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하게 될, 여행을 꿈꾸며.
49대 51. 유독 결정을 심하게 못하는 나에게 언젠가 남편이 해준 말이다.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결정은 49대 51의 확률이라며, 결정을 위해 90, 100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 괴로워하기보다 단 1의 차이로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순간이 오면, 그때 바로 결정을 하면 되는 거라고.
제법 간단한 듯한 이 말을 듣고 나니 삶에서 다가오는 모든 결정의 순간이 조금은 쉬워졌다. 아주 쉬워졌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분명한 건, ‘기준’이 생겼다는 것.
2016년 5월, 수년간 몇몇 회사를 거쳐가며 이어왔던 회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나는 곧바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내 작업을 해보는 것.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다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회사에 소속되어 여러 가지 제약 속에 진행해야 하는 일들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짧게 다녀왔던 일본 여행 이야기를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곧바로 작은 책자로 만들었다. 굉장히 소량이었지만, 나는 그 책을 여러 작은 독립 서점에 조금씩 입고했다. ‘독립출판’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런던과 암스테르담, 델프트를 여행하고 돌아온 나는 좀 더 제대로 그리고 규모 있는 책을 만들어 보기로 다짐했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틈틈이 썼던 글을 한데 모아 다시금 고치고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들을 훑어보며 내용을 구상하고 콘셉트를 정해가며 ‘책’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책’이라는 결과물을 위한 제대로 된 절차는 아닐지라도 유려한 문구와 다양하고 알찬 정보는 조금 부족할지라도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를 바랐다.
애초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시간이 흘러 2년이 훌쩍 지나버린 순간에도. 책을 만들기 위한 큰 금액의 ‘제작비’ 앞에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에도. ‘49대 51’의 확률에서 1은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도전이기도 했다.
2주, 한 달, 아니 그 이상을 오래 머무르며 여행하는 여행자에 비하면 9일간의 우리 여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잔잔한 느낌마저 드는 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자라고 부르기엔 우리 둘은 너무 서툰 여행자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데도 이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겠다니?
이런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용기’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 책은(글은) 내 컴퓨터 속 폴더 어딘가에 영원히 '진행 중'인 상태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진행 중인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해보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혹은 여행,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설령 그것이 생각에서 그쳤건, 사느라 바빠서 중간에 멈춰 버렸건 간에, 내가 만든 이 책을, 글을 읽어내리는 동안 ‘나도….’ 하는 마음으로 혹시 그 ‘무언가’가 생각난다면, 적어도 이 기회에 도전해보는 마음이 생기길 바랐다.
여행에 정답은 없듯이 삶에도 정답은 없다고 믿는다. 여행을 통해 얻게 된 용기 덕분에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조금은 유연해진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왠지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연해지지 않았더라면 전혀 겪지 못했을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마음에 품고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용기 있는 삶을 살아본다.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지난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책 제목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은 그렇게 지어졌어요.
여행은 언제 가도 좋을 테니까요.
더구나 머나먼 그곳, 유럽은 특히나 말이에요.
제 책의 마지막 페이지엔 이런 문구가 있어요.
언젠가 또 다른 여행을 책으로 만들게 된다면,
그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그리움이
저 공백 안에 채워지게 되겠지요?
마지막까지 함께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479746