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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Nov 08. 2024

누군가의 대체제가 아닌


아침 일찍, 최종 인쇄용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PDF 파일을 만들고 있는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다가 문득, '디자인 납품'으로만 남아야 하는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현타 아닌 현타가 왔다. 클라이언트의 주장으로 결국 이리저리 변형되어 디자이너 시각으로는 엉망이 되어버린 결과물. 늘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도출하려고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속상한 마음을 도무지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어떤 일을 탁월하게 해내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일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지루함'과 사랑에 빠져야만 한다고 하는데, 오늘은 왠지 지루함에 잠식당하려고 하는 느낌이다. 아무리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니 자꾸만 무력해진다.


이제는 제법 안정적인 프리랜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아무래도 계속 해내는 힘을 충전해야 할 시간인가 보다. 이렇게 한 번 감정이 요동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혼자서만 메아리를 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부디 이 요동친 파도와 같이 요동친 물살이 서서히 잦아들기를 기다릴 뿐.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을 한다는 의미인 프리랜서와 프리워커는 엄연히 다릅니다. 일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프리랜서는 누군가가 나에게 일을 줘야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데 반해 프리워커는 말 그대로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납품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프리워커. 스스로 일하는 사람. 그래, 나는 사실 프리워커가 되기를 꿈꾼다. 클라이언트가 일을 주기만은 마냥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일을 펼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 또한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알아차리고 싶다. 자기소개에 늘,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던 게 나의 진짜 마음이다.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막연하지만, 종종 구체적일 때가 있다. 그건 바로 작업 후 정산을 위해 서류 제출이 오갈 때. 일을 의뢰할 때에는 정말이지 사정사정해서 갈구해 놓을 때는 언제고, 정산을 위해 고용계약을 위한 서류 제출을 하고 나면 어떤 경우에는 첫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입꾹닫' 해버리는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가 가끔 있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닌데, 가끔은 그 찰나의 순간에 자존심이 건드려져 괜스레 속상해지고야 만다. 첫 마음 끝까지 가주면 좋으련만.


누군가의 대체제가 아닌, 고유한 내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프리랜서가 아닌, 프리워커로 나아가야겠지? 그런 사람으로서의 나는 어떻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일단 걸려있는 일이 좀 마무리되어야 할까? 비슷한 모임은 어디 없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 단단함으로 또다시 벽을 세울까 봐 조금 두렵다. 그러지 않으려면 부끄럽더라도 계속해서 이렇게 글로 쏟아내야겠지. 비록 지금 파도를 타고 있지만 책에서 말하듯, 이 모든 시간 또한 축적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된다. 파도에 잠식되지 말자. 시행착오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지루함과 한 번 사랑에 빠져보자!

 

어떤 일을 탁월하게 해내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일을 하고 또 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루함과 사랑에 빠져야만 한다.



누군가의 대체제가 아닌
고유한 내 모습으로 서있을 날을
오늘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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