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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샛별 Jun 15. 2020

#8. 엄마의 발소리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 중에서 엄마가 조용해지는 시간은 언제일까요?

아이가 낮잠을 잘 때와 밤잠을 잘 때죠. 스르르 감기는 아이의 눈꺼풀을 보며 살금살금 주방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만 충분하리라 생각했던 엄마는 이내 오산이었구나 싶었던 이유가 방금까지 곤히 잠에 빠졌다고 하며 생각했던 아이의 눈꺼풀이 떠지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단잠을 즐기려던 순간에 엄마의 발소리가 들리자 짜증을 내는 아이의 가슴팍을 다독여 봅니다.

아직 엄마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을 눈을 감은 채로 느끼던 아이는 그제야 잠을 청하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나니까 엄마는 느낍니다. 엄마 본인도 몰랐던 발소리가 아이에게 소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엄마 자신도 모르는 이유는, 태어나서부터 ‘소리의 부재’를 배워 왔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울음소리도, 아이의 목소리도 듣고 싶고 궁금하지만 ‘엄마’라고 불러 주는 입 모양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지요.     


회사에서 퇴근해도 육아에 출근해야 하는 엄마의 저녁 시간대에는 엄마 자신도 쉬고 싶겠지만 아이가 우선인지라, 아이가 먼저 잠자리에 들어야 비로소 쉴 수 있거든요.

사실 쉰다고 해도 바빴던 아침 일상을 차근차근 치워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원하고 돌아온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에 있던 알림장을 보고, 다음 날 준비물이 뭔지 확인하고 아이의 옷과 손수건을 세탁기에 돌린 후에야 엄마의 휴식 시간이 되었습니다.    

 

벌써 시계는 밤 열 시를 가리키며 엄마는 잠든 아이를 다시 바라봅니다.

세탁기의 완료음을 들을 수 없었던 엄마의 불편은 잠든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행복으로 채워 봅니다.

세탁기의 ‘표준 모드’가 알려준 ‘80분’을 세탁 세제를 넣은 후에 확인했던 엄마는 세탁 시간이 다 되었을까 궁금하여 세탁실로 향하던 순간 잠든 예준이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행여나 깰세라 싶어 잠시 멈춰 선 엄마의 마음이 콩닥거립니다.     


‘아, 엄마의 발소리가 컸었나?’     


다행히 눈꺼풀은 떠지지 않고, 뒤척거리며 잠을 청하는 예준이의 아담한 엉덩이가 새삼 귀여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살포시 다가가 엉덩이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세탁실로 가는 엄마의 발걸음은 유난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엄마도 모르고 살았던 엄마의 발소리는 예준이는 늘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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