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퇴사란 무엇인가?

내 꿈을 찾아서 첫 걸음을 내딛은 쫄보 초보 프리랜서의 체험기

by 킨스데이

미국인 친구가 말했다. "코로나 때 사표낸 사람은 내 주변에 너 하나야."

그래? 그게 뭐 어때서? 그 순간만큼은 뭘 믿는 구석이 있는지 난 참 고고하고 당당했다. 물론 이런 심리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자신 할 수 없지만 아직 내 자존감은 아직 무탈하다. 하긴, 대량 해고다, 조직 개편이다, 무급 휴가다, 뉴스와 신문에서는 연일 우울한 소식 뿐이다.


Don't Waste Crises!

그런데 무슨 자신감에 퇴사를 했냐고? 누군가 그랬다. 이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고. 그렇다. 코로나 시대. 언제 끝날지 끝나기는 한 건지. 백신과 치료제는 언제 개발이 되는지. 뉴질랜드 국경은 도대체 언제 열리는 건지. 아무것도 확실한 건 없고 IMF 경제 위기 이후로 이렇게 우리에게 생각의 변화를, 시스템의 변화를, 패러다임의 변화를 코로나가 가져왔다. 이와 별개로 나는 내 자신을 바라본다. 내 목적의식. 내 열정. 내 시간. 내 에너지. 내 성장의 의미. 집콕하면서 내 자신을 샅샅이 들여다보게됐다. 나름 자기중심적이어서 가능했을까. 나는, 우리는 그동안 누군가의 꿈을 실현해주기 위해 그동안 노예처럼 일했다. 물론 그 댓가로 월급이란 것을 받았다. (암요. 극단적인 표현 맞습니다. 하지만 크게 틀린 말도 아니지요.) 나는 다른 사람처럼 소위 '욕망의 라인'을 타는 것에 관심이 없다. 마흔이 되어서야 이제 내 꿈이 무엇인지 찾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오롯이 내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 싫은 일은 되도록 하고 싶지 않다. 누구나 알만한 직장의 명함이 주는 안도감,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보고 싶다. 어차피 시간이 흘러 몇 년이 흐른뒤 지금과 동일한 고민을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존버’를 존경한다. 때로는 참고 버텨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16년 넘게 남을 위해 일했으면 어느 정도 홀로설 자격은 되지 않을까? 이제 내 나이 마흔 넘어서 인생의 2막을 '코로나 시대'에 발현해보고자 한다.


돌.아.보.면

나는 그동안 총 다섯 번 퇴사를 했다. 이번 건 까지 합하면 여섯 번. 다양한 경험을 했고, 좋고 나쁜 사람들도 만났다. 일반적으로 2년 정도 일을 하면 느낌이 온다. 이 조직에서 남아있어야 할까? 아니면 또 움직여야 할까? 이제는 경력이 길어지다 보니 몸이 무겁다. 쉽게 이직하기 어렵다. 자칫 꼰대라고 오해 받을 수도 있고 (실제 꼰대짓을 할 때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변화하는 새로운 조직 문화와 발달된 기술에 적응을 못할 수도 있다. 예전 마케터 시절, 보스에게 Toms 신발 브랜드를 얘기했는데 탐앤탐스로 오해하셔서 당황했던 것처럼. 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건축가는 85세가 피크라는데(유명한 분인 경우), 회사원들은 40대 초중반에 집에 가야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내가 16년 간 이런 저런 조직에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간단히 나열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 마케팅, 브랜드 매니지먼트 업무 과정에서 습득한 소비자(고객) 중심의 사고(이건 정말 중요하고 유용하다!)

- 프로덕트 / 비즈니스 마케팅

-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 스킬

-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협업

- 국내외 네트워킹 & 커뮤니티 빌딩 & 연결

- 글로벌 이벤트/ 컨퍼런스/ 캠페인 기획 및 운영

- 사회공헌 / 환경 /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

- 한국과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에 대한 이해

- (마케팅) 리써치 프로젝트 기획 및 운영

- 팀 리더/ 대표 리더십 역량 강화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 Impact-driven 조직 멘토링

- 기업 대상 펀드레이징

- 영한/한영 번역 및 통역


퇴.사.란. 무.엇.인.가.

그래서 퇴사란 무엇인가. 지인 중 한 분은 몇 년 전 퇴사 발표회? 를 열어서 네이버 전면에 관련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앞으로 퇴사를 하고 어떤 어떤 길로 가겠다라고 파티처럼 공표를 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하셨던 이 분은 그 이후로 어느 대학교에서 교수님으로 창업을 가르치고(4대 보험 커버) 이런 저런 활동을 하시다가 지금은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스타트업의 c레벨로 근무하신다고 들었다.

나에겐 퇴사의 의미가 '내 꿈에 대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나를 찾아가는 Life Journey'라고 의미 부여를 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은 '나'에 대해 조금씩 천천히 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않고 오롯이 내 자신에 집중할 수 있기에 또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당연히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고, 뉴질랜드 이주란 새로운 목표도 생겼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이런 나를 보며 '배가 불렀다'라고 할 수도 있다. 솔직히 배가 불렀다기 보다는 "내 꿈을 찾고 실현하는 데에 배가 고팠다 그래서 나를 이렇게 이끌었다,"고 말하고 싶다. 난 딱히 부양 가족이나 자녀가 없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데에 두려움도 크지 않다. 그리고 아직 건강한 몸과 마음을 장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내 시선을 외부에 돌리지 않아도 되고 내 삶의 의미, 행복, 웰빙, 웰다잉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내가 상상하는 만큼 핑크빛 삶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깨달음도 없을테니 한 번 도전해보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 계층 중에 하나인 '프리랜서'라는 직함으로 이제 새롭게 첫 발을 내딛으려 한다.


주.의.사.항.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이 하는 일을 나처럼 당장 때려치고 꿈을 쫓으라는 의도로 쓴 것이 결코 아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다만, 나와 같이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는 시니어급 팀 리더들이 있다면 나는 이런 옵션을 선택하고 이런 저런 길을 가려고 한다고 내 제한적인 경험을 솔직히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각자의 선택과 개취를 전적으로 존중합니다. 부디 오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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