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했다. 그러자 두 개의 프로젝트가 들어왔다.

누구의 꿈을 실현하는 데 인생을 바쳤던 내가 이제, 나의 꿈을 꾼다.

by 킨스데이

올해 2월 Learning Journey를 뉴질랜드로 다녀와서 여러가지 계획을 세웠다. 6월에 업무를 종료하고 7월 초에 뉴질랜드로 이주를 해서 환경, 지속 가능성, 코하우징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다. (뉴질랜드에서 여생을 함께 보내고픈 사람을 만난 것은 TMI)


하.지.만

코로나가 내 발목을 잡았다.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아니, 끝날 수는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예정대로 회사는 그만두기로 했다. 뉴질랜드가 아직 국경을 열지 않는 상황이라 살짝 흔들린 것은 사실이지만 4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터라 이제 쿨하게 그 끈을 놓기로 했다. 그리고 제한적이나마 업무를 함께 했던 이해관계자들에게 굿바이 인사를 드렸다. 바로 뉴질랜드를 못가면 어딘가 자연 속에서 한 달 살이, 두 달 살이 이런 거 하면서 쉬어야지 마음 먹었다. 마침 전세 계약도 종료되어 부모님 집으로 짐을 옯겼다.


그.러.자

예전에 독일 출장에서 알게된 홍콩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미국 비영리 기관에서 프리랜서로 4개월 정도 한국의 동물권 관련 리서치 업무가 있다며 적합한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고민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우선 '놀면 뭐하니? 용돈이라도 벌면 좋지,'하는 생각이 들었고, 동물권은 환경에 관심있는 내 경험의 폭을 넓혀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집중해서 이들이 요구한 Small exercise를 열심히 영문으로 작성해 영문 이력서와 함께 제출했다. 며칠이 지나자 인터뷰를 하자는 이메일이 왔고, 제한된 시간 안에 화상회의에서 최선을 다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나의 열정과 진정성을 전달하려고 쏼라 쏼라 애썼다. 결과는 감사하게도 합격!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한국의 landscape에 대한 리써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다.


지난 금요일. 예전에 컨퍼런스 연사로 초대해주셔서 발표를 하고, 다른 글로벌 연사들을 내가 근무했던 코워킹 스페이스에 투어 및 wrap up 미팅에 참석해서 의견을 주고 받았던 교수님과 점심 식사를 했다. 그동안의 내 커리어 저어니에 대해서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 대뜸 같이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제안해주셨다.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었고 미국에서도 업무를 통해 경험했던 '리더십 역량 개발' 관련 프로젝트였다. 내 대답은 바로 '예스' 였다. 이 교수님과 이미 함께 일하고 있는 선배 프리랜서에게 연락을 해서 조언을 들었다. 처음이니 프로젝트는 두 개가 가장 적당하다고 했다. 동의했다. 내가 얼마나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했다. 처음이라 그런지 제대로 하고 싶다는 의지가 불끈 솟아올랐다. 회사에 있었으면 이런 재미난 프로젝트를 못했을 거 아냐?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래.서

바로 노트북을 질렀다. 구형 맥북프로는 너무 느렸던터라. LG 그램 14인치. 현재까지 만족도 높다. 우선 가볍다. 배터리도 아직은 새 것이라 오래가는 듯. 내 밥줄이 될 소중한 도구이자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보물 1호로 등극.


감.사.하.다.

코로나에 직장 그만두는 애는 너가 처음이라며 내 신속하고 어찌보면 무모한 결정에 다들 안쓰러운 눈빛, 응원과 부러움의 눈빛, 그러나 대부분은 '쯧쯧쯧 아직 얘가 뭘 모르네. 어떻게 되나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하는 속마음으로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 서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아무렴 어떤가. 어떻게든 부모님 집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이고 (TMI지만 벌써 한바탕 했다는 것은 안비밀)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뉴질랜드 국경이 열리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 이럴 땐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다고 하지 않았나. 벌써 기존의 끈을 놓으니 새로운 끈 두 개를 잡은 것 같아 설레이고 흥분된다.


신.자.유.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친구가 지어준 별명이다. 그래. 나 자유로운 영혼이야. 가보자. 남들이 다 피하는 그 길로. 지금이야 잡초투성이지만 열심히 걷다보면 어디선가 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만들면 되고! 이런 자신감. 그래. 좋다.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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