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트로 적어본 2026년 새해 계획

by 킨스데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고등학교 시절 만다라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칸에 '운'이라고 적혀있었고, 그 아래에는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심판에게 대하는 태도, 책 읽기와 같은 행동이 쓰여있었습니다. 그는 운조차도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행동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는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운마저도 철저히 준비해 온, 꽤 무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 만다라트를 계기로, 목공 작업을 했던 동료들과 만다라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반기마다 맛집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조용한 카페에 앉아 중간 점검을 합니다. 연말에는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의 만다라트를 작성합니다. 그렇게 벌써 3년째 루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첫 해에는 경기도의 한 뮤지움에서 가구 전시를 보고 난 후, 카페에 앉아 만다라트를 작성했습니다. 그다음 해에는 부여로 놀러 가 가는 길에 맛있는 닭볶음탕을 먹고 북카페에서 적었습니다. 올해는 종로에서 만났습니다. 매콤한 낙지칼국수를 먹기 위해 식당 오픈런을 하고 이탈리아식 베이커리를 파는 카페에서 만다라트를 채웠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스티커까지 동원해 '만꾸' 했네요.


프리랜서에게 새해 계획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출근시간도, 인사 평가도 없는 삶에서 계획은 오히려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계획과 루틴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타니 선수처럼 될 수는 없어도, 목표가 있어야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 내가 될 수 있으니까요.


만다라트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새해에 집중하고자 하는 키워드와 슬로건을 정하고, 9개의 상위 목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각 목표마다 하위 목표와 실천 계획을 작성하며 칸을 채우면 됩니다. 막연한 다짐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행동으로 쪼개는 과정입니다.

올해의 만다라트는 커리어 성장과 웰빙 사이의 균형에 좀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작년에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여행, 외국어 공부, 건강 관리는 여전히 단골 목표입니다. 재테크 공부도 더 해야 할 텐데, 도서관에서 빌려온 관련 책은 결국 한 장도 열어보지도 못한 채 반납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야심 찬 목표보다는 조금만 등을 떠밀면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적어 넣었습니다.


일본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는 인생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지만 어떻게든 노력해 볼 수밖에 없는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자신에게 박할 필요도 없고 단정해버리고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완성도가 아니라 갱신 과정의 문제니까요.

병오년의 해가 밝았고, 벌써 사흘이 지났습니다. 작심삼일을 탓하기보다 작게 실천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고, 체크리스트로 수시로 점검해 보자고요.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나온 대사, 어제는 지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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