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진 평일에는 나도, 아이도 각자의 일상에 분주히 살아가느라고 여념이 없는 반면에 주말에는 온전히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어린이집 알림장을 찬찬히 살펴보면서도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아이 사진도 아이와 함께 보는 시간으로 주말을 시작한다. 주말은 서로가 바쁜 티를 안 내는 것 같다. 느리면 느릴수록, 천천히 가는 시간 동안 서로의 눈빛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주말이다. 물론 워킹맘으로서 충분히 쉴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예준아, 오늘 아침밥은 그냥 오믈렛에, 식빵 구워서 먹을까?”
질문이 다 끝나기 전에 이미 엄마의 손은 식빵을 향한다. 평소엔 아무리 바빠도 밥과 반찬, 그리고 국까지 골고루 챙겨 먹이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만큼은 브런치로 즐기고 싶었던 엄마의 작은 욕심이다. 그런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예준이는 엄마의 손에 들려 있는 식빵에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엄마의 브런치 메뉴는 식빵에 딸기잼, 그리고 시원한 커피라면 달걀과 잘게 다져진 브로콜리가 한데 모아진 오믈렛, 식빵 그리고 우유로 예준이의 브런치 메뉴가 된다.
배도 채웠겠다 싶어 더워지기 전에 후딱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자는 엄마의 제안에 현관 앞에서 자기 신발을 엄마 눈앞에 보여주는 그 작은 성장이 새삼 대견하던 주말의 아침이다.
“자, 신발도 다 신었다. 나가자!”
예준이를 유모차 안에 태우고, 햇빛의 인사가 뜨거울까 싶어 귀여운 파라솔을 유모차 손잡이에 설치하고 나서야 비로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알림음이 울리자마자 예준이는 벌써 발을 동동 구른다. 유모차의 손잡이를 두 손 가득 움켜쥔 예준이의 눈망울에는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 소리와 앞집 할머니의 지팡이 소리,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동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때
“밖에 나오니까 어때? 시원하지?”
정면을 바라보는 예준이의 얼굴을 살짝 들여다보는 순간, 예준이가 갑자기 뒤돌아보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저~ 저~ 빵빵!”
급하게 나오느라 보청기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뒤에서 택배 트럭이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트럭이 다가오는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를 뒤돌아보던 예준이는 엄마에게 알려줬는데도 나는 그게 주변 풍경을 가리킨 줄만 알았다.
화들짝 놀라 옆길로 급히 유모차를 돌렸고, 곧바로 택배 트럭에 사과의 표시를 했다.
이미 몇 차례 경적을 울렸는데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다정하게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봤었던 건지 화내지도 않고 조용히 따라와 주신 택배 아저씨에게 괜스레 죄송스러웠다. 택배를 집집마다 돌리는 데에 여념이 없었을 텐데..
유모차를 지나 옆쪽으로 핸들을 돌려 지나가는 택배 트럭의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보인 운전대 사이 에어컨에 꽂혀 있던 예쁜 아기 사진이 보였다. 그렇게 열린 창문 사이로 예준이를 보며 아빠 미소로 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신 택배 아저씨의 얼굴은 스치듯 지나간 사람이라기엔 생생했다.
예준이도 화답하듯 미소로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곧이어 나도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앞서 달리던 택배 트럭의 뒷모습은 오늘따라 참 멋져 보였다.
예준아, 마음 따뜻한 택배 상자가 움직이는 소리를 알려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