 조차 쉽지 않습니다. 때때로 말을 끊기도 하고 대충 흘려듣기도 하거든요.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면서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시간자체가 줄어든 것도 한몫합니다. 전화통화가 어색하고 부담스러워서 피하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경청을 잘하면 반응과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질문이 대화를 이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질문입니다. 네/아니오로 끝나는 폐쇄형 질문보다는, 상대방이 생각하도록 돕는 열린 질문이 좋습니다. 영어로 대화를 할 때 네이티브 스피커들이 종종 "That’s a good question,”이라고 말하면서 잠시 생각을 하라더라고요. 예전에는 단순히 말 그대로 내가 좋은 질문을 했나 보다고 뿌듯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한 말, 혹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질문은 대화의 깊이를 바꿉니다.


나이가 든다고 대화력이 늘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대화능력은 나이와 함께 저절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정재승 교수는 뇌 역시 안 쓰면 퇴화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언어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는 인격의 성숙과 함께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사용하는 어휘 수준만 봐도 그 사람의 배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지하철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말투와 언어를 떠올려보면, 많은 것이 설명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래 세 가지를 계속 연습합니다. 잘 안 될 때도 있고, 조금 나아졌다가 다시 후퇴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작은 전진을 믿으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를 위한 실용적 대화 연습 3가지]

1) 내 중심이 아닌 상대방 중심의 관점

“난 도통 이해가 안 되네. 왜 저래?” (X)
“저 사람이 저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O)

이 질문 하나로 대화의 방향이 바뀝니다.


2) 열린 질문으로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이 방향으로 진행해도 될까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결정하신 뒤에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질문은 설득이 아니라, 이해를 위한 도구일 때 가장 힘이 셉니다.


3) 호기심 중심의 말투와 태도

부정적인 언어 대신, 긍정적인 언어로, 프레임을 바꿔 말하려고 연습합니다.

비판보다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경험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단정 짓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대화의 온도를 바꿉니다.


대화를 바꾸면 관계가 바뀌고, 관계가 바뀌면 일이 달라집니다. 프리랜서의 실력은 포트폴리오에만 있지 않습니다. 회의실에서, 메신저 창에서, 전화기 너머에서 조금 더 잘 듣고, 조금 덜 단정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오늘도 완벽하게 듣지 못했고, 적절하지 않은 말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계속 연습하는 것입니다. 상대 중심으로 듣고, 열린 질문을 던지고, 호기심 어린 말투를 선택하는 연습. 프리랜서에게 대화는 센스가 아니라 훈련 가능한 생존 기술이니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